증권 증권일반

[코스닥 벤처 생태계를 살리자] (上) 벤처 산실에 벤처 없다

안현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9.29 20:44

수정 2010.09.29 20:44

‘벤처 산실에 벤처가 없다.’

벤처 1세대 몰락에 이은 투자자 이탈이 코스닥시장 벤처부 소속 상장사 수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벤처부 소속 상장사 수는 291개사(28일 기준)에 불과하다.

지난 2006년 6월 30일 435개사에 달했던 벤처부 소속 상장사 수가 매년 감소세를 이어가며 현재는 300개 이하로 줄었다.

2006년 코스닥시장 상장회사 수가 932개인 점을 감안할 때 두 개사 중 한 개사는 벤처기업이었지만 현재(1091개사)는 채 3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벤처부 소속 상장사 수는 2006년 12월 28일 300개사대로 떨어진 뒤 감소세를 멈추지 않고 2008년(12월 30일 기준) 200개사대로 줄어든 바 있다.
이후에도 200개사 수준을 맴돌고 있는 상황이다.

벤처 1세대의 퇴장과 투자자 외면이 벤처부 소속 상장사 수 급감이라는 결과로 이어진 셈이다.

때문에 코스닥시장 벤처기업들이 점차 설 땅을 잃고 있어 증권시장 내부에서는 ‘코스닥 벤처 생태계가 총체적 위기에 빠졌다’는 목소리가 높다.

익명을 요구한 한 코스닥시장 상장사 임원은 “벤처신화란 말은 이미 옛말이 된 지 오래”라면서 “벤처 1세대가 하나둘 씩 퇴출되자 투자자들의 관심도 자연히 벤처기업에서 멀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벤처 1세대 몰락→투자자 기대감 상실→벤처기업부 소속 상장사 감소’ 등 악순환 속에 코스닥 벤처 생태계가 극도의 위기에 봉착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한국 보안업계 1세대로 불리던 인젠과 한때 내비게이션 업계 2위에 올랐던 엑스로드는 감사범위제한에 의한 의견거절로 지난 5월 8일 코스닥시장에서 이름을 내렸다.

스마트카드 1위 기업이었던 하이스마텍도 같은 사유로 퇴출되는 등 한때 스타종목으로 꼽히던 상장사 3곳이 올해 상장폐지라는 레드카드를 받았다.

엠씨스퀘어로 잘 알려진 지오엠씨의 경우, 지난해 11월 실질심사 퇴출 결정 후 5개월간의 유예기간을 받고 연명하고 있다. 핸디소프트도 현재 상장폐지 선고를 받은 상태다.

닷컴열풍으로 1999년 8월 코스닥시장에 상장, 인터넷 전화를 주무기로 주가가 6개월 만에 150배 이상 뛰어 한때 30만원대를 기록했던 새롬기술(현 솔본)은 주인이 바뀐 뒤 3000원대의 주가 수준을 기록 중이다.

버추얼텍과 터보테크도 각각 1000원 이하의 주가를 기록하고 있는 상태다.

벤처신화 1세대란 말이 어울리지 않을 정도의 결과다.
투자자들의 기대와는 반대로 실적 및 주가 측면에서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며 점차 잊힌 존재로 전락하고 있다.

하나대투증권 이영곤 투자정보 팀장은 “기대감에 미치지 못한 벤처기업 실적 및 주가가 투자자 외면으로 이어지며 코스닥 벤처 생태계가 현재의 상황까지 이르렀다”면서 “특히 벤처기업들이 투자자들의 기대와는 달리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하나둘씩 상장폐지돼 점차 잊힌 존재로 전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팀장은 “반면 다음과 NHN 등 벤처 2세대의 경우, 기술 변화에 적응해 큰 성공을 이뤄낸 바 있다”면서도 “하지만 그 외에 대부분의 벤처기업들은 성공신화를 쓰기보다는 겨우 연명하는 모습을 보이는 사례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always@fnnews.com안현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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