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3월 설레는 연극 두편, 연극 ‘3월의 눈’ vs ‘동 주앙’

최진숙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3.03 12:45

수정 2014.11.07 01:44

3월 봄바람을 타고 사뿐히 무대에 내려앉는 연극 두편이 눈길을 끈다. 노련한 제작진들이 만드는 기대작이지만 색깔은 극과 극이다. 한편은 한평생 연극판에 몸담아온 국내 최고령 배우 장민호-백성희의 따뜻하면서도 가슴 시린 이야기 ‘3월의 눈’. 다른 한편은 뮤지컬계 신예들이 연극 무대로 옮겨와 꾸미는 희대의 바람둥이 ‘동주앙’이다. 만만찮은 내공의 소유자 손진책, 최용훈 두 연출가의 작품.

▲ 연극 ‘3월의 눈’.

‘3월의 눈(11일∼20일)’은 국립극단이 장민호-백성희 두배우에게 바치는 헌정 연극의 성격이 강하다. 지난해말 서울 서계동에서 문을 연 백성희장민호 극장의 개관작이다. 살아있는 배우의 이름을 딴 극장이 문을 연다는 것도 특별하고, 80대 노배우들이 자신의 이름을 건 극장에서 직접 연기한다는 것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꽃다운 나이 열일곱에 가극 ‘심청’의 뺑덕어멈 역으로 데뷔한 백성희는 올해 86세. 50년 넘게 국립극단 단원으로 활동해온 장민호는 87세. 두사람은 1960년대초 처음으로 부부연기를 한 이후 수많은 작품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다. 이들의 무대엔 격동의 한국 현대사가 살아숨셨다.

대본을 쓴 배삼식 작가는 “명동 어느 오래된 밥집에서 두분을 처음 뵈었을 때 반사적으로 하나의 영상을 떠올렸다”며 “볕 좋은 어느집 툇마루,고즈넉한 빛속에 두분을 앉혀 드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 고즈넉함은 현실을 초월한 견고한 성채같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살풍경한 현실 한가운데 있는 위태로운 한 순간”이라고 소개했다. “흔히 연극이 배우의 예술이라고 하는데 그 말의 구체적인 의미를 이번 무대서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잠깐 내렸다가 금방 녹아버리는 3월의 눈처럼 어떤 존재가 생겨나면 사라지는 것이 당연한 우리네 삶을 그렸습니다.” 배 작가는 이 대본을 1주일만에 완성했다.

작품의 주 무대는 오래된 한옥이다. 무대디자이너 박동우는 서울 성북동의 ‘수연산방’을 모티브로 고택을 새롭게 만들어낸다. 극은 이 한옥에 살던 두 노부부의 잔잔한 대화를 중심으로 풀어간다. 노부부는 곧 집을 떠나야 한다. 유일한 소생인 손자의 빚을 갚아주기 위해 집을 팔았기 때문이다. 3월 눈 내리는 날, 해체되는 집을 뒤로 한 채 노부부는 지나간 세월을 반추해본다. “대본을 읽고 가슴이 먹먹했다”는 손진책 연출은 “두 배우가 무대에 선다는 것만으로도 큰 울림을 줄 것”이라고 했다.

▲ 연극 ‘동주앙’.

한국 초연후 32년만에 무대를 갖는 프랑스 작가 몰리에르의 ‘동 주앙’은 분위기가 확 다르다. 오는 10일부터 내달 4일까지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될 이 작품은 코믹풍자극에 속한다. 몰리에르의 ‘동 주앙’은 스페인 작가가 쓴 ‘돈 후안’의 영향을 받은 것이지만 주인공의 색깔은 차이가 있다. 스페인 작품은 ‘희대의 바람둥이’,‘욕정의 화신’ 수준이지만, 몰리에르의 ‘동 주앙’은 여기에다 ‘시대의 반항아’,‘속박에서 벗어나려는 자유인’의 이미지까지 보탰다. 몰리에르는 동 주앙을 통해 미신과 광신,귀족들의 위선과 거짓 신앙을 고발하며 추앙받는 전통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최용훈 연출은 “원작에 담겼던 풍자와 조롱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며 “17세기 작품이지만 현대적인 표현으로 공감대를 넓힐 것”이라고 말했다.

극의 배경은 지중해 시칠리아 섬. 아내 엘비르를 차버린 동 주앙은 두 여성을 상대로 양다리를 걸치면서 애정 행각을 벌인다. 복수에 나선 엘비르의 오빠들에 의해 추격당하던 동 주앙은 우연히 자신이 죽였던 기사의 석상과 마주한다.


주인공 동 주앙은 뮤지컬 무대서 주로 활약해온 김도현과 이율이다. 재기발랄한 이미지의 두 배우가 사회성 짙은 이 작품에서 그들만의 개성을 얼마나 뽐낼 수 있을 지도 관전 포인트. 동 주앙의 시종이면서 무대에선 그의 또다른 자아이기도 한 스가나레역은 정규수가 맡는다.
초연 무대에서 동 주앙의 아버지 역할을 맡았던 배우 권성덕은 이번 공연에서도 같은 역을 맡아 눈길을 끈다.

/jins@fnnews.com최진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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