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때문에 광고업계는 보다 안정적이고 실용적 방안인 ‘오래가는 광고 카피’ 만들기에 골몰하게 된다. 한번 소비자의 마음을 파고든 카피는 길게는 수십년까지도 영향력을 과시하기 때문이다.
SK마케팅앤컴퍼니 김현철 팀장은 8일 “광고 카피는 브랜드의 이미지를 결정하고 성공을 좌우할 수 있는 요소”라면서 “잘 만들어진 카피를 꾸준히 사용하면 무의식적 연상작용을 일으켜 그 효과가 매우 강력하다”고 말했다.
보일러업체 경동나비엔은 과거 인기를 끌었던 ‘아버님 댁에 보일러 놔 드려야겠어요’란 카피를 지난달부터 대대적으로 내보내고 있다. 가족 사랑과 효(孝)를 강조한 이 문구는 당시 경동나비엔을 단숨에 업계 1위로 올려놓으며 화제가 됐다. 경동나비엔 측은 이 카피가 1991년 처음 방영됐지만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이들이 기억하고 있다는 점에서 리메이크를 결정했다. 최근 선보인 ‘나비엔 콘덴싱이 대세’편은 송지헌 아나운서가 친환경주택 건설 의무화에 관한 내용을 말한 뒤 ‘이젠 나비엔 콘덴싱 놔 드려야겠어요’라는 패러디 문구를 전달한다.
에이스침대가 새롭게 선보인 광고 캠페인 ‘S라인을 위한 침대 과학’ 역시 뿌리는 1993년 광고 문구에 있다. 당시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라는 문구가 워낙 인기를 끈 탓에 초등학생들이 ‘가구가 아닌 것을 고르라’는 시험문제에 한결같이 ‘침대’라고 답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이렇게 형성된 ‘과학적인 침대’ 이미지는 이후 다양한 신규 브랜드의 공세에도 흔들리지 않는 힘이 됐다.
또 하나의 장수 카피 광고로는 ‘클린 앤 클리어’가 있다. 1996년 ‘깨끗하게, 맑게, 자신있게’라는 카피를 시도한 이 브랜드는 그간 모델만 수차례 바뀌었을 뿐 해당 카피를 계속 사용 중이다. 클린앤클리어의 카피는 내용 자체보다 특유의 경쾌한 억양이 대중에게 각인돼 있다.
최상의 카피를 찾기 위해 십수년을 사용한 광고 문구를 바꾸기도 한다. 2008년 론칭된 이가탄의 광고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가 주인공이다. 1993년부터 ‘잇몸튼튼 이가탄, 이가튼튼 이가탄’을 사용한 명인제약은 15년 만에 광고 카피를 대대적으로 바꾸며 인지도 높이기에 나섰다. 업체 관계자는 “다양한 연령대를 대표하는 모델이 등장해 쉽게 흥얼거릴 수 있는 유행어를 함께 부르는 것이 브랜드 이미지를 유쾌하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고 설명했다.
/wild@fnnews.com박하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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