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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기름값,완력으로 풀 일 아니다

기름값이 ‘뜨거운 감자’가 됐다. 감성적으로 접근하면 정유사들이 악당처럼 보이지만 논리적으로 보면 세금을 걷어가는 악당은 따로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고 정부가 당장 세금을 내릴 것 같진 않다. 세수 확보도 중요한 데다 정부가 앞장서서 기름을 펑펑 쓰라고 유도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정유사들은 차라리 기름값의 절반을 차지하는 세금을 내리는 게 인하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라며 버티고 있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기름값 논쟁은 새로운 게 아니다. 국제 유가가 뛸 때마다 어김없이 정유사들에 손가락질이 쏟아졌다. 3년 전 유가가 배럴당 140달러에 육박하는 사상최고가 행진을 이어갈 땐 정부가 유류세를 한시적으로 내리는 특단의 조치를 취한 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유류세는 원상 회복됐고 완력을 동원한 반강제적 인하는 반짝효과에 그쳤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한 정부 부처가 대통령 한마디에 진동한동 법석을 떠는 것은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보다는 더 넓고 긴 안목에서 정책을 펴야 한다.

유류세는 정치적 판단을 요하는 문제다. 정부가 기름값 인하에 진정성이 있다면 먼저 세율 인하 의지를 보여야 한다. 재정건전성 유지를 위해 도저히 세율을 내릴 수 없다면 피부에 와닿는 기름값 인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차선책은 정유시장의 경쟁구도를 촉진하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펴는 것이다. 공정위는 지난 2009년 ‘석유산업 경쟁정책 보고서’를 내놨다. 보고서는 정유 4개사의 과점체제를 경쟁체제로 바꾸려면 석유 수입사의 등록 요건을 추가로 완화해야 한다는 등의 대응책을 담고 있지만 실천은 요원하다. 폴사인제(상표표시제) 폐지 이후 혼합판매 활성화, 대형마트 주유소 확대도 진척이 더디기는 마찬가지다.

궁극적으로 기름값은 환율을 포함한 거시정책으로 충격을 완화해야 한다.
원 강세(환율 하락)는 국제유가 오름세를 상쇄하는 효과가 있다. 만약 원 강세와 유가 하락세가 겹치면 기름값이 이중으로 떨어지는 효과가 기대된다. 이런 상황에서도 국내 기름값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그때야말로 정부가 나서서 정유사들을 혼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