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2011 신년대담] 김무성-박지원 여야 원내대표에게 듣는다

정인홍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1.02 17:29

수정 2011.01.02 17:29

지난 연말에도 새해 예산안 강행 처리라는 단골 메뉴로 폭력 국회가 재연됐다. 여당은 '재정의 조기 집행'을, 야당은 '합의에 의한 처리'라는 나름의 이유를 내세워 자당의 행위를 합리화했지만 '국민'은 안중에도 없었다.

한국 국회는 언제쯤 '대화와 타협'이라는 정치의 기본적 속성을 제대로 이행하게 될까. 새해를 맞았지만 여전히 정치권은 한파가 지속되고 있다.

야당은 예산안 강행 처리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와 무효 처리, 4대강 반대를 내세워 다시 거리투쟁에 나설 참이고, 여당은 '마이웨이식' 행보로 여전히 야권에 국회 정상화를 위한 손짓을 보내는 데 인색하다.

올해도 정치일정은 험난한 편이다. 곳곳에 뇌관이 즐비한 상황. 당장 야권이 벼르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을 놓고 전운이 감돌고 있다.
야권은 '재협상 및 비준안 수용 불가'라고 마지노선을 그은 상태고, 여당은 국익을 앞세워 '비준안 통과'를 위한 전략에 고심하고 있다.

잠시 수면 아래에 잠복해있는 '개헌론'도 여차하면 다시 고개를 들 태세다. 여야 모두 '개헌 블랙홀'을 염려하며 조심스러운 입장이지만 그렇다고 마냥 외면할 수 없는 중대한 문제임을 인식하고 있다. 예산안 강행처리 속에 뒷전으로 밀려난 각종 민생법안도 널려 있다. 민생법안 처리 과정에서 여야 간 충돌에 의한 국회 파행도 점쳐진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여야 잠룡들의 행보도 관심거리다. 상황에 따라선 선거분위기 조기 과열로 여야 내부의 제 세력 간 알력도 예상된다. 이에 여야 협상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한나라당 김무성·박지원 원내대표 간 지상 대담을 통해 각 당의 새해 정국 운영 방향과 핵심 의제에 대한 전망 등을 들어봤다.<편집자 주>

―지난 연말 예산안 처리 이후 여야 간 경색정국이 지속되고 있다. 연초 정국 운영 방향에 대해 밝혀달라.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먼저 지난 연말 예산안 처리에 있어서 불가피하게 우리 국회가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 드려 무척 송구스럽다. 최선은 아니었지만 국가를 운영해나가는 집권 여당으로서 국민을 위한 차선의 선택이었다는 점을 이해해달라. 현재 여야 간 냉각기이나 구제역과 조류 독감 등의 가축전염병에 대한 강력한 예방 대책이 절실하고 산적한 민생법안을 처리하기 위해선 하루속히 임시국회를 열어야 한다.

국회 정상화를 위해서라면 여야 대표 간 회담이든 영수회담 제안이든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은 무엇이든지 다할 것이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국가의 도움이 가장 절실한 분들이 바로 어려운 서민들이다. 이명박 정부는 친서민정책을 한다고 하지만 가장 중요한 예산을 보면 반서민정부다. 서민을 위해서 민생예산, 복지예산이 필요한데 이명박 정부는 3년 연속 예산안 날치기를 하면서 젖먹이의 예방접종비, 결식아동 방학 중 급식비, 보육교사 수당, 대학생 등록금상환기금 등을 모두 삭감했다. 친서민정책, 복지를 위해서는 반드시 예산이 수반돼야 한다.

민주당은 부자보다 가난한 사람을,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을, 강한 사람보다 약한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의 날치기 예산을 바로잡는 노력을 끝까지 펼쳐 나가겠다.

―해마다 반복되는 연말 대치 정국을 해소하기 위한 국회 선진화 방안이 필요한데.

▲김 원내대표=현재 국회에는 국회에서의 폭력방지 및 질서유지를 위한 관련 법안이 4건 제출돼 있다. 여야는 머리를 맞대 당리당략을 버리고 정치적 이해관계가 관여하지 않는 선에서 국회 선진화를 위한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나라당은 국회 선진화 관련 법안 처리에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다.

