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는 의료관광.. 보험 의무가입 시급
‘의료과실배상책임보험’의 개선이 시급한 이유는 현재 관련 상품의 담보지역 및 관할 법원이 모두 국내인 탓에 외국 환자나 법적 상속인에 대한 제한이 따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국내와 전혀 다른 배상책임 체제를 가진 외국환자에 대해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국내 환자와 동일한 잣대가 적용되면 안된다는 것이다.
외국의 경우 대부분 국내보다 높은 수준의 의료과실배상책임 체계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분쟁의 소지가 커질 수 있다. 때문에 의료 사고가 발생하면 큰 손실이 예상돼, 적어도 ‘의료과실배상책임보험’만은 외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수정해 위험에 대비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국내의료기관들은 보험 가입의 필요성을 못느끼는 경우가 대부분인 데다 수익구조가 열악한 곳이 많아 정부 주도의 의무보험가입 추진이 요구되고 있다.
■급증하는 의료관광… 낮은 가입률
지난 2009년 정부는 신성장동력으로 글로벌 헬스케어를 선정, 본격적인 육성에 나섬에 따라 해외 환자의 유치가 크게 늘었다.
연도별로 지난 2005년 800여명에 불과하던 해외 환자는 2006년 최초로 1만명을 넘어선 이후 2008년 3만9000명, 2009년 6만201명을 돌파했다. 2012년까지 10만명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늘어나는 외국 환자에 비해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의료사고에 대한 대비책은 미흡하다.
의료과실에 대비한 국내의료기관들의 배상책임보험의 가입률은 평균 15% 정도다. 이는 국내 판례상 의료과실로 인한 평균 배상금이 수천만원에 불과해 자체적인 해결이 가능하기 때문에 보험의 니즈가 적은 탓이다. 또 국내 대학병원의 매출과 맞먹는 수익구조를 가진 외국의 중소형 영리 의료기관과 달리 비영리기관인 국내 의료기관들은 대부분 수익구조가 낮은 것도 요인이다.
최근 정부와 보험업계, 의료업계가 공동으로 의료과실배상책임보험의 수정작업에 들어갔지만 좀처럼 이견차를 좁히지 못하는 것도 서로간 가격차에 대한 충돌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국에서 높은 수준을 받던 환자들이 국내의 낮은 수준의 배상책임을 받게 될 경우 분쟁의 소지가 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특히 미국의 경우 의료사고 배상액이 수천억원에 달해 보험사가 파산하는 경우도 빈번하데 이런 환자들이 국내로 유입될 경우 막대한 손실을 초래하게 된다.
■보험조건 놓고 충돌
병원 입장에서는 보험업계의 보험료가 비싼 것이 불만이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가입률이 낮은 상황에서 받는 보험료에 비해 나가는 보험금이 커 개선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병원에서는 자기부담금(보험금에서 병원이 책임지는 금액)이 너무 높다고 지적한다. 지난 1차 수정안에서는 총보상한도 10억원, 이 중 일반치료 시 자기부담금은 건당 1억원, 외과수술 포함 시 2억5000만원으로 정했다. 하지만 총 보상한도 50억원에 약 10억원의 자기부담 체계를 가지고 있는 미국, 호주 등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크게 높은 수준이 아니라는 게 보험업계 입장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저조한 가입률로 관찰 대상이 부족해 적정한 보험료를 책정하기 어렵다”며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의료기관들은 보험에 가입하려고 하지만 사고 내역이 없는 의료기관은 보험 가입을 꺼리는 ‘역선택’ 문제도 손해율 상승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주도 의무보험 추진
보험업계는 충분한 보험가입만 이뤄진다면 역선택을 막고, 적정한 보험료 산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정부 주도의 의무보험 가입 추진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보험개발원은 의무보험이 추진되면 시장규모가 현 260억원의 10배 이상인 30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미국은 주에 따라 의료과실배상책임보험을 의무보험으로운영하고 있다. 영국, 프랑스,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등 유럽 선진국들과 스페인, 체코공화국, 헝가리, 아이슬란드, 터키 등도 의무보험이다.
민주당 이낙연 의원은 지난달 국감에서 “의료관광 경쟁국인 태국, 싱가포르의 경우도 대부분의 의료기관들이 의료사고 배상보험에 가입되어 있으며, 미국의 경우에는 병원뿐 아니라 의사도 보험에 가입되어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또 정부 주도의 보험컨소시엄을 구성, 보험사와 재보험사를 선정해 다년간 프로그램을 관리해 불필요한 경쟁을 막고 실적을 이유로 단기간에 빠져나갈 수 없도록 하는 방안도 제시된다. 이와 함께 국가 차원의 의료과실 관련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구축해 보험프로그램 개발 시 허용하는 것도 고려해볼 사안으로 제시됐다.
보험사 관계자는 “국내 의료업계 상황으로 볼 때 법으로 의무보험을 강제하는 것은 어려워 실제 도입이 될지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김주형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