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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가 깨트린 ‘게임업계 다섯가지 속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1.27 17:20

수정 2014.11.07 05:03

서비스 첫날 3위, 16만명 이상의 동시접속자, 높은 유료 전환율. ‘테라’가 정식으로 서비스된 이후 게임업계의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또 ‘테라’는 그동안 각종 게임업계의 ‘불문율’을 하나씩 깨나가고 있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끌고 있다.

27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테라는 △더 이상의 ‘대박’ 게임은 없다 △다중접속온라인역할수행게임(MMORPG)이 성공하려면 다른 게임이 희생된다 △‘프리타기팅’은 안 된다 △대규모 외부 펀딩 게임은 성공하지 못한다 △한게임이 서비스하면 잘 만든 게임도 망한다는 등의 각종 불문율을 줄줄이 깨나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게임업계에는 이른바 ‘대박’ 게임이 없었다. 그나마 2008년 출시된 엔씨소프트의 ‘아이온’이 대박 게임의 명맥을 유지해 오고 있었다.

업계에선 아예 ‘대박은 예전 일’이라며 “중박이 우리의 목표”라는 업체도 생겨났다. 그만큼 새로운 게임이 성공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증명하는 사례다.

대박게임이 사라지자 업계에 나타난 신풍속이 바로 인수합병(M&A) 바람이다. 자금력을 가진 넥슨 등 대형 배급사(퍼블리셔)들이 가능성 있는 개발사를 인수해 좋은 게임을 확보하는 것이다. 인수합병은 퍼블리셔로선 불확실성을 낮출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지만 게임업계의 양극화 현상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대박 MMORPG가 나오려면 다른 게임이 희생된다’는 불문율도 테라의 등장으로 사실이 아닌 것이 됐다. 그간 게임업계에선 MMORPG가 성공하려면 1위 MMORPG ‘아이온’ 이용자를 흡수해야 한다는 관측이 많았었다. 하지만 테라 출시 이후에도 아이온의 시장점유율은 크게 떨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전체 MMORPG의 시장점유율이 더 높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MMORPG의 PC방 점유율은 40%대로, 테라 출시 이전 25%대였던 것에 비하면 이용자 수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아이온의 PC방 점유율은 테라 출시 전과 비슷한 15% 안팎이다.

‘프리타기팅 게임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테라가 깼다. 프리타기팅은 게이머가 상대를 쓰러뜨리기 위해 지속적으로 공격명령을 내려야 하는 타격방식이다. 게이머의 조작에 따라 상대를 쓰러뜨리는 데 걸리는 시간, 자신이 받는 피해 정도가 달라진다. 게임성은 높지만 몇 시간씩 게임을 하는 게이머로선 “피곤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국내 프리타기팅 게임의 효시로 알려진 ‘릴 온라인’도 뚜렷한 족적을 남기진 못했다. 하지만 테라 출시 이후 프리타기팅도 성공할 수 있다는 새로운 이정표가 서게 됐다.

대규모 외부 자금이 투입된 게임은 성공하지 못한다는 업계 통설도 테라가 뒤집었다. 테라 개발사인 블루홀스튜디오가 받은 외부 펀딩은 모두 265억원에 이른다. 그동안 게임 제작에 외부 펀딩을 받은 게임은 많았지만 대부분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한게임=마이너스의 손’이라는 불명예도 테라가 날려버렸다. 한게임은 ‘반지의 제왕’ ‘몬스터헌터 프론티어 온라인’ ‘워해머 온라인’ ‘C9’ 등 기대작들을 서비스해 왔지만 결과는 모두 실패였다.
이 외에도 ‘빅3’로 묶인 게임은 망한다는 속설도 테라의 성공으로 깨졌다. 2006년 ‘빅3’였던 썬, 제라, 그라나도 에스파다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11년 ‘빅3’는 테라, 블레이드앤소울, 아키에이지 등이다.

/hong@fnnews.com홍석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