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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에겐 특별한 ‘비즈니스 DNA’6가지

사람의 기질은 문화와 환경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한국인의 기질도 오랜 세월을 겪으면서 다져졌다. 흔히 한국인을 말할 때 “손재주가 좋다, 급하다, 자녀 교육에 극성이다…”라고 한다.

가는 쇠젓가락으로 작은 콩을 정확히 집어 먹을 수 있는 민족은 아마도 한국인뿐일 것이다. 1200년 전 신라 말 장보고의 선단이 청해진을 근거로 바다를 호령한 것을 통해 증명됐듯 한국인의 피에는 빼어난 해양 유전자(DNA)가 숨 쉬고 있다.

특별할 것도 없는 비빔밥을 즐겨 먹으면서 ‘융합’이라는 고유 특성도 갖고 있다. 그리고 ‘빨리빨리 문화’는 한국인의 DNA에 녹아 내려 급변하는 신기술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뛰어난 적응력을 낳았다.

한국인들이 만들어낸 삶의 궤를 통해 한국인의 ‘비즈니스 DNA’가 무엇인지 살펴봤다.

■‘쇠젓가락 DNA’

쇠젓가락 문화가 없었다면 자랑스러운 메모리 반도체 1위 기업 삼성전자는 존재하지 못했고, 현대자동차 글로벌 5위는 먼 미래에나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많은 사람이 반도체, 자동차 등 한국의 정밀·조립 산업 경쟁력의 배경을 쇠젓가락에서 비롯된 손재주에서 찾는다.

6세 꼬마가 가는 쇠젓가락으로 작은 콩자반을 정확히 집어 먹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그리고 밤이면 호롱불을 피워 놓고 잘 보이지도 않는 곳에서 뜨개질을 하거나 짚신을 만든다. 한시도 손을 쓰지 않을 때가 없는 게 한국인이었다. 그 후예들이 손재주가 좋은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D램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삼성전자가 세계시장의 35.4%를 장악해 1위를 기록하고, 하이닉스는 삼성전자에 이어 21.5%를 점유, 세계 시장의 절반을 우리나라가 차지하고 있다.

또한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난해 세계 판매량은 470만대를 웃돌았다. 혼다와 미국 포드 모터를 넘어 세계 톱5 안에 링크됐다. 반도체·자동차 산업을 떠받치는 힘은 쇠젓가락 문화에서 비롯된 한국인의 손재주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권오철 하이닉스반도체 사장이 국내업체가 세계시장의 절반을 장악하고 있는 메모리반도체를 설명하면서 “생각하면 할수록 메모리 반도체는 한국인의 DNA와 딱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보고·거북선 DNA’

한국을 ‘조선강국’이라고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한국이 조선 1위 국가가 된 것은 1200년 전 신라 말 장보고 선단의 전통을 이어받았기 때문이다.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을 거쳐 현대그룹 정주영 명예회장의 울산 조선소까지 장보고 정신과 기술이 계승·발전됐다는 평가다.

특히 장보고는 국가가 중심이 된 조공무역이 지고 민간무역 시대가 온다는 것을 예견했다.

실제로 한국 조선은 명실상부한 세계 1위다. 수주량과 건조량, 수주잔량 전 부문에서 2003년부터 2년간 모두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수주잔량만 보면 1998년 이후 7년째 1위다. 2004년 기준으로 수주잔량이 3337만CGT(표준화물선환산t수)로 점유율이 36.9%. 2위 일본과는 10% 가까이 격차가 난다.

거북선으로 대표되는 국내 조선 경쟁력은 장기액화 천연가스(LNG)선, 드릴십 등 고부가가치선박 세계 공급물량을 싹쓸이하는 것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 들어 우리나라가 수주한 LNG선은 44척으로 수주금액만 100억달러에 달한다. 원유시추선인 드릴십은 2000년 이후 전 세계에서 발주된 48대 가운데 우리나라가 47대를 수주했다. 선박 중 수익이 많이 남는 대표적인 고부가가치선을 한국이 ‘독식’한 것이다.

■‘비빔밥 DNA’

세계화 바람을 타고 외국인 사이에 비빔밥이 인기다.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당시 테이크아웃용 비빔밥 400인분을 준비했는데 세팅 전부터 각국 취재진이 찾기 시작해 1시간 만에 동이 났다. 행사 후 건강식 케이터링에 대한 문의도 끊이지 않았다고 하니 비빔밥의 우수성을 알린 좋은 기회였음에 틀림없다.

