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없어 부실 내용을 들여다보지도 못했다.”(금융지주사들)
저축은행 인수합병(M&A)을 놓고 금융당국과 금융지주사들 간 견해 차로 ‘M&A 자체가 부실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금융지주사들에 조속한 인수작업을 촉구하는 등 저축은행 M&A 일정을 앞당긴다는 입장이다.
■부실규모도 모르는 채 인수?
10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진행 중인 삼화저축은행의 매각완료 시기가 당초 3월 말에서 3월 5일께로 앞당겨졌다. 실사기간도 지난달 말부터 시작해 이달 하순 끝날 예정이었지만 오는 15일로 앞당겨졌다. 삼화저축은행의 우선협상대상자는 오는 18일 발표된다. 예금보험공사의 공동계정 신설 문제가 이달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보고 저축은행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것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예보법 개정안 통과를 전제로 해 구조조정 재원으로 10조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도 이 같은 배경을 깔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 기준 저축은행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보고받는 등 추가 구조조정을 위한 준비를 마무리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지주사들의 사정에 따라 일정을 늦출 경우 저축은행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하기 힘들어진다”며 “실사기간은 충분히 부여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지주사들은 이 같은 금융당국의 속도전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이들은 “삼화저축은행에 대한 실사기간이 설 연휴 등으로 3주도 채 되지 않고, 매도자 자문사 측인 회계법인이 내놓은 대출자산 자료도 부실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핵심 사안인 부동산 PF 대출 규모와 회수 가능 여부를 살펴보기 위해선 지난해 금융당국이 실시했던 부동산 PF 전수조사 결과를 재검토해야 하지만 매도자 자문사가 대출담보의 여부, 사업장의 대출구조 상황 등 세부자료를 늦게 보내주거나 누락하는 경우가 많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금융지주사들은 금융당국에 일정을 늦춰줄 것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매도자 자문사 측도 3개의 금융지주사를 대상으로 이른 시간 내에 자료를 보내줘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삼화저축은행 실사의 관건은 대출자산의 건전성 분류를 재측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국의 지난해 전수조사 결과도 현 상황에서 크게 도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순자산부족분 견해차 불 보듯
금융지주사들은 실사기간에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내지 못할 경우를 가정해 추정수치도 준비하고 있다. 저축은행의 가장 큰 부실은 부동산 PF지만 신용대출도 부실이 만만치않기 때문에 이에 대한 실사를 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금융지주사 고위 관계자는 “정부에 요청할 순자산부족분 수치를 준비 중인데 정부가 원하는 액수와 차이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렇다고 실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그 결과만 갖고 인수가격을 결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금융지주사들의 인수에 대한 적극성에도 차이가 심하다. 우리금융지주는 최근 삼화저축은행 등을 포함한 M&A 실무를 담당하는 직원 9명을 중심으로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등 적극적이다. 반면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담당 실무팀이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적극적이지만 저축은행에 대한 순자산부족분을 놓고 정부와 견해 차가 클 것”이라며 “인수작업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maru13@fnnews.com김현희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