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北 언제든 재도발..우리경제 체력 강해 영향 제한적”

박인옥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1.10 16:49

수정 2011.01.10 16:49

지난해 11월 23일 북한이 서해 연평도 포격 도발에 이어 재도발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 새해 들어서도 군사적 긴장이 가시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한 경제 주름살 우려도 여전하다. 파이낸셜뉴스는 북한의 재도발 가능성, 한반도 긴장 등이 올해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경제·국방 관련 전문가들과 지상좌담회를 통해 진단한다. <편집자주>

―지난해 북한 도발이 한국 경제에 미친 영향은.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장(이하 동 팀장)=연평도 포격사건은 예전의 북한 도발과는 달리 한반도에서 군사적 충돌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다. 잠재돼 있는 북한발 리스크 두 가지 즉 북한체제 붕괴 및 전쟁 발발 가능성 가운데 한 가지가 현시화(顯示化)됐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금융권 특히 외국 자본의 시각에 변화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눈에 보이는 악영향이 나타난 것은 아니지만 외국 자본의 한국 진출에 대한 불안감은 현저히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김태우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이하 김 위원)=단기적으로는 대북사업에 종사하는 기업을 제외하고는 북한 도발이 한국 경제에 미친 파장이 크지 않았다. 주식시장도 잠시 출렁거렸을 뿐이고 국제신용평가기관들 평가에도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한국은 수십년에 걸쳐 북한 도발에 시달려왔지만 전면전으로 확대되지 않았고 위기 때마다 한반도와 주변지역 정세가 흔들렸지만 정부와 군이 어느 선에서 확전을 막았다.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도발로 국민은 최악의 안보 불안을 느꼈지만 ‘이번에도 어떻게든 무마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경제활동의 안정을 가능하게 한 주요인이었을 것이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이하 배 본부장)=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 시 단기적 영향은 거의 없었다. 이들 사건이 터진 다음날 금융시장 지표는 모두 견조한 모습을 보였다. 다만 증시와 환율 등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로 기업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 우려가 있었다. 신용등급은 북한 도발에도 불구, 유지 또는 상향 조정됐으며 대외무역상에도 큰 영향이 없었으나 남북경협 등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최창규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이하 최 교수)=북한의 연평도 포격이 우리 영토와 민간인들에게 직접 가해진 것은 매우 심각한 일이다. 이로써 우리 금융 및 외환시장에 불안을 야기했고 우리나라의 안보 리스크를 높여 한국 경제에 악영향으로 작용했다.

―북한 재도발 가능성과 형태는.

▲동 팀장=분단 이후 북한 도발은 지속돼 왔다. 한반도 내에서의 도발, 한반도 밖에서의 도발, 정면 도발, 게릴라식 도발 등 형태나 방식도 다양한 형태를 띠었다. 새해에도 도발 가능성은 열려 있다. 남북분단은 그 만큼 불안정함을 의미한다. 형태는 예측하기 어렵다. 항상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북한이 가진 대내적·대외적 도발 동기는 새해에도 그대로 유효하다. 대내적으로 북한정권은 화폐개혁 실패와 고질적 식량난으로 ‘흰 밥에 고깃국’ 약속이 공허하게 들리는 상황에서 김정은 후계구도를 공고히 해야 하는 막중한 과제를 떠안고 있다. 대외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햇볕정책으로 회귀시키기 위한 기싸움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으며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분쟁 대상으로 각인시킴으로써 ‘분쟁 거리’를 유지하고자 하는 동기도 그대로 갖고 있다. 북한 도발 형태를 예상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다만 군사적 상식으로 언급한다면 북한이 이미 잠수함 침투, 어뢰 공격, 포격 등의 수법을 사용했기 때문에 앞으로는 이와 다른 항공기에 의한 공중 강습, 미사일 발사, 특수부대 침투에 의한 후방 테러, 상륙강점 시도 등을 우려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다.

▲배 본부장=외교안보연구원의 ‘2011년 국제정세 전망’에 따르면 올 초반에는 북한의 재도발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지만 이후 남북관계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경우 다시 도발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재도발을 시도할 경우 국지적으로 그칠 것으로 예상되며 3차 핵실험 등 북핵문제를 바탕으로 하는 이슈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재도발을 한다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동 팀장=도발 형태에 따라 미치는 영향이 다르겠지만 예전에 비해 단기간에 미칠 영향의 폭은 클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그만큼 군사적 충돌에 대한 불안요인이 현시화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 도발이 확전 형태로 발전하지 않고 단기적 도발에 그친다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제한적일 것이다. 한국 경제가 북한 리스크에 대해 내성이 생긴 면도 있지만 한국 경제의 체력이 강해진 것도 한몫을 하고 있다.

▲김 위원=북한 도발이 미치는 단기적 파장은 크지 않지만 중장기적 차원에서 보면 달라질 수 있다. 새해에도 연평도 포격과 같은 심각한 도발이 연이어 발생한다면 안보 전반에 걸쳐 포괄적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외국인 투자 위축과 휴전선 지역 부동산 하락 등이 예상된다. 또 신냉전 구도 부상이 심화된다면 중국이나 러시아와의 경제교류도 위축될 것이다. 국방비 부담이 늘어나면서 복지예산 등 축소도 우려된다. 국민의 심리적 불안감은 국내 경제 전반에 위축을 가져올 것이다.

