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선진코리아,녹색에 길을 묻다] (2부) 탄소기술이 돈이다③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3.01 17:39

수정 2014.11.07 01:56

#1. 아이스크림을 녹지 않게 집까지 포장해서 가지고 올 때 아이스크림과 함께 넣는 흰색 드라이아이스는 얼음처럼 생겼지만 얼음과는 전혀 다른 물질이다. 이산화탄소에 높은 압력을 가하면 고체 이산화탄소, 즉 드라이아이스가 만들어진다. 드라이아이스는 고체 상태에서 녹아 바로 기체로 변화하는 승화성을 띠기 때문에 주위의 열을 흡수해 온도를 급격히 낮춘다. 이에 따라 물질을 차갑게 유지시키는 냉각제로 널리 쓰인다.

#2. 화력발전소나 공장 굴뚝에선 하얀 연기가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온다.

대부분 물이 증발된 수증기이지만 온실가스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도 만만치 않게 섞여 있다. 막대한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이산화탄소를 정화하고 공기 중으로 배출되기 전에 잡아내 보통 해안가나 연안 대륙붕 지역의 대수층에 저장한다. 특히 이 같은 지층구조에는 원유나 가스가 많다는 것을 고려, 가스나 원유를 빼내면서 빈 공간에 이산화탄소를 밀어넣어 더 많은 원유나 가스를 뽑아올린다.

이들 사례 1·2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라는 누명(?)을 뒤집어쓰고 있는 이산화탄소를 처리한 '탄소기술'을 소개한 것이다. 사례 1은 이산화탄소의 압력 대비 어는점이라는 기초적 기술인 반면 사례 2는 '탄소배출권 거래제'에 따른 미래기술이다.

특히 전자는 드라이아이스가 승화하면서 이산화탄소가 공기 중에 그대로 노출돼 온실가스 감축에는 전혀 영향이 없는 이른바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이지만 후자는 기술 확보 여부에 따라 미래 글로벌 산업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지구온난화를 해결하는 탄소기술의 대표적인 것이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S)' 기술이다.

한국은 CCS기술이 일부 상용화 단계의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선진국에 비하면 뒤처져 있다.

선진국은 1990년대부터 CCS기술 연구개발에 착수했지만 한국은 2002년 정부가 이산화탄소 저감 및 처리기술 개발 프런티어사업단을 연간 예산 100억원 규모로 출범시켜 이제 겨우 발걸음을 뗀 수준이다.

지난 2007년 독일 하일리겐담에 모인 선진8개국(G8) 정상들은 2050년까지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0% 감축하기로 합의했다.

이 합의내용에 기초하면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총량은 1990년 3억1060만t에서 2004년 5억9060만t으로 거의 2배 늘었다. 이 같은 증가 추세가 이어지면 2050년에는 약 9억5000만t에 이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2050년 줄여야 하는 기준 연도와 기준 양은 1990년의 3억1060만t과 이것의 절반인 1억5530만t. 결국 10억t의 실제 온실가스 배출량을 1억5000만t 정도로 85% 낮춰야 한다.

한국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치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선진국들은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게 문제다. 에너지 다소비 산업구조, 중·화학공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가진 한국에 이산화탄소 강제 감축은 치명적이다.

탄소기술이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산화탄소 저장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은 2005년부터 해양수산부 과제로 한국해양연구원이 맡아 진행하고 있다. 목표는 2050년까지 약 1억t의 이산화탄소를 땅속에 묻어 격리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2015년 이후 정부 지원하에 민간 주도로 100만t 규모의 대량 저장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로드맵도 마련했다.

국내에선 가장 유망한 이산화탄소 저장장소로 동해가스전이 거론된다. 유전처럼 가스전도 안전하게 이산화탄소를 격리할 수 있는 지층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해양연구원은 동해가스전에 1억∼2억t가량 저장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와 가까운 중국 발해만 일대 가스전도 주목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CCS기술을 확보하면 중국이 가스전을 개발하고 우리나라는 가스전에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공동 비즈니스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유전이나 가스전 개발 시 더 많은 원유와 천연가스를 발굴해내기 위해 물이나 수증기를 유전에 밀어넣고 그 압력을 이용, 지층 속에 있는 원유·천연가스를 뽑아내는 원리를 이용한 기술이다.

실제로 캐나다는 이 기술을 통해 원유를 증산할 정도로 기술이 발달해 있다.

캐나다 중남부 대평원의 유전지대 웨이번에서는 CCS기술의 가장 앞선 단계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2000년 캐나다 에너지회사인 엔카나가 생산량이 떨어져가는 웨이번 유전에서 더 많은 석유를 뽑아올리기 위해 땅속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하는 방식을 도입하면서 시작됐다.

이산화탄소를 이용한 석유증산 방식(EOR)은 이전부터 있던 기술이지만 지층에 존재하는 이산화탄소를 일부 끌어다 썼을 뿐 연간 100만t가량의 대규모 이산화탄소를 주입하는 방식은 처음이다.

웨이번 유전지대에선 2035년까지 3000만t가량의 이산화탄소가 저장될 전망이다. 약 670만대의 자동차가 1년간 도로에서 사라지는 것과 같은 엄청난 효과다.

석유를 많이 뽑아올릴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도 땅속에 격리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노르웨이의 석유회사 스타트오일은 천연가스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북해 해저 염대수층에 매년 100만t씩 저장하고 있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정부 간 패널(IPCC)은 전 세계적으로 유전 및 가스전에 37억t, 석탄층에 20억t, 염대수층에 1000억t가량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경제성이다. 현재 CCS기술은 원유 증산의 경우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탄소배출권 규제가 확산된다면 CCS의 활용 가능성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yoon@fnnews.com윤정남기자

■탄소배출권 거래제도=이산화탄소 등 오염물질의 배출을 줄이기 위해 고안된 제도로 시장기능을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기업별로 온실가스 배출 허용량을 정한 뒤 이보다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 기업은 초과한 양만큼 배출권을 사야 한다.
반대로 허용량보다 온실가스를 덜 배출한 기업은 그만큼 배출권을 팔 수 있어 이득이다. 이와 유사한 제도로 기업마다 오염물질 배출한도를 정해 지키도록 하는 목표관리제가 있다.
정부가 직접 규제하는 목표관리제는 기업이 추가적인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해도 시장에 배출권을 팔 수 있는 등의 인센티브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