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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활주로 지정번호가 바뀌는 이유를 아십니까

지구의 ‘자극(磁極·지구 자기장의 북극과 남극)’이 천천히 이동 중이다. 이로 인해 자기장의 변화가 일어나면서 인류의 생활도 크고 작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지구는 철로 이뤄진 핵을 갖고 있다. 특히 지구는 핵의 외부가 계속해서 회전하기 때문에 자기장을 유지하게 된다. 그 덕분에 남북 자극이 존재한다.

인류는 이를 이용해 수천년 동안 여러 측정활동을 해오고 있다. 남·북극을 가리키는 나침반을 이용해 동서남북을 파악하고 길을 찾는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두 자극은 조금씩 이동한다. 예를 들어 현재 북자극은 북해에서 시베리아쪽으로 매년 55㎞가량 이동하고 있다. 따라서 해마다 0.2도 정도의 각도 변동이 일어나게 된다.

이런 변화가 실생활에서 크게 느껴지지 않을 듯하지만 이미 우리 주변에서 실질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공항 활주로의 지정번호들이 변경되고 있는 것.

활주로들은 나침반의 극을 기준으로 지정된다. 비행사들은 이를 이용해 어느 활주로에서 이·착륙을 해야 하는지를 공지받게 된다. 약 5년마다 1도씩 나침반의 방향이 달라지기 때문에 활주로들의 지정번호도 계속해서 바뀐다. 만일 이것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엉뚱한 활주로에 착륙하는 등 대형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지상 레이더기지나 해양탐사 등에 쓰이는 관측기기들도 기준을 재조정해야 한다.

지구의 자극 이동이 심해질 경우 자극의 남북이 아예 바뀌게 된다. 그 과정에 일부 자기장이 약해져 현대문명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약 78만년 전에도 자극의 남북이 뒤바뀐 적이 있다. 원래 약 30만년마다 한 번씩 자극이 뒤바뀌어야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60만년이 넘는 기간 아직 그대로다.

이런 자기장과 자극의 변화가 일어날 경우 인류 문명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해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다.

한국천문연구원 태양우주환경연구그룹 조경석 박사는 “자극의 뒤바뀜이 대참사를 불러오진 않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일부 지역의 자기장이 약해질 경우 양폭풍 때문에 자기장이 버티지 못하고 밀리거나 교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유해한 전파나 물질이 외부에서 지구로 유입되며 통신이 마비되거나 위성궤도가 변경되는 등 여러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조 박사는 “지난 수십만년 동안 누구도 자극의 뒤바뀜을 경험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인체나 기계문명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알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kueigo@fnnews.com김태호기자

■사진설명=지구의 자극은 공항 활주로나 여러 측정기기들의 기준점을 변경시킨다. 이동현상이 심해질 경우 지구의 자기적 남북극이 아예 뒤바뀔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