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정보통신

한국,와이브로 투자만 강요하다 4G 경쟁서 뒤처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1.10 21:55

수정 2011.01.10 21:55

미국 버라이존과 일본 NTT도코모가 각각 지난해 12월 4세대(4G) 이동통신 LTE(Long Term Evolution)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세계 이동통신 시장이 4G경쟁 시대로 본격 접어들었다.

그러나 3세대(3G)이동통신,와이브로(휴대인터넷)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면서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를 주도하던 국내 이동통신 업체들은 내년에나 4G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을 세우고 있어 세계시장에서 한국의 ICT 인프라 주도권을 내놓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현지시간)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 가젼쇼 ‘CES 2011’은 버라이존과 AT&T, T모바일등 주요 이동통신회사들이 4G 서비스 계획을 홍보하고 삼성전자, LG전자, 모토로라등이 4G용 스마트폰, 태블릿PC등 신제품을 소개하는 ICT 경연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CES 2011’을 기해 올해가 4G 서비스의 원년임을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업계 한 전문가는 “’CES 2011에서 본 4G 동영상서비스, 동영상 광고, 스마트워크등은 올해부터 모바일 혁명의 대중화가 이뤄지고,4G 네트워크 기반이 될 것으로 예측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4G시대 초입에 한국의 통신업체들은 손을 놓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SK텔레콤, KT, LG U+등 국내 이동통신업체들은 올 7월이 돼야 4G 망 투자를 시작할 수 있다. 상용서비스는 일러야 내년초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이동통신 업계 한 전문가는 “한국 통신업체들이 스마트폰을 뒤늦게 받아들였지만 불과 1년사이 700만명 이상 사용자를 끌어모으고 응용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 개발, 유통을 위한 장터 구축, 전자결제 사업 같은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었던 원인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3G 이동통신망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ICT산업의 핵심 경쟁력은 잘 갖춰진 인프라인데 4G시대가 열리고 보니 국내 통신업체들의 인프라 경쟁력은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업체들보다 한 발 뒤져있는게 확연히 눈에 띈다”고 지적했다.

삼성·LG전자등 국내 휴대폰 업계 관계자들은 “3G시대만해도 세계에서 가장 앞선 한국의 인프라를 통해 각종 휴대폰이나 서비스를 시연할 수 있었는데 4G 시대에는 한국의 인프라를 활용하려는 생각을 못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세계 주요 이동통신업체들은 이미 4G에서만 즐길 수 있는 동영상 응용서비스등을 개발하고 있는데 반해 국내 업체들은 아직 망투자도 시작하지 못해 국내 업체들의 서비스 경쟁력이 걱정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이동통신 업체들의 인프라 경쟁력이 뒤떨어진 첫번째 원인은 이동통신 업체들이 지난 3∼4년간 인프라 투자와 새로운 서비스 개발 같은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한 투자는 뒤로 한채 좁은 국내시장에서 가입자 늘리기를 위한 휴대폰 보조금 경쟁에만 몰두했기 때문이다. 한정된 수입으로 투자와 보조금 경쟁을 양립하기 어려우니 당장 눈앞에 보이는 실적 경쟁에 집중했던 게 결국 2011년초 벌어지고 있는 4G 경쟁에 소외되는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이다.


와이브로를 토종기술이라고 추켜세우며 와이브로 투자만 강요하다보니 세계 이동통신 주력기술인 LTE로 쓸 수 있는 주파수 할당이 늦어졌고, 결국 투자도 지연되는 결과를 초래한 셈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나서 보조금 경쟁을 줄일 수 있는 강력한 정책을 펴는 것과 함께 4G의 원활한 진화를 위한 통신망 투자 활성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4G의 핵심인 무선인터넷 시장에서 투자유인을 확대할 수 있는 통신망 이용대가 기준을 마련하고 와이브로를 이용한 새 사업자를 허가할 때도 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정책을 반드시 감안해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cafe9@fnnews.com이구순 권해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