▲배 본부장=북한이 재도발할 경우 그 크기나 내용, 상황에 따라 차이를 보이겠지만 기존 상황 수준에서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같은 북한 도발이 반복돼 한반도의 긴장 수준을 높이면 외국인 자금의 이탈 규모가 커지면서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최 교수=일시적으로는 급격한 자본 유출과 이로 인한 금리 및 환율 상승으로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높아지게 되고 국가 리스크도 커지면서 대외자금 조달 비용도 높아질 것이다. 도발이 지속될 때는 중장기적으로 경제성장률 하락과 실업률 증가 등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

―재도발에 따른 경제 악영향 최소화 방안은.

▲동 팀장=한반도와 같은 분단 상황에서는 위기관리가 체질화돼 있어야 한다.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이 필요하다. 하나는 예측 가능한 위기가 발생하는 경우와 예측이 어려운 위기가 발생하는 경우다. 예측 가능한 범위의 위기는 사전에 위기 발생 징후를 포착할 수 있다. 북한 핵실험이나 미사일 실험발사, 서해교전 등이 이런 유형이다. 이는 사전 경고와 예방을 함으로써 막상 위기가 발생했을 때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사전에 위험요인을 분산시키는 게 필요하다. 문제는 예측하기 어려운 위기의 경우인데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이 해당한다. 이 경우 신속하고 철저한 사후 대처가 중요하다.

▲배 본부장=국제금융, 국내금융, 수출, 원자재, 물가 등 분야별 대응 시나리오 마련이 필요하다. 특히 석유나 원자재 등의 원활한 수급을 위해 원유 비축량을 늘리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 정부가 연평도 도발 이후 경제·금융분야 등을 모니터링하는 24시간 비상대응체계를 가동했는데 이는 북한 도발에 따른 경제 악영향을 최소화하는 정책으로 평가할 수 있다. 또 외국자본 유·출입 규제와 외화보유액 확충을 통해 외국자금 이탈 대응책이 마련돼야 한다.

―주변 4강의 경제정책 변화 가능성과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동 팀장=주변국들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수준으로 인해 경제정책 특히 한국에 대한 경제정책을 바꿀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고 본다. 한국과의 경제적 교류 자체가 이제는 주변국들에도 큰 비중을 차지, 오히려 한반도에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이들 국가가 입을 수 있는 피해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김 위원=북한 도발이 가져올 동북아 지형 변화로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것은 신냉전 구도의 부상이다. 남북간 군사충돌은 북·중·러라는 북방 삼각형과 한·미·일이라는 남방 삼각형 사이의 갈등으로 비화되곤 했다. 한국 입장에서 보면 신냉전 구도의 부상은 적지 않은 딜레마를 강요한다. 한·미동맹과 한·중관계를 양립시키는 것이 한국의 생존 전략이다. 한·미동맹이 최악의 사태로부터 한국을 지켜주는 안보의 중요한 축이며 중국 역시 한반도 운명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쳐 온 인근 강대국으로서 반드시 공생해야 할 대상이다. 그럼에도 북한 도발로 인해 한·미동맹이 결속될수록 중국이나 러시아와의 관계는 소원해질 수 있어 딜레마에 처하게 된다. 북한 도발이 한·중관계를 악화시키고 천안함 피격 및 연평도 도발 직후 그랬듯이 양국 국민간 감정 싸움을 부추기게 되면 한·중간 경제교류는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최 교수=북한의 군사적 도발이 지속될 경우 미국과 중국간 관계가 악화되고 이로 인해 한반도 주변에서 전쟁 위험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 성향을 자극, 글로벌 경제회복을 어렵게 만들 것이다. 이 경우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에 매우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향후 바람직한 남북관계 개선 방안은.

▲김 위원=북한은 통일의 동반자이고 동족이지만 동시에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파괴하는 주적이라는 얼굴도 갖고 있다. 따라서 한편으로는 동족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가급적 평화적으로 매사를 해결하고 화해 협력을 모색하는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 또 주적의 얼굴을 직시하면서 안보 위협에 대해서는 대쪽 같은 자세로 대비해야 한다. 이 상태에서 북한 행보를 바꾸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북한정권과 주민을 분리, 포용하면서 북한에 더 많은 민주화와 인권이 유입되도록 도와야 한다. 민주화되고 인권이 개선되면 우리가 원하지 않아도 북한정권 행보는 바뀌게 될 것이다.

▲배 본부장=주변국과 공조를 통해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 북한 역시 핵개발 포기 등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 경제성장은 튼튼한 안보 확립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한시도 잊어서는 안된다.


▲최 교수=북한 동포들이 흰 쌀밥과 고깃국을 먹기 위해서라도 북한은 반드시 개혁·개방으로 나가야 한다. 북한은 군사적 도발과 관련한 책임자 처벌 등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을 향한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이제는 국민이 진정성 없는 남북관계 개선을 믿지도, 용납하지도 않을 것이다.

/정리=pio@fnnews.com박인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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