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어려보이지만 대학도 졸업했고 벌써 프로 5년차에 접어드는 걸요? 사실 어렸을 때는 지금과 달리 뚱뚱한 편이었고 그래서 골프를 시작했어요. 처음엔 부모님을 따라 운동을 하면서 살이나 뺄 생각이었는데 여기까지 오게 됐어요.”
초등학교 3학년 때 취미 삼아 클럽을 휘두르기 시작한 양지호는 고향인 전라남도 광양에서 ‘골프 신동’으로 통하는 주니어 시절을 보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첫 우승을 시작으로 전국 규모의 크고 작은 대회에서 10여승을 거뒀고 고등학교 1학년 때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활약하는 등 해마다 실력이 일취월장했기 때문. 그 사이 군살이 키로 가면서 신장 183cm에 체중 75kg의 균형 잡힌 몸매로 환골탈태했고 기대주로 주목받기도 했다.
하지만 2006년 국가대표 선발 포인트에서 7위로 아쉽게 고배를 마신 뒤 프로로 전향하면서 생각지도 못한 벽과 부딪혔다.
“국가대표만을 바라보고 열심히 했는데 목표를 이루지 못한 뒤에 방황을 많이 했어요. 솔직히 2∼3년은 연습도 열심히 안 했습니다. 그렇게 몇 년 동안 지독한 슬럼프를 겪었으면서 조금씩 철이 들었죠. ”
슬럼프를 벗어던지고 자신의 이름 석자를 알리게 된 건 지난 해의 일이다. 지난해 8월 열린 KGT 레이크힐스오픈 1라운드에서 9언더파를 몰아친 뒤 3라운드까지 내내 선두를 달린 양지호는 비록 마지막 날 부진으로 7위에 머물렀지만 골프계에 자신의 존재를 확실히 각인시켰다.
“작년에는 챔피언 조에서 우승 경쟁을 펼치면서 많이 조급하고 서둘렀어요. ‘더 집중하고 긴장했더라면 결과가 달라졌을텐데’라는 아쉬움도 있지만 그 땐 절실함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결과는 안 좋았지만 자신감은 얻은 계기가 됐기 때문에 앞으로 잘 해야죠.”
양지호의 장점은 훤칠한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장타 못지 않은 정교한 쇼트 게임 능력이다. 지난 해 KGT에서 드라이버 샷 평균 비거리 278.25야드(17위), 그린 적중율 64.49%(35위), 온 그린 시 퍼트 수 1.79개(17위)를 기록했을 만큼 드라이버, 아이언, 퍼트 등 3박자를 고루 갖춘 것. 겉 모습은 앳되지만 어느 새 KGT 1부 투어 4년 차. 3년 동안 투어에서 활동하며 경험을 쌓은 것도 올 시즌 기대를 갖게 하는 요소다.
소속팀(현대스위스금융그룹) 선수들과 한데 어울려 태국 치앙마이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는 양지호는 올 시즌 프로 데뷔 후 미루고 미뤘던 첫 승을 거두겠다는 굳은 각오로 스스로를 담금질하고 있다.
“지난 해 성적을 토대로 올해 처음으로 풀시드를 받아 기대가 많이 되고 큰 시합에도 나갈 수 있게 돼 너무 좋아요. 원래 성격이 낙천적인 편이기도 하지만 올해는 뭔가 잘 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목표는 무조건 우승이예요. 그런 다음엔 올해 말쯤 일본 무대에 도전해보고 싶고 언젠가는 그보다 더 큰 미국 무대에도 도전해야죠. 앞으로는 정말 열심히 해서 후회할 일을 만들지 않을 거예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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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손석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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