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거 100주기 말러
올해는 실로 말러의 향연이다. 지난해 '탄생 150주년'에서 올해 '서거 100주기'로 호재를 갈아탄 구스타프 말러(1860∼1911)의 연주가 봇물처럼 쏟아진다.
말러 깃발을 드높이 휘날리고 있는 연주단체는 서울시향이다. 말러 연주를 위해 지휘자가 됐다고 말하는 정명훈이 선봉이다. 지난해 교향곡 1·2·3번을 선보인 데 이어 올해는 나머지 여섯 곡(4∼9번,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무대에 올린다. 오는 14일 교향곡 4번, 21일이 5번이다. 4번 연주에선 소프라노 리자 밀네가 독창자로 나선다. 5번 연주 날에는 말러 연주에 앞서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모차르트 협주곡 20번으로 보너스 즐거움을 안긴다.
서울시향은 봄여름 잠시 '말러 휴지기'를 가진 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할 무렵 다시 폭풍처럼 말러 도전에 나선다. 10월 20일 6번, 11월 11일 7번으로 불을 지핀 뒤 12월 9일 9번, 12월 22일 8번으로 대미를 장식한다. 이 중 7번 교향곡은 부지휘자 성시연이, 나머지는 모두 정명훈 예술감독 몫이다.
'악단 중의 악단'으로 꼽히는 사이먼 래틀의 베를린필하모닉의 11월 내한공연 첫날(1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연주곡도 말러다. 래틀은 말러 교향곡 9번으로 지휘봉을 잡는다. 정명훈이 이끄는 서울시향의 말러 9번보다 대락 한 달 앞선 연주다. 개성 강한 해석으로 주목받는 래틀과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거장 정명훈의 말러를 비교해 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
서울시향의 '말러 휴지기'엔 금호아트홀의 말러 공연이 '말러리안(말러 추종자)'을 파고든다. 5월 12일부터 4주간 '말러의 부활'을 선보인다. 금호아시아나솔로이스츠가 말러 가곡과 실내악을 연주하고 이어 TIMF앙상블이 말러 교향곡 4번 실내악 편성을 선보인다.
■탄생 200주년 리스트
훤칠한 키에 잘생긴 외모의 헝가리 출신 음악가 프란츠 리스트(1811∼1886). 그는 실력과 흥행을 겸비한 슈퍼스타 연주자였다. 숱 많은 머리칼을 휘날리며 무대 가운데로 저벅저벅 들어서는 순간부터 객석은 숨을 멈췄다. 리스트의 쇼맨십은 예측 불허였다. 손에 낀 가죽장갑을 재빨리 벗어던지면서 웃옷의 옆자락을 튕기듯 뒤로 젖히고 피아노 의자에 앉기도 했다. 독주회는 늘 성황이었고, 열성 팬들은 환호하다 지쳐 기절할 정도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 리스트 곡으로 새롭게 도전에 나서는 이는 '건반 위의 구도자' 백건우다. 백건우는 한 작곡가를 집중 탐구하는 피아니스트로 유명하다. 주제로 잡은 작곡가마다 내면 깊숙이 들어가 건반 위로 그의 실체를 길어올린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 메시앙의 '아기 예수를 바라보는 20개의 시선' 전곡 연주 등은 클래식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는 오는 6월 19일과 2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리스트 곡만으로 리사이틀을 꾸민다. 연주 타이틀이 '백건우, 그리고 리스트'다.
■국내 초연 바그너 오페라
최근 작품을 올릴 때마다 '초연' 꼬리표를 붙이고 있는 국립오페라단이 새해 들고 있는 비장의 카드는 리하르트 바그너(1813∼1883)다. 이소영 단장이 이끄는 국립오페라단의 키워드는 다른 무대에선 볼 수 없는 '실험작' '문제작' 정도 된다. 이 색깔은 새해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국립오페라단이 오는 6월 29일부터 7월 10일까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무대에 올리는 '지그프리트의 검'은 바그너 장편 '니벨룽의 반지' 중 '지그프리트' 편을 각색한 어린이용 오페라다. 오페라 부제는 '바그너는 어린이의 친구'. 국내 초연으로 지난해 선보인 라벨의 '어린이와 마법'을 잇는 '어린이오페라 시리즈' 2탄에 속한다. 북유럽 신화 '지그프리트'가 소재인 '니벨룽의 반지'는 '라인의 황금' '발퀴레' 등 4편으로 구성된 오페라 사상 기념비적인 초대형 작품이다.
바그너의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은 1974년 국내 초연 이후 36년 만이다. 죽지도 못하고 영원히 바다를 떠돌아야 하는 네덜란드 선장에 관한 전설을 기반으로 한 가극이다. 바리톤 사무엘 윤과 테너 정호윤이 이 무대를 채운다.
/jins@fnnews.com최진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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