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골프일반

안선주 “살 빼고 부담 버리니 우승이 따라왔어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12.27 18:05

수정 2010.12.27 18:05

“사실 이렇게까지 성공적인 한 해를 보내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요. 적응하느라 정말 힘들었는데 최고의 한 해로 마무리하게 돼 많은 생각을 했고 느낀 점도 많았습니다.”

올 시즌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서 한국인 최초로 상금왕에 오른 안선주(23·판코)에게 기분을 묻자 돌아온 답이다. 지난해를 끝으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를 접고 일본 무대로 건너간 지 꼭 1년 만. 성공적인 한 해를 보내고 돌아온 안선주의 목소리에선 만족감과 함께 고단함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시즌 마지막 대회를 마치고 밀려드는 인터뷰, 시상식 참가 등 하루에 3∼4개씩의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더 바빴어요. 그 스케줄이 끝남과 동시에 몸살에 걸려 목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을 정도예요. 하지만 몸은 힘들어도 마음이 편안해서 견딜 수 있어요.”

시즌을 마치고 귀국한 안선주와 이야기를 나눴다. 안선주는 일본 투어 진출과 다이어트, 우승 그리고 심리적 변화 등 지난 1년간 겪은 많은 일들을 솔직담백하게 들려줬고 그 속에서 1년 새 훌쩍 성장한 안선주를 발견했다.



■살 빼고 다시 시작한 골프 인생

지난해 말 안선주는 중대 결심을 했다. 동계 훈련을 하면서 체중을 10㎏ 정도 빼는 것이 그것이었다. 프로 데뷔 이후 체중 문제로 인해 허리, 무릎, 발목 등의 통증으로부터 하루도 자유로운 날이 없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던 다이어트였기에 안선주로서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이제와는 완전히 다른 골프 인생을 살아보자’는 결심을 했었어요. 한국에서처럼 조금 잘 하는 것 가지고는 부족하고 정말 잘해서 실력으로 보여주자는 것이었죠. 그러기 위해 무엇보다 시급한 게 살을 빼는 것이라 생각했기에 12월 한 달 동안 제주도에 가서 오름과 올레길을 매일 10km씩 걸었어요. 올 1월에는 태국으로 동계훈련을 가서 매일 오후 체력 훈련에 매달렸고요. 먹는 양도 4분의 1로 줄였는데 먹고 싶은 유혹을 참아내느라 정말 힘들었어요.(웃음)”

안선주가 살 말고도 버린 건 또 있었다. 자신을 누르고 있었던 심리적인 부담감이 그것. 일본 무대에 데뷔한 뒤 특유의 장타만 빼고 바꿀 수 있는 건 다 바꾸기 위해 머리를 빨간색으로 물들였고 부족하다고 느낀 쇼트 게임을 보완하는 등 말 그대로 변화를 꾀하기 위해 정말 힘든 시간을 보냈다.

“골프는 멘탈 운동이라고 하잖아요. 작년까지만 해도 ‘잘 안되면 어떻게 하지’라는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했는데 독한 마음으로 살을 빼면서 안 좋았던 것들도 다 같이 버리려고 노력했어요. 예전에는 다른 사람들의 말이나 평가에 신경을 많이 쓰면서 흔들리곤 했지만 경기를 하다 보면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려고 했어요.”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지난 3월 열린 JLPGA투어 시즌 첫 대회인 다이킨 오키드레이디스 우승을 포함해 시즌 동안 무려 네 차례의 우승. 데뷔 초기만 해도 신지애(22·미래에셋)와 혼동했던 일본 팬들은 안선주에게 ‘안짱’이라는 애칭을 붙여주며 환호했고, 데뷔 첫 해 신인왕을 비롯해 한국인 최초의 상금왕에 오르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시즌이 끝난 뒤 신인왕과 상금왕 수상을 위해 시상식에 갔는데 골프뿐 아니라 스모, 야구, 축구 등 최고의 스타들이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상을 수상해 정말 잊지 못할 자리였던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일본이 체질에 잘 맞느냐’고도 하셨는데 사실 잘 맞는다고 생각한 적은 별로 없었어요. 진짜 고생한 끝에 오른 자리라 저에겐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의미가 있었어요.”

■“코스 안팎에서 밝고 당당한 선수가 목표”

성공적인 한 해를 보내고 지난 22일 귀국한 안선주는 지난 주말 한 시즌을 조용히 정리하기 위해 홀로 여행을 떠났다. 특별한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발길 닿는 대로 떠난 여행이었다.

“한 해 동안 많은 것을 얻었고 무엇을 해야 할 지도 알게 됐기 때문에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기 위해 마음을 비우고 돌아왔어요. 2010년은 성적으로만 치면 100점 만점에 100점이었지만 그 외적인 부분은 50점 정도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년에는 더 업그레이드된 시즌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며칠간의 달콤한 휴식을 마친 안선주는 이번주 내에 제주도로 내려가 동계훈련을 시작할 예정. 체력 훈련을 통해 바닥난 체력을 회복하고 체중을 좀 더 줄인다는 계획이다. 1월 중순 경에는 일본 오키나와로 전지훈련을 떠나 2011년 시즌을 향한 본격적인 담금질에 들어간다.


“올 시즌 좋은 성적을 낸 만큼 내년에는 좀 더 잘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기에 부담도 되는 게 사실이에요. 사실 골프를 할 때는 모르지만 코스 밖에서도 항상 당당하지만은 않았던 듯 해요. 내년에는 좀 더 자신있고 당당한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려고요. 코스 안에서 잘 안 웃는다고 지적하시는 분들도 많았는데 더 많기 웃기 위해 노력할 테니 지켜봐 주세요.”

/easygolf@fnnews.com이지연기자

■사진설명=다이어트와 쇼트 게임 보강, 멘탈 트레이닝 등을 통해 성공적인 한 해를 보낸 안선주는 내년 시즌에는 더 많이 웃는 선수가 되는 것이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