▲박 원내대표=원내대표에 선출돼서 국민들께 '싸우지 않고 말로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연평도 포격 사건 때 국회에 출석한 총리와 장관을 먼저 정부로 돌려보내고 외통위와 국방위 소집을 요구했으며 구제역 확산에 대해서도 먼저 농수산식품위원회 소집을 요구하는 등 국정경험을 가진 성숙한 야당의 모습도 보였다. 다만 예산안에 대한 철저한 심사를 통해 여야 합의로 예산안을 통과시키는 새로운 전통을 만들려고 했던 뜻이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일방적인 3년 연속 날치기로 무산된 것은 매우 안타깝다.

―한·미 FTA가 올해 정치권의 최대 이슈 중 하나다. 처리 전망에 대한 견해는.

▲김 원내대표=미국의 의회 상정 추이를 봐야겠지만 발빠르게 처리하는 게 좋다는 판단이다. 당에서 후속조치를 잘 준비하고, 야당과도 충분히 대화해서 올 초부터 추진하겠다.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인 만큼 세계 양대 시장인 유럽연합과 미국시장의 수입 장벽을 허물고 경제영토를 가장 활발하게 확장하는 첫번째 국가가 돼 전 세계가 부러워하고 있다. 야당이 자동차 부문의 협상 내용을 갖고 문제를 삼는데, 우리는 올해 미국에 100만대를 수출하면서 미국산 자동차 1만대 정도를 수입했을 뿐이다. 무엇보다 자동차공업협회나 각 자동차 회사에서도 환영하고 있는데 야당이 생트집을 잡고 있어 안타깝다.

▲박 원내대표=한·미 FTA는 연평도 포격사건 이후 미국의 항공모함인 조지 워싱턴호를 서해에 불러놓고 쫓기듯 체결한 굴욕적인 협상이다. 정부도 글자 한 획도 고치지 않겠다고 호언장담했던 것에 대해 결국 잘못을 인정했다. 민주당의 당론은 이런 한·미 FTA 재협상 결과에 반대한다. 국회 외통위에 상정해서 협상 결과에 대해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 한나라당과 정부는 지난해 한·미 FTA 원안도 날치기 처리를 했지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했다. 만약 이번에 또 다시 강행처리 한다면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2012년 총선 및 대선 필승 전략이 있다면

▲김 원내대표=서로 사심 없이 공정한 평가를 통해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람을 공천하면 갈등이 생길 일이 없을 것이다. 당 공천제도개혁특위에서 잘 준비하고 있으니 과거와 같은 공천을 둘러싼 계파간 갈등 같은 것은 없을 것이라고 본다.

▲박 원내대표=오만한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고 한나라당에 맞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야권연합이나 연대가 필수적이다. 또한 이를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모든 야당과 재야세력이 마음을 열고 야권연대를 성사시키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새해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누락된 복지관련 예산 등 연초 추경예산안 편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김 원내대표=올 예산이 집행되는 초기인데 추경을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 부적절하다. 일단 집행 상황을 지켜보고 필요하다면 정부와 상의해서 추경 편성 여부를 결정하겠다.

▲박 원내대표=예산안에 대해서는 정부만 제안권이 있기 때문에 추경예산으로 다시 편성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정부 측에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결의안을 냈지만 정부에서 수용을 해서 어떠한 방법을 모색하지 않을까. 저희 민주당은 기대를 하고 있고 반드시 그렇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끝으로 국민들께 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 원내대표=우선 개헌문제에 대해서도 이른 시일 안에 야당 측과 진솔하고 긴밀한 대화를 나눌 것이며 불필요한 논쟁으로 국력이 소모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신묘년 한 해 모두 건강하시고 좋은 일만 있으시길 항상 응원하겠다. 새해에는 무엇보다 튼튼한 안보를 기반으로 서민 경제가 살아나고, 국민 여러분께서 평안하게 사실 수 있도록 한나라당이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다.

▲박 원내내표=무엇보다 장외투쟁 과정에서 민주당 지도부와 의원들, 당원들이 지금까지 이렇게 단합이 잘 이뤄진 경우가 없었다고 할 정도로 하나로 똘똘뭉쳤다.


국민들께서 젊은층, 특히 젊은 주부들이 높은 관심을 보여준 것이 성과라고 생각한다. 이제 민주당이 이달부터 234개 지방자치단체를 돌면서 소그룹의 이해당사자들을 만나 직접 설명하고 손을 잡는다면 더 큰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민주당이 정책정당, 대안정당으로 자리매김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정리=haeneni@fnnews.com정인홍 최경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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