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 “내년 양대선거 최대 화두는 복지·안보 될것”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2.06 19:00

수정 2011.02.06 19:00

2년7개월여 만이다.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이명박 정부를 탄생시키고 2008년 18대 총선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뒤 2008년 7월 2일 이임 기자회견에서 “지난날의 상처와 허물은 모두 끌어안고 가겠다”고 말하며 잠시 여의도 정가에서 한발짝 비켜 서 있었던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사진)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그의 첫 마디는 “국민들께 타고 남은 연탄재처럼 뜨거움을 주는 정치를 하고 싶다”였다.

한 때 촉망받던 한나라당 내 차세대 주자였지만 2년6개월 전 당 대표를 그만둔 이후로는 ‘제2의 고향’인 경기 성남 분당에서 ‘자연인 강재섭’으로 지냈다. 그동안 정치적 현안에 대한 발언이나 인터뷰가 거의 없었다.



그의 이러한 ‘여의도 거리두기’는 이명박 정부 탄생 주역 중 한사람으로서 정치의 한 복판에서 존재감을 유지하기보다는, 그동안의 역정을 곱씹어보면서 철저한 자아성찰과 미래 정치에 대한 혹독한 고민의 시간을 밑자락에 깔고 있다.

그는 오는 4·2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있는 성남 분당을 지역 예비후보이기도 하다.

지난달 31일 오전 분당 사무실에서 만난 강 전 대표는 특유의 사람냄새 진한 넉넉한 웃음과 편안한 기운이 가득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산도 다니고 테니스도 치고, 시장도 돌아보고 사람들과 섞이면서 활기차게 지냈다. 이전에는 앞만 보고 달렸는데 2년6개월간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 족적에 대해 반성도 하고 앞으로 어떤 자세로 정치를 해야 할지 고민도 했다. 이웃들과 함께 집 주변에 있는 공터에 배추, 무, 고추 농사도 짓고 직접 키운 배추로 김장을 담가 어려운 이웃에게 주기도 했다.

―인터뷰를 거의 안했는데.

▲자연인으로 살면서 인터뷰를 하지 않다가 괜히 나서 정치 현안 관련 얘기를 했다가는 불필요한 오해를 살까봐 그랬다. 특히 내 뜻과는 상관없이 (4·27 재·보궐선거) 조기 과열을 부추길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젠 말문을 열어야 할 때라고 판단했다.

―요즘 정치권에선 무상복지가 화두인데.

▲단순히 표를 얻기 위한 ‘무상복지’는 절대 안된다. 특히 미래 세대에 허락없이 빚내서 유권자에게 표를 얻고 보자는 고약한 표 장사는 더욱 안된다. 민주당이 얘기하는 무상복지는 ‘혈세복지’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복지는 공짜복지가 아니라 ‘공평복지’다.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최대 화두는 무엇으로 보는지.

▲그동안 우리는 근대화, 민주화, 경제발전 과정을 거치면서 너무 허겁지겁 살아왔다. 이젠 정신적으로 국민을 잘 통합하고 화합시킬 수 있는 ‘화합의 리더십’을 갈구하는 시대가 올 것으로 본다. 지난 대선에서 경제살리기가 최대 쟁점이었다면 이번에는 복지, 남북문제, 안보 등이 되지 않겠나.

―최근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 낙마과정에서 당청간 불협화음이 문제되기도 했다. 하반기 당·정·청 관계 설정은.

▲당·정·청은 유기적 화합물이다. 따로 놀면 국민만 피곤해진다. 삼자간 대화, 소통, 동행, 통합이 최우선이다. 정권 후반기엔 당과 대통령이 분리되는 경향이 있어왔다. 대통령 중심제에서 당과 대통령은 공동 운명체다. 내가 대표 시절 이명박 대통령 당선 직후 장관 임명할 때도 세명 정도 낙마했다. 그 과정에서 후보자에 대한 현장 민심을 가감없이 청와대에 사전 조율을 거쳐 전달했고 결국 아무 문제없이 매끄럽게 마무리됐다.

―개헌의 필요성과 적절한 논의 시점에 대해.

▲권력구조, 여성 지위, 남북 문제 등 달라진 환경에 맞게 개헌해야 한다는 원칙에 찬성하나 결코 정략적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이 됐느냐다. 국민적 공감대를 얻으려면 그동안 정치권에서 꾸준히 개헌 논의가 누적돼왔어야 하는데 권력구조에 대한 국민 공감대 형성도 안됐고 계파간 민감한 부분도 있는데 현실적으로 추동력이 확보될 지 솔직히 의문이다.

―4·27 재·보선을 앞두고 성남 분당을 지역 후보군에 거론되는데.

