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건물주 주차장 무단개조, 세든 게임업체 “폭탄”

김성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1.06 17:20

수정 2011.01.06 16:03

‘게임물 심의 받으려면 이사 가라?’

게임업체가 정상적인 건물에 입주하고도 건물주가 주차장을 무단개조했다는 이유로 게임을 출시하지 못하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가 벌어졌다. 입주건물이 불법건축물이면 관할 관청이 게임제작업체로 등록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게임을 출시하려면 게임등급 심의를 받아야 하고 심의를 받기 위해서는 게임제작업체 등록증이 있어야 한다. 게임개발업체인 A사는 모든 심의관련 서류를 갖추고도 게임제작업체 등록증을 받지 못해 2개월을 허송세월해야 하는 위기에 처했다.

■왜 애꿎은 업체까지..“안타깝지만”

6일 A사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말 서울 상수동 C오피스텔에 입주, 연말까지 게임개발을 완료했다. 한국시장에 처음 게임을 출시하는 A사는 이달 5일 관할 마포구청에 게임제작업체 등록 신청을 했으나 거부당했다.
구청 건축과에 C오피스텔이 불법건축물로 등록됐기 때문이다.

구청에 따르면 C오피스텔은 A사 입주 한달 후 건물주가 주차장을 불법개조한 사실이 적발돼 건축법에 따라 영업행위 허가를 할 수 없도록 조치했다. A사 입주 후에 벌어진 일이지만 A사 역시 신규영업을 위한 등록이 불가능하게 된 것.

건물주는 2월 말까지 원상복구하겠다고 구청에 약속했지만 A사는 합법적인 건물에 입주하고도 2개월간 인건비, 임대료 등만 날릴 형편이다.

A사 대표는 “임차계약 전에는 이상이 없었는데 입주 이후 건물이 불법개조됐다는 이유로 세들어 사는 업체까지 피해본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신속히 출시, 영업활동을 해야 상황에서 손해가 막심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그는 “한시가 급해 밤낮으로 심의 관련 서류를 준비했는데 이렇게 억울하게 등록이 늦어지면 오히려 편법으로 입주계약서를 만드는 불법까지 조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구청 관계자는 “A사의 딱한 사정은 이해되지만 건축법상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조치할 수 있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며 “법이 바뀌지 않는 한 게임제작업체 등록증을 내주기 위해서는 건물주가 조속히 원상복구하거나 게임업체가 (합법적 건물로) 이사가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심의절차도 ‘산넘어 산’

게임등급 사전심의절차 자체도 고칠 게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초 신청 자체만 온라인으로 할 뿐 공인인증서 발급 등을 위해 담당자가 여러 곳을 뛰어다녀야 하기 때문.

A사 대표는 사전심의를 신청하기 위해 게임물등급위원회(등급위) 홈페이지에 회원가입을 신청했지만 ‘심의 전용 공인인증서’가 필요했다.
그러나 공인인증서를 받으려면 사업자 등록증과 신청서를 들고 직접 관련 공인인증서 발급업체에 찾아가 내야만 했다. 앱스토어 등 오픈마켓 등록을 위해 등급위에 서류를 제출했으나 빠진 게 있어 수차례 서류를 다시 갖춰야 했다.


A사 대표는 “외국에 출시해오던 게임을 한국에서 출시하기 위해 두달간 한글화하는 등 공을 들였는데 절차가 너무 번거로워 당혹스럽다”며 “우리나라처럼 게임을 사전심의하는것 자체가 불합리한데 절차까지 번거롭다면 토종게임을 한국시장에서 보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ksh@fnnews.com김성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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