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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만 쥐어짜는 ‘막무가내 물가대책’

정부가 기업들을 옥죄어 물가잡기에 나섰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신성장동력 등 기업들의 미래전략에 '물가안정 덫'을 놓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정부 7개 부처가 13일 내놓은 물가안정 종합대책에는 통신요금 인하와 식품가격 인상 자제 등이 포함돼 있다. 이에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주요 식품업체들의 가격담합 여부를 조사하는 등 무언의 압력을 행사했다.

현재 식품업체들은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제품가격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정부 규제에 발이 묶여 있는 상태다. 가격 인상은커녕 CJ제일제당과 풀무원식품, 동서식품은 지난 12일 일부 제품(두부·커피) 가격을 정부의 압력(?)에 밀려 인하했다. 한마디로 '울며 겨자 먹기'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A식품업체 관계자는 "휘발유 등 유류가격은 세계 시세에 따라 움직이는 데 식품가격은 그렇지 못한 실정"이라며 "물가대책 발표 전부터 3일 동안 공정위 직원들이 가격 조사를 명목으로 회사를 연속 방문했다"고 말했다.

원자재 가격 급등 사실을 알면서도 물가 상승률 3%를 지키려는 정부의 지나친 규제가 시장논리에 어긋난다는 것.

실제로 밀가루의 원료가 되는 소맥과 설탕의 원료로 쓰이는 원당은 각각 지난해에만 91.1%, 30.2% 급등했다. 원당은 지난 2009년에도 129%나 급등한 바 있다.

B식품업체 관계자는 "소맥, 원당, 옥수수 등 95% 이상을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 운임료·생산원가 상승 등을 감안하면 제품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면서 "이윤 추구가 목적인 기업의 가격 결정권을 가로막는다면 적자를 보면서 제품을 만들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업계에 따르면 설탕 가격의 경우 지난 2009년 중국 133%, 대만 49%, 일본이 34% 인상했지만 한국은 8.9% 인상에 그쳤고 지난해는 18%를 인상한 바 있다.

통신업체들도 정부의 물가대책에 불만이 많다.


통신업계는 서민물가 안정 대책으로 통신요금 인하 방안이 포함되자 올해 본격화될 4세대(4G) 이동통신 투자비 부담과 스마트 모바일 기기를 활용한 모바일 생태계 구축사업 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걱정하고 있다. KT, SK텔레콤, LG U+등 통신 3사는 일제히 올 하반기부터 각각 3조원 이상의 막대한 투자비를 들여 4G 망 투자를 시작해야 하는 상황. 그런데 통신비 인하 정책이 제시되면서 투자 지연을 우려하고 있는 것.

업계 한 관계자는 "통신산업은 장기적 안목의 인프라 투자와 모바일 생태계 구축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해 미래 먹을거리를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정부가 눈앞의 요금 인하만 내세워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장기적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단기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더구나 통신업계는 지난해 초당과금제 도입, 발신번호표시서비스(CID) 전면 무료화 등을 통해 통신비 20%를 인하하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을 지켰는 데 새해 들어 다시 요금인하 정책이 나오자 당혹스럽다는 표정이다.

/sdpark@fnnews.com박승덕 이구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