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돈뭉치 유입되자 외국인 ‘팔자’ 돌변
최근 주식시장의 가장 큰 화두는 개미(개인투자자)의 귀환이다. 코스피지수가 2000을 돌파해도 꿈쩍하지 않던 개미들이 최근 들어 주식을 대거 매집하고 있어서다.
‘증권사 객장에 장바구니를 든 아줌마들이 보이기 시작하면, 그건 바로 상투(고점)’라는 증시의 격언을 생각하면 꺼림칙하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듯, 때마침 외국인은 매도세로 돌변했다. 개미들이 이전처럼 외국인으로부터 주식을 비싸게 산 뒤 이후 주가가 폭락해 손실을 떠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들어오는 개미, 떠나는 외국인
개인투자자들의 발길이 주식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들은 지난 10일부터 21일까지 2조3056억원가량의 주식을 사들였다. 이 기간에 이틀을 제외하곤 모두 순매수를 기록했다.
주식투자를 위해 증권계좌에 들어있는 투자자예탁금도 크게 늘어났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19일 기준 16조916억원으로 지난해 말(13조7024억원)에 비해 17% 이상 증가했다. 이런 추세라면 지난해 5월에 세운 사상 최고 기록(16조6032억원) 돌파도 시간문제다.
반면, 외국인의 움직임은 심상치 않다. 외국인은 2주 전인 10∼14일 20주 만에 처음으로 순매도로 돌아서더니 전주(17∼21일)에는 순매도 규모를 더욱 늘렸다. 2주 동안 외국인이 내다 판 한국 주식은 무려 5110억원에 이른다. 외국인이 지난 2년간 한국에서 52조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인 것을 고려하면 분명 이상 징후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런 모습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과거에도 외국인이 이익을 남기고 처분하는 주식을 개인들이 사면서 손실만 본 일이 적지 않았다.
멀리 갈 것도 없이 2007년이 그랬다. 외국인은 당시 코스피가 2000을 돌파하자 들고 있던 주식을 조금씩 처분하기 시작했고, 2008년에는 공격적인 매도세로 전환했다. 이 물량을 받아내던 개미들은 결국 그해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며 엄청난 손실을 감수해야만 했다.
HMC투자증권 김중원 책임연구위원은 “경기회복 초기에는 한국 같은 신흥국 시장이 매력적이지만 지금처럼 경기 확장 국면으로 들어갈 때는 그렇지 않다”면서 “개인들이 상투를 잡는다고 속단하긴 이르지만 최근의 외국인 매도세가 단기 차익실현인지, 태도를 바꾸는 것인지 주의깊게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직은 상투 아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지금 증시에 들어온다면 상투를 잡을 일은 없다고 잘라 말한다.
최근의 외국인 매도세가 일시적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다. 삼성증권 곽중보 연구위원은 “유럽의 경기침체, 중국·인도의 과열 등 시장이 우려하는 2가지를 한국은 모두 피해가고 있다”면서 “국내 기업들의 이익이 계속 개선되는 데다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있는 한국을 떠날 이유가 없다”고 진단했다.
한화증권 최광혁 연구원은 “외국인은 최근 글로벌 시장 전체에서 차익실현에 나서는 모습”이라면서 “한국 시장에 대한 매력이 떨어진 게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현재 유입되는 개인들의 투자자금이 과거와는 다르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개인들은 이전처럼 직접 매수하거나 펀드에 가입하는 게 아니라 랩어카운트를 통해 시장에 들어오고 있다.
실제로 자문형 랩에는 지난해 12월 한달 만에 1조3000여억원이 모였고, 이달 들어서도 1조원 이상이 들어온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최광혁 연구원은 “자문형 랩에 자금이 몰리고 있는 만큼 최근의 개인 매수세를 ‘진짜 개미’들의 자금으로 볼 순 없다”고 말했다.
대우증권 김학균 투자전략팀장은 “2003∼2007년 강세장에서 가계자금이 증시로 유입된 이후 코스피는 130% 올랐다”면서 “개인들이 들어오는 시점이 상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김한준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