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 겨울속에 피어나는 봄 거제도

강문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2.17 11:33

수정 2011.02.17 11:38

겨울과 봄 사이. 봄 내음을 찾아 떠나는 거제도 겨울여행. 혹한과 폭설을 피해 간 거제도에 대설주의보 발령과 함께 함박눈이 펑펑 내렸다. 거제에 눈다운 눈이 내린 것은 3년, 이튿날까지 온 산을 하얗게 뒤덮을 정도로 온 것은 10년만이라 했다. 오히려 거제에서 보는 눈이 신기하고 반가울 정도. 지구촌을 강타한 이상한파에도 거제에는 여지없이 봄의 기운이 움트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채취한다는 노자산 고로쇠 나무에서는 수액이 방울방울 흐르고 학동 해안도로의 동백꽃은 꽃망울을 활짝 터뜨렸다.

부산에서 거제도로 들어가려면 거가대교를 제일 먼저 만난다. 지난해 말 개통해 거제도의 명물로 떠오른 거가대교. 거제도와 부산을 잇는 8.2㎞의 거가대교는 국내 최초 침매터널 공법으로 완공됐다.
부산 가덕도와 대죽도를 연결하는 해저터널은 길이 180m, 폭 26.5m의 터널 구조체 18개를 바다에 가라앉힌 후 연결해 탄생했다. 해저터널을 지나면 높이 158m의 2주탑사장교와 104m의 3주탑사장교가 대통령 별장으로 유명한 저도를 사이에 두고 바다에 떠있다. 거가대교는 거제 장목면 유호리의 58번국도 전망대에서 볼 때 가장 웅장하다. 색색의 불을 밝힌 주탑과 차량의 불빛 야경은 한 폭의 그림. 하유마을과 상유마을의 방파제는 거대한 3주탑을 배경으로 해돋이를 감상하는 곳.

제주도 다음으로 가장 큰 섬인 거제도의 절경은 구조라해수욕장에서 학동흑진주몽돌해변과 해금강을 거쳐 홍포에 이르는 남동쪽 해안에 자리한다. 거제포로수용소유적공원이 위치한 거제시내에서 구조라해수욕장으로 가려면 북병산 능선의 망치고개를 넘어야 한다. 구조라해수욕장이 운동장이나 다름없는 구조라초등학교(폐교)의 교정에는 전국에서 가장 일찍 핀다는 수령 100년의 매화나무 4그루가 올해도 어김없이 하얀 꽃을 활짝 피웠다.

고로쇠나무로 유명한 노자산의 학동고개를 넘으면 학동흑진주몽돌해변이다. 학동고개는 ‘바람의 언덕’과 거제해금강이 한눈에 보이는 포인트. 이곳에서는 맑은 날에 수평선 너머로 40여㎞ 떨어진 일본의 대마도가 희미하게 보인다.

매끈매끈한 검은 빛의 몽돌이 깔린 학동흑진주몽돌해변은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 중의 하나. 오랜 세월 파도에 닳아 동글동글한 몽돌이 파도가 쓸려나갈 때마다 자그락자그락 소리를 낸다. 파도와 몽돌이 내는 선율은 ‘한국의 아름다운 소리 100선’에 올랐다.

학동흑진주몽돌해변에서 서쪽으로 1㎞ 구간은 천연기념물 제233호인 학동동백림. 팔색조 도래지로도 유명한 동백림은 2000년에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아름다운 마을숲으로 뽑혔다. 푸른 바다를 캔버스 삼아 초록 잎과 붉은 꽃이 강렬한 대비를 이루는 동백은 거제도를 대표하는 나무. 유례없는 한파로 예년에 비해 한달 늦게 개화했지만 동백꽃의 자태는 기다린 세월만큼 더욱 아름답다.


거제해금강 입구에서 다대포구와 여차몽돌해수욕장을 거쳐 홍포마을에 이르는 해안도로는 망산의 허리를 잘라 만든 길이다. 거제도 700리 해안선 중 가장 아름다운 구간. 한려해상국립공원 지역이라 포장조차 하지 않은 도로는 망산 자락을 돌고 오르내릴 때마다 작은 섬들과 숨바꼭질을 한다.
대병대도 소병대도 등가도 대매물도 소매물도 어유도 국도 가익도 가왕도 등 20여개의 섬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은 망산 자락에 위치한 홍포전망대. 이곳에서 보는 섬들은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화 같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피는 매화, 가장 먼저 채취하는 고로쇠 수액. 겨울의 끝자락 남도에서 봄이 가장 먼저 온다는 거제도로 여행을 떠나 보는 것은 어떨까./mskang@fnnews.com강문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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