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새롭고 독특하게..올가을 남산,관객의 눈이 트인다

최진숙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9.30 16:34

수정 2010.09.30 16:34

단풍이 노랗게 물드는 가을. 남산 자락에 올라 예술성 높은 작품을 만나보는 건 어떨까.

실험적인 작품으로 연극계 마니아를 거느리고 있는 남산예술센터의 올가을 작품이 다채롭다.

가장 눈에 띄는 건 2010서울연극올림픽과 공동주최로 선보이고 있는 독일 베를린 샤우뷔네 극단의 '햄릿'. 지난달 29일 시작해 1일까지 총 3회짜리 공연으로 현재 인터넷예매 티켓은 전석 매진이지만 당일 현장에서 일부 좌석은 확보할 수 있을 듯. 유럽 연극계 차세대 리더로 꼽히는 토마스 오스터마이어 작품으로 우유부단한 햄릿은 온데간데없고 유머 넘치고 재기발랄한 햄릿이 관객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인다. 첫날 공연에서 객석은 무대 불이 꺼지자 일제히 일어나 환호했다. 비디오카메라를 든 햄릿은 주변 인물을 직접 촬영한 영상을 실시간으로 무대에 투사한다. 인간의 탐욕과 이중성이 강렬한 느낌으로 전해져 왔다.

오스터마이어는 공연 직전 기자들과 만나 "너무 기대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햄릿이다. 재미를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딱 그의 말대로다. 록과 랩을 즐기고 관객 속으로 뛰어들어 대화를 시도하면서도 마지막 철학적 질문은 놓치지 않는 21세기형 햄릿이 파격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연출이지 누군가의 무대서 본 것을 재현하는 것이 연출이 아니다"라는 게 오스터마이어의 소신. 햄릿을 제외한 5명의 배우는 둘 이상의 배역을 맡아 멀티플레이어로 등장한다. 왕비 거트루드가 갑자기 괴상한 신음소리를 내며 가발을 벗자 오필리어로 바뀌는 식이다. 객석에선 요란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무대 곳곳에선 오스터마이어의 재치가 넘쳤다.

불가리아 스푸마토극단의 '고골의 꿈'도 기대작. 한 무대에 올려지는 고골의 네 작품을 통해 결혼과 실패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내달 1일부터 3일까지.

정신병원에 갇힌 두 남자를 통해 분투하는 이 시대 청춘의 초상을 그린 '내 심장을 쏴라'는 국내 창작연극. 2009세계문학상을 수상한 정유정의 소설이 원작이다. 시골의 한 정신병원을 배경으로 세상에서 소외된 인간 군상을 그린다.


불법체류자 알리의 죽음을 관망하듯 지켜보며 소수자에 대한 태도를 풍자하는 '누가 무하마드 알리의 관자놀이에 미사일 펀치를 꽂았는가?'는 내달 26일부터 12월 5일까지 무대에 오른다. 드라마와 콘서트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특한 형식의 이 작품은 풍자연극으로 주목받아온 윤한솔 연출작.

/jins@fnnews.com최진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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