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에너지 낭비는 세계적인 수준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에 따르면 2008년 기준 국민총생산(GDP) 대비 한국의 전력 사용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1.7배에 달했다. 반면 일본은 0.61배에 그쳤다. 1인당 연간 전력 소비량도 7607㎾h로 국민소득이 2배인 일본(7373㎾h)을 앞질렀다. 제조업 부문의 부가가치 대비 전력사용량도 한국을 100으로 봤을 때 일본·독일은 45, 미국은 68에 불과하다.
전기 과소비는 원가를 밑도는 싼 요금이 부추긴 결과다. 정부는 산업용의 경우 수출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일반용은 물가관리 차원에서 억눌러 왔다. 값싼 전기료는 그 자체론 바람직하지만 시장질서를 왜곡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정부는 전기료 현실화의 일환으로 올해 원료비 연동제를 도입하고 내년엔 요금체계를 전압별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가계와 기업의 전기료 부담을 높이는 것과는 별도로 정부가 해야 할 몫도 있다. 꼭 1년 전에도 최 장관은 전기 절약을 호소하는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날짜(12일)까지 똑 같다. 예비전력이 400만㎾ 이하로 떨어지면 비상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경고나 한파 핑계를 댄 것도 데자뷔를 보는 느낌이다. 이는 정부가 지난 1년 간 온난화로 인한 이상 한파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전기 절약과 요금 현실화도 중요하지만 생산량 확충은 더욱 중요한 국가 전략이다.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원전 10여기를 추가로 건설키로 한 장기 프로젝트가 제대로 진척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전기사용의 효율성을 높일 스마트 그리드 사업도 가능한 한 빨리 정착시켜야 한다. 전기 수요자인 개인·기업의 절약과 공급자인 정부·공기업의 생산 확충이 맞물릴 때 비로소 장관이 해마다 호소문을 발표하는 관행이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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