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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e―북시장 미래는 가시밭길?

권해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1.12 05:25

수정 2011.01.11 21:28

스마트폰, 태블릿PC의 확산으로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됐던 국내 전자책(e북) 시장이 신간서적 부재, 각기 다른 디지털저작권관리(DRM) 체계 등 ‘장벽’으로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9년 말 스마트폰 활성화 시기에 콘텐츠 생태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해 외국업체들에 시장 주도권을 내줬던 일이 e북 시장에서 그대로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1일 도서 출판·유통업계에 따르면 매월 출판사들이 내놓는 2000여종의 신간서적 가운데 e북으로 제공하는 도서는 10종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판사와 유통업체의 치열한 주도권 다툼 때문에 신간 서적 중 1%도 e북으로 만나보기가 어려운 상태인 것.

대형 출판사와 교보문고, 인터파크, KT 등 e북 유통업체들이 서로 다른 DRM을 적용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DRM은 불법복제로부터 e북을 보호하고 투명한 정산체계를 갖추기 위해 적용하는 안전장치다. DRM이 각기 다르다 보니 독자들은 하나의 장터만 이용할 수 있고, 다른 e북 유통서비스를 이용하면 개별 기기에서 호환이 되지 않아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한 e북 유통업체 팀장은 “DRM을 추가로 지원하려면 초기 e북 서비스를 위한 플랫폼 구축 비용의 30∼50%를 추가로 투자해야 한다”며 “소비자 편의성을 위해 DRM과 e북 포맷을 표준화하는 일이 시급한데 출판사나 유통업체나 자기 DRM을 포기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고 사정을 털어놨다.

신간 e북의 부재와 서로 다른 DRM은 소비자들에게 폭 넓은 서적을 제공하는 시장을 만들 수 없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최근 e북 서비스 업체들이 장르별 도서를 묶어 싼 가격에 제공하는 묶음 상품을 선보이고 있지만 신간이 포함되지 않아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그런가 하면 국내에서 MP3 음악, e북, 영화 등 디지털콘텐츠는 ‘공짜’라는 인식과 함께 불법복제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 점도 문제다.
미국에서 구글이 DRM 없이도 출판사들과 거대한 연대를 형성할 수 있는 것과 달리, 국내에선 출판사들이 독자 DRM을 고수하고 e북의 낮은 가격 때문에 제공을 꺼리는 상황이다.

e북 유통업체들은 개인 저자를 육성해 콘텐츠를 다양화하려고 하지만 아직까지 시장에서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고 사업자등록 절차도 번거로워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업계 선두 출판업체 100여곳이 연대해 운영하고 있는 한국출판콘텐츠(KPC)의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출판사와 유통업체들의 주도권 다툼 때문에 e북 생태계가 원활히 갖춰지지 않고 있다”며 “글로벌 기업들이 e북 시장에서 영역 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는 만큼 이에 대응하기 위한 업계의 적극적인 협의와 정부의 중재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postman@fnnews.com권해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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