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전반기 국회에서 신뢰의 고리는 '계약서'였다. 여야 원내대표가 협상한 내용을 문서로 만들어 사인을 주고 받았던 것이다.
그러나 계약서라는 형식은 기형적이다.
전반기 국회의 최대 쟁점이었던 미디어법만 봐도 계약서가 무용지물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미디어법 통과 과정에서 본회의장이 난장판이 되고 본회의 의결의 효력을 놓고 다투다 헌법재판소까지 가는 치욕을 남겼다.
후반기 국회에 들어와 한나라당 김무성,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등장하면서 대화정치의 '콤비풀레이'가 기대됐다. 그들은 노련한 정치인 답게 계약서 같은 건 내보이지 않았다. 이들 여야 원내수장은 "뱉은 말은 지킨다"며 서로에 대한 신뢰를 '고리'로 삼았다.
지난 6일 이들은 2월 임시국회 정상화에 합의했다. 하지만 이들의 구두 합의는 불과 몇시간만에 깨졌다. 신뢰의 고리에 균열이 생긴 이유는 '영수회담에서 대통령이 사과하겠느냐'는 민주당의 의심이다.
대통령의 사과를 전제로 영수회담을 추진한다는 건 무리라는 사실을 민주당도 잘 알고 있다. 사진만 찍고 돌아올 경우 이용당했다는 비난을 받을까 두렵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럴 경우 청와대도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영수회담 개최 시기도 문제삼을 게 아니다. 오는 14일 국회를 정상화하기로 한 합의를 이행하는 것이 신뢰정치 복원의 핵심이다. 국민도 여야 원내대표의 당초 약속대로 영수회담을 열어서 지난 연말 국회파행의 앙금을 털어내는 것을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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