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 지금처럼 종합적이고 일률적인 적용보다는 적절한 수준을 정한 후 서비스를 제공받는 내용별로 세분화해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식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8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퇴직연금 적립금은 29조1000억원으로 전년 14조원에 비해 2배 이상 급증했다. 올해는 퇴직보험 및 신탁의 본격적인 전환으로 연말께 5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퇴직연금 사업자의 수수료는 적립금을 기준으로 삼아 사업자 유형에 따라 운용관리 및 자산관리 수수료로 나눠 부과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퇴직연금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0일 기준 24개 퇴직연금자의 수수료를 조사한 결과, 확정급여형(DB)에는 연평균 0.71%(적립금 10억원 미만), 확정기여형(DC)에는 연평균 0.75%(적립금 5억원 미만)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퇴직연금 수수료는 가입자가 정기적으로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적립금의 절대적인 감소요인이 되지만 아직까지는 가입자들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오지 않는 실정이다.
하지만 제도 운영기간이 길어지고 퇴직연금제도가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적립금 규모가 급증하게 되면 기업 및 근로자들의 수수료에 대한 부담은 점차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수수료가 연 1%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쌓이게 되면 최종 급여퇴직이나 적립금에 미치는 축적효과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이나 저소득 근로자에 대한 수수료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수수료 체계 및 적정 수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또 대부분의 퇴직연금 사업자가 계약을 맺은 가입자에게 구체적인 서비스 제공 내역과 관계없이 종합적인 수수료를 부과하는 점도 개선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근로복지공단이 퇴직연금 운용관리기관으로 등록돼 4인 이하 영세사업장에 대해서는 낮은 수수료를 적용할 예정이지만 보다 세부적인 적용기준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호주의 경우 저소득 근로자의 퇴직연금제도 도입을 촉진하기 위해 해당 근로자에게 수수료를 인하해 주고 있고, 영국은 퇴직연금사업자가 받을 수 있는 수수료의 상한선을 낮은 수준으로 제한하고 있다. 미국 역시 사업자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세분화함으로써 실질적으로 가입자가 필요한 서비스만을 취사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퇴직연금연구소 박여영 주임연구원은 "현재 퇴직연금 수수료 수준이 시장 선점을 위한 마케팅 차원에서 선진국 수준에 비해 낮게 부과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증가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가입자들의 필요에 따라 서비스의 종류나 수준 등 실제 제공받기를 원하는 서비스별로 수수료를 차등해 부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shs@fnnews.com신현상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