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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을 극복하자] (4·끝) ‘대학문’보다 ‘진로’ 열어주는 교육을

청년실업 문제는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고질적 '화두'다. 각종 해결방안을 내놓고 있으나 좀처럼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우리 정부도 새해만 되면 다양한 청년실업 해소방안을 쏟아낸다. 일단 발표 문구는 화려하다. 2012년까지 청년 일자리 7만개를 만들고 유연근로 확대 등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를 활성화하겠다고 했다. 또 현장에 필요한 인력양성을 위한 특성화고교 지원 및 대졸자 취업아카데미를 운영하겠다는 내용도 담았다.

하지만 반응은 냉담하다. 정부의 정책이 이름과 내용만 살짝 바꾼 재탕·삼탕의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기존 정책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면 점검을 통해 방향을 바꾸거나 보완해야 하는데 이러한 모습도 보기 힘들다. 이로 인해 '올해는 혹시'란 기대가 '역시나'란 실망으로 돌아온 사례를 청년들은 수없이 경험했다.

전문가들은 '청년실업'이란 지병은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등 종합적인 국가 시스템의 오작동으로 빚어졌으므로 '단기·땜질적인 치료'로 해결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한다. 포퓰리즘 정책은 다람쥐 쳇바퀴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습 중심의 교육시스템 개혁과 중소·중견기업의 육성, 질 좋은 혹은 숨은 일자리 창출, 노동시장 유연화 등 미래지향적 시각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물론 대기업과 공공기관 등 이른바 '괜찮은 일자리'만 찾으려거나 무조건 4년제 대학을 고집하려는 국민의식의 변화도 요구된다. 하지만 이조차도 정부 정책과 기업의 채용 형태 개선이 선행되지 않으면 기대하기 어렵다.

■근본적인 교육시스템 변화 필요

전문가들은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우선 고학력자를 양산하는 교육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꼬집었다. 학생의 진로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무조건 대학에 보내고 보자는 사회분위기로 인해 청소년들의 직업의식이 실종됐다는 것이다.

직업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인 대학졸업자의 팽창은 그 수치만큼 고학력 실업자를 만들어 냈다. 반면 대학진학률 상승은 기업의 고졸인력 채용 감소를 유도했다. 이는 다시 대학진학률을 부추기는 악순환으로 연결되고 있다.

이러다보니 청년들은 자신의 능력과 상관없이 대학 졸업장 하나만으로 요구임금 수준을 올리고 이에 따라가지 못하는 중소기업을 아예 쳐다보지 않는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국내 인력을 채용하고 싶어도 사람을 구하지 못해 결국 외국인 노동자를 일터로 불러들이는 현상이 비일비재하다.

국내 유일 인쇄회로기판(PCB) 토털 솔루션 이오에스(EOS) 김미경 대표(37·여)는 "언론보도를 보면 청년실업 문제가 연일 보도되지만 정작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일손을 구하는 게 가장 큰 걱정거리"라고 토로했다.

실제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가 발표한 지난해 3·4분기 취업자격 체류 외국인 현황을 보면 54만6954명이 합법·불법으로 국내에서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통계포털의 2009년도 기준 15∼29세 청년이 가장 선호하는 직장 조사에 따르면 28.6%가 국가기관을, 17.6%는 공기업(공사 등)을 선택했다. 비교적 고용안정성이 높은 곳이다. 또 대기업은 17.1%, 외국계 기업 4.3%, 전문직 기업은 14.1%에 달했으나 중소기업은 1.9%에 그쳤다.

금재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10년 전만 해도 4년제 대학 진학률이 25%에 불과했는데 현재는 60%를 훌쩍 넘고 있다"면서 "모든 청년들이 대학생이니 자연스럽게 취업 눈높이도 올라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괜찮은 혹은 숨은 일자리 찾아야

전문가들은 초기 교육부터 학생들이 '무조건 대학'이 아니라, 자신의 진로를 명확히 설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대학은 기업의 요구조건에 맞는 인재를 길러낼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는 평생교육시스템을 정비, 전문계고 졸업자도 취업 이후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기회를 폭넓게 제공해야 한다.

독일의 경우 '2원적 직업교육훈련', 즉 아우스빌둥(Ausbildung)을 1500년대부터 시행해 오고 있다.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지 않는 학생은 의무교육이 끝난 만16세부터 3년 동안 1주일에 3∼4일 기업 생산현장에서 일하면서 1∼2차례는 공립학교의 이론 수업을 듣는 제도다. 미국과 영국도 학년별 기업가 정신 교과목을 설치해 운영 중이다.

독일 연방노동청 롤프 슈타일 함부르크 청장은 "독일은 항상 청년과 기업이 함께 호흡한다. 학생이라고 공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통해 회사 시스템 및 경영을 배우고 있다"면서 "이것이 한국과 다른 점"이라고 지적했다.

또 괜찮은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만들고 숨은 일자리도 찾아야 한다. 적정 임금과 고용안정 등이 보장되는 양질의 직장을 확충함으로써 고학력 실업자를 고용시장으로 진입시켜 인력수급의 구조적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는 뜻이다.

'중소기업 취업백서'와 같이 근무환경이 대기업에 뒤지지 않는 우량 중소기업을 끊임없이 소개해 중소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 및 대기업 중심의 직업의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고용노동부의 조사결과, 2009년 하반기 중소기업은 농어업 및 단순노무직을 제외하고도 15만2000여명의 인력이 부족하고 이 가운데 각종 기능보유자, 기계조작원, 조립원 등 고졸 기능인력은 6만7000여명이 모자라는 것으로 집계됐다.

금 연구위원은 "우리는 괜찮은 일자리라고 하면 공기업 아니면 대기업이며 그 외에는 대체적으로 근무여건이 열악한 중소기업"이라며 "튼튼한 중견기업을 키워내지 않으면 결국 좁은 입구로 많은 청년들이 몰릴 수밖에 없다"고 풀이했다.

삼성경제연구원 손민중 수석연구원은 "공신력 있는 정부기관이 우량 중소기업을 홍보함으로써 인력난을 겪는 우량 중소기업과 청년구직자를 연결하는 맞춤형 취업지원 서비스를 진행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적극적인 노동 유연성 보장돼야

하지만 높은 임금과 뛰어난 복지가 무조건 '괜찮은 일자리'는 아니라는 의견도 있었다. 잡코리아 김화수 사장은 "자신의 역량을 보다 자유롭게 펼칠 수 있다면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괜찮은 일자리"라며 "물론 기업은 투자여건을 개선해야 하고 투자프로그램을 일자리 창출형으로 설계해나가도록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노동시장이 사회·경제적 변화에 발맞춰 옷을 갈아입는 유연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노동시장이 경직되면 기업은 해고가 어려운 정규직 채용을 꺼리고 상대적으로 비정규직, 임시직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는데 현재 우리 상황이 이렇다는 얘기다.


우치노 와타루 일본생산성본부 노사관계실 실장은 "비정규직이 늘더라도 사회보장제도가 뒷받침돼야 하며 영원한 비정규직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jjw@fnnews.com정지우기자

■사진설명='벤처코리아 2010'이 지난해 10월 서울 행당동 한양대학교에서 열렸다. 취업을 앞둔 대학생들이 채용 게시판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김범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