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전세난 임기응변으론 안된다/임정효 금융부장·부국장
전세난 문제가 과연 해결될 수 있을까. 문제가 심각해지자 금융감독원도 팔을 걷어붙였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3일 한 조찬간담회에 은행장들을 모아놓고 "당국과 업계가 함께 임차보증금 제도를 개선해 전월세 자금을 적극 지원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를 위해 조만간 전월세 자금을 쉽게 빌릴 수 있도록 임차보증금 담보 제도를 개선할 듯하다. 이렇게 하면 보증금이 부족한 서민들이 당장 전세금을 조달하는데는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순전히 미봉책에 불과하다. 앙등하는 전세금도 문제지만 전세 물건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데 자금만 빌려주면 뭐하나. 사실 이런 방식은 서민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집이 없어 전세난이 생긴 건 아니다. 팔겠다고 내놓은 매물이나 월셋집은 흔하다. 다만 전세로 나온 물건이 없을 뿐이다. 얻겠다는 사람은 부지기수이지만 내놓겠다는 전세 물건은 갈수록 더 줄어드는 형국이다.
국민의 불안도 상당한 수준이다. 한 언론사의 조사에 따르면 전국 대도시 시민들의 36%가 전세대란에 대해 불안감을 느낀다고 답했다고 한다. 전셋집·전세금을 구하지 못해 절망스럽다는 대답도 32%나 됐다.
필자는 앞으로 전세제도는 사라지리라 확신한다. 사실 전세제도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이한 제도다. 금리가 비싸고 집을 보유하기만 하면 돈이 되는 시대에 생겨난 상관습이고 그런 환경 하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제도다. 그러나 지금은 환경이 판이하게 달라졌다. 저금리 시대이고 집값도 정체 상태이거나 중대형의 경우 오히려 하락하는 경우도 많은 형편이다.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공급자 입장에선 집을 여러 채씩 보유하면서 세를 놓던 사람은 더 이상 집을 보유할 이유가 사라져버렸다. 집을 가지고 있어도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작고 비싼 보유세에다 임대소득세까지 내야 하는 상황에서 집값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가격에 전세를 놓는다면 그건 바보다. 사실 이런 형편에 시가 6억원짜리 아파트의 전셋값으로 5억원을 받은들 집 소유주가 만족하겠는가. 따라서 전세 매물은 갈수록 사라질 것이다. 전세와 월세를 반반으로 하는 반전세로 바뀌다가 마침내는 월세로 바뀔 것이다.
그런데 집이 있는데도 이런 현상이 나고 있다는데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이런 상황에 정부가 지금처럼 미봉책으로 대응한다면 피해는 집 없는 서민들이 고스란히 입을 수밖에 없다. 뻔한 구조인 만큼 빨리 합리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필자는 우리나라도 집을 담보로 장기 저리로 대출해주는 모기지제도를 빨리 도입해 정착시키자고 제안하고 싶다. 전세가 사라지는 만큼 집 없는 사람은 집을 구입하지 않는 한 앞으로 월셋집을 얻을 수밖에 없다. 월세는 보통 은행 이자보다는 비싸다. 따라서 월셋집을 얻는 대신 집을 장기 저리로 구입할 수 있도록 해 주거 비용을 낮춰 주자는 것이다.
이 방법은 장점이 많다. 무주택 서민들은 내 집이 있어 주거가 안정된다. 은행도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은행들은 자금 운용처가 마땅치 않아 고민이 태산이다. 주택담보대출을 늘리고 싶지만 주택경기 침체로 돌파구를 찾지 못해 안달이 난 상태다. 특히 은행들은 지금도 집을 담보로 장기 대출해주는 제도가 있으므로 이를 조금만 더 발전시키면 될 것이다. 이렇게 하면 주택 경기도 수요가 늘어나면서 적어도 지금보다는 활성화할 수 있다. 여기다 지금은 너무 비싼 취득세와 등록세, 등기비 등을 낮춰주면 거래를 더욱 활성화할 수 있다. 전세난도 해소하고 빈사 상태에 빠진 주택시장도 살릴 수 있다. 전세난은 경제가 선순환하지 못해 생긴 현상이다. 시장을 잘 살펴 순환이 제대로 되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래라 저래라'고 지시하면 해결될 듯이 일일이 정부가 나서는 건 미련한 짓이다. 정부의 현명한 대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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