▲치열했던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을 끝내고 임기 채우고 물러난 후 2년 반이 지나니까 정계은퇴한 것도 아닌데 숙제를 안 한 기분이더라. 대표에서 물러난 후 출마여부를 고민했던 적도 솔직히 있었다. 하늘이 내려준 기회인 지 몰라도 이번에 성남분당을 지역에 보선이 생겼다. 같은 성남이라도 타 지역구에 살았다면 명분도 살지 않는데 우연찮게도 분당을에서 15년째 살고 있다. 분당 신도시 조성 때부터 살아와서 원주민이나 마찬가지여서 명분이 있다싶어 결심하게 됐다.

―어떤 정치를 하고 싶나.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는 시가 있다. 연탄재도 가볍게 보지 말라는 부분이 가슴에 와 닿았다. 대권 도전할 생각은 없다. 그저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 지역 주민, 국민, 당에 모두 연탄재처럼 뜨거움을 주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

―분당을 지역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분당 주민들은 자존심이 강하다. 주민들의 자존심을 채워줄 수 있어야 한다. 명품도시로서의 자존심을 살리는데 나름의 역할을 할 것이다. 당 대표와 중진 의원 출신으로서 풍부한 의정 경험을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다. 다양한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해서도 힘 있고 선수 높은 사람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최근 정운찬 전 총리 영입설이 나오는데.

▲참 웃기는 얘기다. 정상적인 기구에서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는 것이 민주정당이고 공정사회다. 아직 공심위 구성도 안됐다. 공심위 구성 후 공천방향을 정하고 공모를 거쳐 심사를 하면 된다. 6명이 예비후보로 등록했는데 이 사람들이 무슨 들러리인가. 1996년 허허벌판일 때 분당에 와서 지금껏 살고 있다. 당 일각에서 계속 사람 바꿔가며 출마설이 나오는데 그건 사이비 정치고, 음모정치다. 떳떳하게 공천 신청해서 공심위 심판을 받으면 된다. 지금 공심위도 구성 안됐는데 후보에 올라있지 않은 이를 갖고 장난을 치는 사람들, 바로 이런 사람들이 (지난 18대 총선 때) 공천파동을 일으켰던 사람들이다.

―끝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은.

▲‘회전문 공천’은 안 된다. 공정한 경쟁을 하도록 해야 한다. 공심위 구성도 안 됐는데 의도적으로 이 사람 저 사람 띄웠다가 아니면 말고식으로 해선 안된다. 이성있는 정당, 합리적인 정당, 의리있는 정당이라면 결과는 확신할 수 있다. 지금 한나라당은 내부에서도 견해가 다르면 항일독립운동처럼 싸운다. 정치가 한 단계 올라가려면 화해, 통합, 동행해야 한다.

/haeneni@fnnews.com정인홍 김학재기자/사진=박범준기자
■강대섭 전대표는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는 '화합과 상생'을 강조하는 전형적인 외유내강형 정치인으로 꼽힌다.

강 전 대표 본인도 "나의 좋은 정치적 자질은 분란으로 흩어진 사람들을 모으고 화합시키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화합과 상생'이 키워드인 셈이다.

지난해 강 전 대표가 상임고문으로 있는 재단법인 '동행' 창립 1주년 토론회에서 축사를 맡았던 박희태 국회의장은 강 전 대표를 '정치적 메시아'라고 평하며 "그와 같이 가는 길이 곧 통합과 상생의 길"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일례로 강 전 대표는 당 대표직을 떠난 뒤 동네주민들 간 친목도모 및 소통 활성화를 위해 협동농장을 제안해 주민들의 높은 호응을 이끌어냈다. 수확도 많이 해 김장담그기 행사에 배추를 전달할 정도였다.

그의 이 같은 정치적 강점은 2006년 7월 전당대회를 통해 당 대표로 선출된 뒤 임기 2년을 채운 사례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한나라당이 집단지도체제로 전환한 뒤 임기 2년을 채운 대표는 박근혜 전 대표와 강 전 대표뿐이다.

강 전 대표는 당시 유력 대권후보로 부각됐던 이명박, 박근혜 후보 간 치열했던 경선에서 중립을 지키며 성공적으로 경선을 관리했다는 평을 받았다. 그는 대표 재임 시절 브루셀라병이 확산됐을 때 국내 '토종 백신'이 없다는 것을 듣고 전북대에 국내 첫 아시아 최대의 '인수공통전염병 연구소'를 건립하는 데 대폭적인 지원을 했다.
대학측으로부터 국내외에서는 유일한 '명예 수의학' 박사학위(1호)를 받기도 했다.

1988년 민자당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뒤 13대 국회에 입성 이후 17대까지 내리 5선을 지낸 당내 중진으로 18대 총선에선 당내 공천파동에 대한 일말의 책임을 지고 불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당시 그는 "공천파동을 수습하고 가려면 자기희생이 필요하다 싶어 대구 서구 공천을 반납했다"고 심경을 밝혔다.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 약력 △62세 △경북 의성 △고등고시 사법과 12회 △서울지검 검사 △대통령비서실 정무·법무 비서관 △13, 14, 15, 16, 17대 국회의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 △한나라당 원내대표, 당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