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국내 첫 ‘해적 수사’ 부산서 본격 착수(종합)

노주섭 기자
파이낸셜뉴스

【부산=노주섭기자】삼호주얼리호를 납치했다 해군 청해부대에 생포된 소말리아 해적 5명이 30일 새벽 부산으로 압송,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외국 해적에 대한 국내 첫 수사가 본격화됐다.

생포된 소말리아 해적들은 이날 새벽 4시18분 아랍에미리트(UAE) 왕실 전용기편으로 김해공항 공군기지에 도착하자 마자 남해지방해양청 수사관들에게 인계됐다.

초췌한 모습을 한 이들은 항공기에서 내리자 마자 기다리고 있는 수사관들에게 체포, 해경에서 준비한 특수호송차량에 옮겨탄 뒤 구속전 피의자조사(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부산지법으로 향했다.

이날 새벽 공항주변에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 해경특공대 40여명이 배치되는 등 긴장감이 감돌았다.

해적들은 부산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끝낸 뒤 동구 남해지방해양경찰청 수사본부로 이송된 다음 건강상태와 인적사항 확인, 영도에 있는 부산해양경찰서 유치장에 입감됐다.

◇‘혐의부인’ 5명 전원에 구속영장 발부=부산지법 김주호 영장전담 판사는 이날 오전 해상강도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이들 해적 5명 전원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판사는 “구속영장이 청구된 범죄사실이 소명됐고 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영장발부 이유를 설명했다.

법원의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이들의 나이가 19∼25세, 이름이 압둘라 세룸(Serum Abdullah), 압둘라 알리(Ali Abdullah), 아부카드 애맨 알리(Ali Abukad-Aeman), 아울 브랄렛(Brallat Aul), 마호메트 아라이(Arai Mahomed) 등으로 밝혀졌다.

대부분 키 170∼190㎝의 마른 체구로 대부분 두려움 없이 무표정했으나 해적 중 한 명의 살기 어린 눈빛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들은 법원의 심문에서 청해부대의 구출작전 과정에서 사살된 동료 8명에게 석해균 선장에 대한 총격을 미루는 등 대부분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해적은 “나는 다른 사람들이 삼호 주얼리호를 납치한 후에 배에 탔다, 이번 납치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고 부산지법 관계자는 전했다.

또 다른 해적은 “일자리가 하나 있다고 해서 배에 탔다가 이상한 사건에 휘말렸다”면서 “고용주가 시켜서 한 일”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나머지 해적들도 “선장에게 총격을 가한 사람은 이미 숨진 8명 가운데 있지,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항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은 사전에 수집된 기초 자료를 바탕으로 해적들을 격리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주동자, 석 선장 총격 해적 등에 중점 수사=수사본부는 이들을 상대로 삼호주얼리호 납치 경위 및 과정, 현장 납치 주동자, 이번 사건의 배후 조종 세력 등을 밝혀내는데 주력하게 된다.

특히 석 선장에게 총격을 가한 해적을 명확히 가린다는 방침이다.

수사본부는 삼호주얼리호 선원들이 입국하는대로 피해자 조사도 병행할 예정이다.

선박 납치 해적수사가 국내에서는 전례가 없던 초유의 사건인 만큼 수사에 상당한 어려움도 예상된다.

수사본부는 이들을 상대로 선박납치 모의, 납치실행, 선원에 대한 가혹행위 등 단계별로 혐의 입증을 위한 구체적인 진술을 받아내고 관련 증거를 확보해 사건을 마무리한 뒤 다음주 중에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그러나 말이 통하지 않는 해적들을 상대로 수사를 벌이는데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들 것으로 보인다. 생포된 해적들은 완전 문맹수준인데다 영어는 물론 소말리아에서 널리 쓰이는 아랍어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단계 순차통역 등 수사 난제도=수사는 3단계 순차통역으로 진행된다. 수사관이 한국인 통역에게 질문사항을 얘기하면 한국인 통역이 이를 영어로 소말리아 통역에게 전하고 다시 소말리아 통역이해적에게 소말리아 현지어로 바꿔 질문하는 방식이다.

통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수사가 제 속도를 내지 못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충규 특별수사본부장은 “해적들의 인적사항과 직책, 선박 납치 과정, 선박 강탈 후 선박운항 강제, 인질 몸값 요구 등에 대해 중점 확인할 것”이라며 “피랍된 원양어선 금미 305호를 비롯해 우리 선박이 피랍된 해적사건들과 이들의 관련성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특별수사본부는 수사전담 4개반에 해상강력사건 수사경험이 많은 베테랑 형사 50여명으로 꾸렸다”며 “사건의 중대성과 특수성을 고려, 모든 수사역량을 기울여 해적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해경 수사본부는 해적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구속기한(10일)에 해적들의 실체적 혐의를 입증할만한 증거와 진술을 확보, 납치 전모를 밝혀낸 뒤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한편 검찰은 삼호주얼리호를 납치했다 우리 해군에 생포된 소말리아 해적 5명에게 사전구속영장 청구과정에서 사형이나 무기징역을 선고할 수 있는 해상강도 살인미수 혐의 등을 적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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