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취업

[청년실업을 극복하자] (2) 日,알바로 먹고사는 청년 178만명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1.05 17:17

수정 2011.01.05 17:17

【도쿄=이병철기자】 지난해 12월 27일 일본 도쿄 세이부 신주쿠 근처의 네트카페(PC방). 저녁 9시쯤이 되자 사람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이들 중에는 다카시 요시(32)처럼 젊은 사람도 눈에 띄었다. 그는 현재 일본에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네트카페 난민이다. 낮에는 편의점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저녁에는 하룻밤에 3000∼5000엔 하는 네트카페, DVD방에서 숙식을 해결한다. 요시는 "도쿄에서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정상적인 주거생활을 할 수 없다"며 "대학 졸업 후 정규직 일자리를 찾지 못한 후 계속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간당 1200엔을 받으며 하루에 8시간 편의점에서 일한다.
그는 "일본의 젊은 프리터족들이 이곳을 많이 이용한다"며 "만화책과 영화도 볼 수 있어 생활하는 데는 크게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일본의 젊은층이 높은 실업률에 골병을 앓고 있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프리터, 부모와 함께 살며 무위도식하는 니트족이 사회적 문제가 된 지 오래됐다. 일본 정부는 최근에야 정부 차원에서 이들의 자립 지원에 나섰다.

레이코 고슈지 일본노동정책연구 및 연수기관 인재교육부문 책임연구원은 "프리터, 니트족은 지난 1990년부터 늘어났는데 일본 기성세대는 이를 젊은층의 의지 문제라고 생각했다. 사회 구조적인 문제라고 인식한 것은 2003년께부터"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15∼24세의 프리터족은 줄고 있지만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기간에 사회에 나온 25∼39세의 프리터 숫자는 정부 정책 이후에도 크게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우치노 와타루 일본생산성본부 노사관계실 실장은 "34세가 넘으면 안정된 일자리를 갖고 가정을 이뤄야 하는데 현재 이들이 비정규직 등에서 일하는 비중이 높아 저출산 등의 문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청년층 자립지원 중앙센터장인 사토루는 "일본의 청년실업 문제는 그동안 정부의 정책 부재가 한몫했다"고 단정적으로 말했다.

■'뒷북' 정부 대책 청년실업난 심화

일본의 청년실업 문제는 독특한 취업구조 시스템이 한 원인이다. 여기에 정부의 한 발 늦은 청년실업 대책이 겹쳐 사회적 환부로 확대됐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기업이 청년들을 채용해 교육, 활용하는 시스템이다. 국가는 개입을 최소화했다. 특히 대학생들은 졸업하자마자 바로 취직해 일을 했다. 바로 취직하지 못할 경우는 대부분 '괜찮은 일자리'를 찾지 못했다. 졸업 후 곧장 취업하지 못한 청년들은 평생 정규직으로 자리를 옮기기 어려운 시스템인 셈이다.

하지만 일본 경기침체로 기업들이 신규 인력 채용을 줄이면서 청년층은 일자리를 찾지 못한 채 비정규직이나 아르바이트를 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그대로 노출됐다.

사토리 센터장은 "대학 졸업 후 취업하지 못한 사람들은 일본 대기업에 들어갈 수 없는 시스템"이라며 "일본 기업들은 뭔가 부족해서 취업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취업준비 기간이 긴 사람은 뽑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정부 차원의 직업교육 부재도 청년실업의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사토리 센터장은 "청년실업을 개인적인 문제로 생각해 직업교육 등의 기회를 주지 않은 것도 일본 청년실업의 결정적 문제였다"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는 부랴부랴 지난 2003년 청년실업 종합대책을 제시했다. 청년들의 직업알선, 직업교육 등을 담은 정책이 그 효과를 보고 있지만 니트족은 줄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구직의사가 없는 니트족만 64만명

일본의 전체 실업률은 최근 몇 년 동안 5%를 유지하고 있다. 청년실업률은 지난해 15∼24세가 9.8%, 25∼34세가 7.3%로 전체 실업률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03년부터 15∼34세의 통계로 잡히는 실업자 수는 64만명으로 유지되고 있다. 프리터 숫자는 지난 2003년 217만명으로 최고를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는 178만명으로 조사됐다. 15∼24세의 프리터족은 2003년 119만명에서 2009년 87만명, 25∼34세는 2003년 98만명에서 지난해 91만명으로 줄어들었다.

니트족 수는 지난 2004년 64만명으로 최고를 기록한 후 지난해 63만명으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우치노 실장은 "정부 정책으로 프리터족은 조금씩 감소하고 있지만 아르바이트도 하지 않는 니트족은 그 수가 변하지 않고 있어 문제"라고 말했다.

■젊은층 소득 감소, 세수에도 부정적

젊은층의 비정규직 유입도 빨라지고 있다.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999년 25∼34세의 비정규직 일자리는 전체의 16%를 차지했지만 지난해에는 25.7%로 늘어났다.

우치노 실장은 "일본 전체 노동자 중 비정규직 일자리는 전체 노동자의 40%에 달한다"며 "장기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 일본의 노동생산성, 노동의 질 저하가 문제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전체 노동자의 25%가 연소득 200만엔 이하다. 사토루 센터장은 "일본에서 가정을 이루고 살아갈 수 있는 기본적인 연소득은 350만∼400만엔이다.
그러나 현재 연소득 200만엔 이하의 노동자들은 쉽게 가정을 이루지 못하고 있으며 이 현실은 국가 재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pride@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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