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세라자데와 능이버섯&안심딸리아뗄레. |
8일 서울 상수동 홍대 부근 레스토랑 ‘라꼼마’에서 만난 박찬일 셰프는 이탈리아 와인의 장점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이탈리아 와인은 튀지 않는 맛을 지녔기 때문에 다양한 음식과 어울린다”며 “음식 본연의 맛을 살려주면서 음식이 주인공이 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주연이 아닌 조연으로 맛깔난 연기를 펼치는 감초 연기자들이 바로 이탈리아 와인”이라고 박 셰프는 설명했다.
이탈리아 와인의 또 다른 특징은 산도가 높다는 점이다.
이탈리아에서 와인과 요리 유학을 다녀온 박 셰프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스타 셰프다. 그런 그에게 조금은 따분한 질문을 던졌다. 한국을 찾은 해외 와인 메이커들이 빼놓지 않는 질문 중 하나인 “한식과 어울리는 와인을 소개해 달라”는 것에 대한 의견을 묻자 그는 주저 없이 다음과 같은 답변을 내놓았다.
“이탈리아 음식이 이탈리아 와인과 가장 잘 어울리 듯 한식에는 한국 전통주가 가장 잘 어울립니다.”
일순간 침묵이 흐른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치. 그가 먼저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이탈리아 요리에는 이탈리아 와인이 어울린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한식과 전통주의 이야기를 꺼냈다는 그는 한식과 어울리는 이탈리아 와인도 소개했다.
“국물 요리와 매운 맛으로 대표되는 한식에 잘 어울리는 와인은 화이트 와인입니다. 열대 과일향이 풍부한 ‘라푸가’는 대중적인 화이트 와인이어서 한식의 맛을 잘 살려줍니다.”
그는 국물 요리에는 와인을 피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설명도 잊지 않았다. 갈비, 삼겹살과 같은 육류 요리에는 시칠리아 섬에서만 생산되는 토착 품종 ‘네로다볼라’를 사용한 와인이 좋다고 덧붙였다.
한식에 대한 이야기를 접고 본격적으로 이탈리아 요리와 와인의 궁합에 대한 이야기로 화제를 넘겼다.
파스타는 화이트 와인과 궁합이 좋지만 해물 파스타의 경우 이탈리아 남부인 나폴리와 시칠리 지역의 화이트 와인이 잘 어울린다. 강한 토마토 소스나 크림소스 파스타와 피자는 ‘네로다볼라나 키안티’ 품종 같은 가벼운 레드 와인이 제격이다.
이탈리아 육류 요리에는 묵직한 레드 와인인 ‘밀레 에 우나노테’를 추천했다. ‘천하루의 밤’이라는 뜻을 지닌 이 와인은 19세기 나폴리의 왕 페르디난도 4세의 아내 마리아 카롤리나가 나폴레옹의 군대를 피해 왔던 시칠리의 궁전이 레이블에 새겨져 있다. 천일야화의 주인공인 세라자데의 이름을 딴 와인에는 버섯 요리나 토마토 소스가 곁들여진 음식과 어울린다.
/yhh1209@fnnews.com유현희기자
■박찬일 셰프는

1965년생으로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에서 소설을 전공하고 잡지기자로 활동하던 30대 초반 돌연 이탈리아로 요리유학을 떠났다. 피에몬테 소재 요리학교 ICIF(Italian Culinary Institute for Foreigners)의 ‘요리와 양조’ 과정을 이수했고, 로마의 소믈리에 코스와 SlowFood 로마지부 와인과정에서 공부했다.
시칠리아에서 요리사로 일하다 한국으로 돌아와 서울 청담동에서 스타 셰프로 명성을 얻은 그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뚜또베네 신사동 가로수길에 레스토랑 ‘트라토리아 논나’를 성공리에 론칭시켰다.
2008년에는 소펙사(SOPEXA·프랑스농식품진흥공사) 100대 보르도와인 테이스팅위원으로 참여했으며 ‘될 수 있다! 요리사’, ‘와인스캔들’, ‘최승주와 박찬일의 이탈리아 요리’, ‘박찬일의 와인 셀렉션’,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 등의 저술활동을 했다. 현재는 홍대 부근에 레스토랑 ‘라꼼마’의 셰프로 활동하면서 와인과 어울리는 요리를 소개하고 있다. 언론 매체에 와인과 요리에 관한 칼럼도 게재하고 있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