비빔밥은 온갖 식재료를 한데 섞어 비빔으로써 새로운 차원의 맛으로 창조해내는 한국민의 융합과 창의성이 발현된 상징적인 음식이다.

‘비빔밥 DNA’는 MP3폰, 고화질(HD) TV, 냉장고 등과 같은 하이브리드 제품에서 한데 버무려 이질을 동질로 만드는 한국인의 성공 열쇠로 이어졌다.

또한 ‘비빔밥 DNA’는 콘텐츠를 보는 시각을 달리 심어주기에 충분해 전기자동차, 차세대 고속철도, 에코스틸, 모바일 반도체, 차세대 디스플레이, 실감형 스마트TV 등 한국의 차세대 주력산업을 성공으로 이끌 한국인의 자산이다.

■‘정(情) DNA’

기업의 글로벌 현지화에서 가장 중요한 건 보편적인 감성이다. 기술도 중요하지만 기업이 세계로 뻗어나가기 위해서는 인류의 보편적 감성과 통하는 부분도 있어야 한다는 것. 동아시아를 제패한 한류를 통해 증명됐듯 한국인의 피에는 ‘정 DNA’가 숨 쉬고 있다.

실제로 주목되는 것은 특별할 것도 없는 오리온 ‘초코파이 정(情)’이 러시아, 중국 등에서 과자가 아니라 정을 나누는 마음이 됐고, 독특한 ‘情문화’는 월드컵 때마다 타인종들을 세계 곳곳에 자리한 한인타운으로 끌어들여 새로운 ‘붉은악마’로 재탄생시켰다.

또한 ‘대장금’ 등 한류 드라마는 동아시아인들의 피로를 풀어주는 감성에너지의 대명사가 됐다.

■‘빨리빨리 DNA’

한국인의 특성을 묘사하는 대표적인 단어 중 하나는 ‘빨리빨리’다. 이제까지 ‘빨리빨리’는 대체로 부정적인 뉘앙스로 쓰여 왔다. 식당에 들어가서 음식을 주문하고 금방 나오지 않으면 짜증을 내고, 식사도 무언가에 쫓기듯 15분 내로 해치우는 광경은 낯선 광경이 아니다.

그러나 ‘빨리빨리’는 ‘근면 성실한 한국인’이라는 대명사가 됐고 ‘빨리빨리’는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정보화사회에서 하나의 미덕으로까지 받아들여지기에 이르렀다.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는 이제 고쳐야 할 단점이 아니라 한국인이 급변하는 신기술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 적극적으로 변용하면서 세계적 경쟁력으로 평가되고 있다. 심지어 제프리 존스 전 주한 미 상공회의소 회장은 ‘IT강국 한국’의 배경을 한국인의 급한 성질에서 찾기도 한다.

■'고구려 철궁 DNA'

고구려는 동천왕 때(237년) 철기군을 세계 최초로 운영했다고 한다. 철기군은 무사와 말을 보호한 철갑 기술을 통해 탄생됐다. 당시 중국 등 다른 나라 철갑은 보통 판갑형으로 가죽 위에 쇠판을 붙인 데 반해 고구려 철갑은 비늘처럼 얇은 철편 수백 개를 붙인 것이다. 강도가 높으면서도 가벼워 세계 최고 철갑으로 평가받는다. 또한 고구려에서는 철궁도 사용했다고 한다. 탄소강을 수년 동안 제련해서 탄성을 극대화한 고구려 철궁은 유효 사거리가 400보(약 280m)에 달했다고 하니 당시 제련 기술은 현재와 비교할때 그다지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이 같은 고구려의 철궁 제조 기술은 오늘날 한국의 제철 기술로 이어져 실제로 지난 1973년 포스코의 용광로에서 쇳물을 만든 이후 최근 포스코가 용광로를 증설하고 현대제철·동국제강 등이 설비 능력을 확대해 한국이 지난해(11월 말 현재) 연간 철강 생산규모 세계 6위(5286만t)로 올라서는 배경이 됐다.

이 기간에 쇳물을 가장 많이 생산한 나라는 중국으로 5억7725만t을 생산했다. 이어 △일본(1억42만t) △미국(7388만t) △인도(6132만t) △러시아(6110만t) 등이 뒤를 잇는다.

/yoon@fnnews.com윤정남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