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뮤지컬을 만드는 사람들] ‘지킬 앤 하이드’ 연출 데이빗 스완

최진숙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12.09 15:27

수정 2010.12.09 15:20

"무슨 말이 필요하겠어요. 쇼 자체가 말해줄겁니다."

지난 2일 서울 잠실 샤롯테 극장에서 '지킬 앤 하이드' 공연 직전에 만난 연출가 데이빗 스완(45). 그는 이렇게 여유를 부리며 함박 웃음을 지었다.

외국 연출가중 그만큼 국내 작품을 많이 한 이도 없다. 한국과 첫 인연을 맺은 작품이 1994년 '지킬 앤 하이드(이하 지킬)'초연작. 그후 여섯번의 '지킬' 서울 공연중 다섯번이 그의 손을 거친 무대였다. 올들어서만도 국내 연출작이 다섯편. '맨 오브 라만차'를 필두로 '올슉업','키스 미 케이트', 9월말 초연 개막한 '스팸어랏',그리고 이번 '지킬'까지. 그는 미국 뉴저지 자택과 서울을 오가는 생활을 한다. 한국말은 문장을 만들진 못해도 빈도수 높은 무대 단어는 눈치껏 알아듣는다.

공연 소감을 묻자 대답은 예상대로였다. "특별한 배우들을 만나 그저 행복하죠. 조승우는 이미 지킬,하이드 캐릭터속에 들어가있는 배우이구요. 류정한,홍광호는 신뢰감 그 자체입니다.신예 김준현에게는 놀라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있다고 할까요."

그가 연출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소통'. 좋은 작품의 첫 기준이 이야기전달이 제대로 됐는 지 여부다. "연극,뮤지컬,그림,음악,모든 예술은 의사소통이라고 봅니다.아무리 멋져도 소통이 안되면 관객을 고려하지 않은 거에요. 소통이 필요없다면 자기 방 지하에서 혼자 생각하면 될 일 아닌가요."

지킬을 통해 소통하고자 했던 게 뭐냐고 묻자 "내 자신이 누군지 솔직히 인정해야지 행복할 수 있다"는 게 그의 대답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자기안에서 보여주기 두렵거나 감추고 싶은 면이 하나씩 있어요. 내안의 부끄러운 면,인정하지 않고 숨기려는 면이 있죠. 그걸 드러내고 인정하고 자유로와지자는 것입니다."

한국 관객들이 좋아하는 작품에 공통점이 있다고 했다. "생략이 많은 작품은 싫어해요.설명이 친절한 작품을 좋아하고,무대 볼거리는 많을수록 좋아요.진솔한 감정이 녹아있어야 하구요.'지킬'이 그런점에 많이 부합한다고 봐야죠.하하."

그는 '연출가는 만능엔터테이너'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균형을 잡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창의력은 물론이고 자기만의 이론도 확고해야죠. 무대위 벌어질 일들을 예언할 수 있어야 합니다. 명확한 스토리를 중심에 두면서도 관객들에겐 롤러코스트를 타는 느낌을 받게 해줘야해요. 관객들이 우리의 목적지를 쉽게 눈치채지 못하게 극 전개는 은밀해야 합니다."

그의 제작 스타일은 '수다형'이다. 사석은 물론 배우들과 작업과정에서 그는 쉴새없이 말을 쏟아낸다. "제가 외국인이어서 그런거에요.미국 현지에서 작업할때 작업시간이 굉장히 짧아요. 소통에 문제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한국말을 모르고 한국정서를 잘 모르잖아요.통역사를 끼고 계속 제 말을 전해달라고 하는 거죠. 상황과 캐릭터를 계속 설명해서 가장 적절한 한국식 표현을 찾아내는 겁니다."

이 수다형 연출가의 끼가 제대로 발휘된 작품은 사실 '스팸어랏'이다. 성배를 찾아나선 아더왕의 포복절도 코믹이야기가 줄거리다. 이 작품을 보면 연출이 노랑머리 외국인일 것이라곤 누구도 예상하기 힘들 정도로 절묘한 표현이 숱하다. 하지만 그는 "한국에선 여전히 코미디 뮤지컬보다는 드라마가 강한 뮤지컬 선호도가 훨씬 높다는 걸 확인했다"고 자평했다.

대학에서 춤을 전공한 그의 첫 출발은 무용수였다. 댄스컴퍼니에 소속돼 탭댄스,포크댄스,아프리칸 민속춤,모던 춤 등 무대위서 출수 있는 춤은 다 춰봤다.

뮤지컬 배우로 '웨스트사이드스토리','그리스' 등에 출연하며 10여년 배우생활을 하다 지난 1999년부터 뮤지컬 연출·안무가로 활동중이다.

/jins@fnnews.com최진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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