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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상한제 덫에 걸린 대한민국] (하) 전문가 지상대담

조창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국회가 18일부터 임시국회 일정에 돌입, 민생 및 물가 안정 등과 관련한 각종 가격상한제 도입을 위한 법제화 작업도 본 궤도에 오르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도 전면전 양상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동시에 정부도 '물가상승률 3% 이내'라는 목표를 사수하기 위해 전방위적인 가격통제에 나서고 있어 물가관리 정책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가격상한제 도입 및 정부의 물가관리와 관련, 경제 전문가들의 견해도 △정부 개입 불가피론 △절충론 △시장원리론 등 3가지로 갈리고 있다. 정부 개입 불가피론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당장 치솟고 있는 물가를 통화정책으로 잡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직접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시장원리에 맡겨야 한다는 전문가들은 최근 정부의 가격관리 정책은 인기영합주의(포퓰리즘)의 색깔이 짙은 데다 물가 상승 압력의 원인이 글로벌 유동성 과잉이어서 시장의 자유경쟁원리에 맡기되 금리와 통화정책으로 가격을 조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절충적 대안론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단기적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제한적으로 미시 경제적 규제가 불가피하고 장기적으로 수급 문제 해소를 통해 시장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파이낸셜뉴스는 한국개발연구원(KDI) 김현욱 거시경제연구부장,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거시경제실장, 현대경제연구원 김동열 정책연구실장, 한국경제연구원 조경엽 거시경제연구실장 등 대표적인 경제전문가들과의 지상좌담을 통해 가격 상한규제 및 정부의 물가개입 배경과 문제점, 대안 등을 짚어봤다.

―가격 상한규제와 정부의 물가개입 등 정부와 정치권이 시장 직접개입에 '올인'하는 배경은.

▲김현욱 부장=물가급등에 대한 위기감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정부 입장에선 물가상승 압력이 가시화되면서 이에 대응한 기준금리 인상 등 통화정책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의 대응이 실기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권순우 실장=물가 급등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최근의 가파른 물가상승은 수요 요인보다 공급 측면의 비용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 수요 요인은 기준금리 조정을 통해 통제할 수 있지만공급은 통화정책만으로 한계가 있다. 결국 물가를 안정시킬 만한 뾰족한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의 확산을 막기 위해 다소의 무리를 감수하고 강력한 대책을 들고 나온 것이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확산된다면 서비스 요금 등이 줄줄이 오르기 시작할 것이고 이는 다시 전반적인 물가 상승과 생계비 부담에 따른 임금 인상 등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동열 실장=정부의 각종 개입은 국민(소비자)이 부른 것이다. 예상을 벗어난 급격한 물가 상승(가격 인상)은 소비자와 국가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대책을 요구하는 여론에 따라 개입에 나서게 된 것이다. 이 같은 정부 개입은 시장원리를 강조하는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조경엽 실장=포퓰리즘적인 성격이 강하다. 최근 물가 상승의 근본 원인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유동성 과잉 때문이다. 따라서 물가 안정의 근본 대책은 금리인상과 정부 지출 억제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그럼에도 오는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의식한 정부로서는 서민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금리인상과 정부지출 억제(복지지출)보다는 기업을 압박해 물가를 잡으려는 전형적인 포퓰리즘적인 정책을 선택한 것이다.

―일률적인 가격 상한제나 정부 물가개입이 시장원리와 배치된다는 지적이 있는데.

▲김 부장=정부의 물가관리 자체가 시장원리에 배치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문제는 규제의 강도다. 규제 수준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권 실장=정부의 시장개입은 당연히 시장원리와 배치된다. 시장의 힘에 의해 부작용이 나올 수밖에 없어 길게 가지고 갈 수 없다. 단기적인 대책으로 봐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경제에 '독(毒)'이 될 수밖에 없다.

▲김 실장=시장 특성에 따라 차이가 있다. 주택과 같은 부동산시장은 공급이 제한돼 있으며 갑작스러운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공급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 이처럼 거래가 불완전한 시장이고 우리나라와 같이 국토가 좁고 인구 밀도가 높은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대학과 같은 교육서비스는 가치재(MERIT GOODS)라고 불리며 사회적으로 좋은 파급효과가 있다. 프랑스, 독일 등 일부 유럽 국가들이 대학등록금을 받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교육 및 부동산과 같은 특별한 상품은 정부의 개입이 필요한 측면도 있다. 나머지 생필품이나 유가 등은 독과점이나 담합 여부를 잘 감시·감독하면 된다.

▲조 실장=시장원리에 반하는 조치로 오히려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다. 실제로 인위적인 가격규제는 공급을 억제해 물가상승의 원인이 된다. 전·월세 상한제, 분양가 상한제 등은 공급을 위축시켜 되레 수급불균형을 심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의 물가관리 정책기조는 '시장의 실패'에 따른 개입이 아니라 '정책의 실패'를 메우기 위한 개입이어서 향후 더 큰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김 부장='정부의 실패'라는 표현은 '시장의 실패'를 보전하기 위한 정책 또는 규제가 장기화되면서 시장의 왜곡을 야기하는 시점에서 쓸 수 있다.

▲김 실장=앞서 지적했듯이 주택이나 교육과 같은 특수한 재화 및 서비스는 정부의 개입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토지거래허가제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지정 등이 허용되고 있는 이유로 헌법적 근거도 있다. 또 부동산을 통한 투기와 불로소득은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것은 물론 건전한 근로의욕을 저하시키고, 임금 인상 등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국민에게 피해를 입힌다. 다만 주택이나 교육과 같은 특수한 재화를 제외한 일반적인 생필품이나 유가에 대한 '눈에 보이는 개입'은 적절하지 않다. 이들 영역에 대해서는 담합과 독과점을 방지하고 공급 조절과 인플레 기대심리 예방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물론 가격이 급등한 뒤에는 사후에 대처하기가 쉽지 않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조 실장=시장에서 결정돼야 할 물가를 '친서민'이라는 정치적 명분 아래 정부가 자주 개입하는 것은 정책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장기적으로는 서민의 고통을 가중시킬 뿐이다. '통큰 치킨'의 경우 영세 치킨점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정부가 가격을 낮추지 말 것을 주문하다가 이번에는 석유가격, 통신비 등을 내리라고 주문하고 있다. 이처럼 일관성 없는 정부의 시장 개입은 정책의 신뢰성을 저하시킨다. 정부의 잦은 시장개입은 결국 진입규제로 작용하게 되고 기업의 경쟁력과 제품의 품질을 떨어뜨려 결국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지우게 된다.

―최근의 물가관리 정책들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대비하기 위한 적절한 대안이라는 주장도 있다.

▲권 실장=단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 억제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재정 악화 등 부작용을 수반하기 때문에 오래 지속할 수 없다. 결국 이처럼 시장의 힘에 반하는 정책은 단기적 시장 안정을 위해 사용하고, 부작용을 보완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김 실장=부동산이나 교육서비스와 같이 제도 개선을 통해서 접근할 수 있는 문제도 있지만, 일반적인 상품의 경우에는 정부의 직접 개입효과는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 풍선효과(풍선의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튀어 나오는 것)로 이어질 뿐 근본적인 해법이 되지 않는다.

▲조 실장=지금까지 풀린 유동성을 고려하면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불가피하다. 정부가 개별 품목의 가격을 인위적으로 통제한다고 막을 사항이 아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근본 대책은 기준금리 인상과 정부지출 억제뿐이다. 이 같은 근본적인 대책 없이 정부가 개별품목의 물가를 잡겠다고 개입하는 근시안적 대응은 경쟁을 저해하고 공급을 위축시킬 뿐이다.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물가를 잡을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대안은.

▲김 부장=미시경제적 차원의 규제는 해당 영역 또는 시장에서 활동하는 경제주체들의 유인구조를 변화시키고 이를 통해 당초 의도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규제는 장기간 지속될 수 없기 때문에 잦은 변경이 불가피하다. 이 경우 경제주체들에 큰 혼란을 줄 수 있어 경제 전반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잦은 규제는 애초부터 도입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

▲권 실장=거듭 지적하지만 인위적 물가 억제 정책은 효과가 오래 지속될 수 없다. 이 같은 미시경제적 규제는 극히 제한적으로 사용하고, 장기적으로는 공급구조를 안정화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물가불안은 공급 측의 비용 요인이 많다. 따라서 가장 먼저 유통·물류 등 공급 측에서 비효율적으로 이뤄지던 부분을 개선해야 해야 한다. 또 국제적인 수급 불안정에 대비해 안정적 공급망 확보를 위한 체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 부분들은 지금 당장 효과를 보기는 어렵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꼭 필요한 것이다.

▲김 실장=전반적으로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벗어나는 직접 규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으로서 바람직하지 않을뿐더러 자칫 국제적인 분쟁에 휘말릴 수도 있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도 세입자에게 재계약권을 보장하고, 집주인에게는 전세금 인상률을 물가상승률 범위 안에서 유지하도록 법에 규정하는 등 부동산을 특수한 재화로 인정해 거래 관련 제약을 도입하는 나라가 많이 있지만 극히 예외적인 경우로 봐야 한다. 글로벌 스탠더드의 범위 안에서 효율적이고 실효성 있는 물가관리 방법을 찾아야 한다.

▲조 실장=소비자가 양질의 재화를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는 길은 시장이 경쟁적으로 움직일 때 가능하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이루어질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교육환경이 좋은 지역의 집값이나 전·월세금이 상승한다고 가격을 제한하는 방식은 결국 가격 앙등을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하면 가격이 오른다는 것은 시장 경제의 기본이다. 가격상한규제는 공급을 더욱 위축시킨다. 잘못된 진단은 잘못된 처방을 가져오고 이는 결국 소비자의 고통만 가중시키게 된다. 최근의 물가 상승 근본 원인은 과잉유동성에서 찾아야 하고 이를 흡수하는 정책이 요구된다. 선거를 의식한 과도한 복지지출을 지양하고 금리인상으로 유동성을 흡수해야 한다.

/정리=특별취재팀 조창원팀장 김기석 김성환 홍창기 조윤주 김은진 강재웅 이유범 유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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