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골프일반

[김운용 ‘세계100대 코스’ 탐방기] (9) 스코틀랜드 뮤어필드 골프클럽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3.06 17:08

수정 2014.11.07 01:33

세계 100대 코스 선정위원 자격을 떠나 골프인의 한 사람으로서 세계 유명 골프코스를 방문하는 것은 언제나 가슴 설레는 일이다.

골프장마다 갖고 있는 특별한 스토리 때문이다. 스코틀랜드의 뮤어필드골프클럽은 살아있는 골프역사라는 스토리를 우리에게 주는 곳이다. 에든버러공항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 해안에 위치한 전형적 링크스코스인 뮤어필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최초의 클럽이다. 4대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오픈을 15차례나 개최했고 인류 최초의 골프룰 원본이 보존되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내가 이곳을 처음 방문한 것은 2003년에 골프 발상지 세인트 앤드루스 방문을 겸해서였다. 진정한 의미의 클럽을 지향하는 나인브릿지골프클럽 최고경영자로서 ‘진정한 클럽의 형태가 어떤 것인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뮤어필드가 인류 최초의 골프룰을 보존하게 된 배경은 이렇다. 1744년 결성돼 문헌상 가장 오래된 골프클럽인 ‘에든버러 명예회원 클럽’ 회원들이 주무대였던 리스 링크스에서 세계 최초의 골프 공식대회를 개최하면서 대회 운영을 위해 13개 조항의 골프룰을 만들었다. 이후 클럽은 머슬버러로 옮겨갔고 그로부터 한 세기 후인 1891년 뮤어필드가 개장되면서 골프룰 또한 이곳에서 보존케 된 것이다. 현재의 골프룰은 이 룰을 근간으로 영국왕립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에 의해 개정되고 발전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뮤어필드의 숨결은 제주 나인브릿지에서도 느낄 수 있다. 나인브릿지 역사관이 마련된 로비에 뮤어필드 골프룰 원본의 148번째 카피본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이 카피본은 뮤어필드의 클럽 챔피언 피터 A 보트와 로버트 P 와이터가 2002년 월드클럽챔피언십 참가차 나안브릿지를 방문해 증정한 것이다. 나인브릿지제주와 해슬리나인브릿지의 ‘그레이트 프라이빗 멤버스클럽’의 염원을 담은 2개의 실버클럽도 뮤어필드의 실버클럽에서 영감을 얻었다.

뮤어필드는 세계 최초의 소셜 커뮤니티 골프장이기도 하다. 4명이 한 조로 라운드를 해도 코스에는 두 개의 볼밖에 없다. 커뮤니티를 철저히 중시한 경기방식 때문이다. 이곳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경기방식을 룰로 정해 놓고 있는데 오전에는 포섬방식(2인 1조로 공 한 개를 서로 번갈아 가며 치는 방식), 오후에는 포볼방식(2인 1조로 두 명 중 베스트 스코어로 승부를 가리는 방식)으로 플레이해야 한다.

뮤어필드의 코스 레이아웃은 독특하다. 대부분 골프장이 클럽하우스를 중심으로 아웃, 인 코스가 좌우 대칭인 반면 이곳은 아웃코스가 시계방향으로 원을 그리고 인코스는 그 안쪽에서 시계 반대 방향이다. 이를 통해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영향을 홀마다 다르게 한 것이다. 종잡을 수 없는 바람도 바람이지만 전장 7331야드, 파71인 이 코스는 페어웨이 폭이 20m 정도로 좁은 데다 가장자리에는 길이 30㎝의 긴 러프 그리고 깊은 항아리 벙커가 도사리고 있어 공략이 여간 어렵지가 않다.

엄격한 프라이빗 클럽이지만 화·목요일에는 일반인의 입장도 허용한다. e메일이나 전화, 편지 등을 통해 예약을 할 수 있는데 최소 1년은 기다려야 한다. 세계 최초의 클럽에 걸맞게 이곳은 넥타이를 매야만 입장이 가능하다. 심지어는 9홀을 마치고 클럽하우스 내 레스토랑에 들어갈 때도 다시 넥타이 차림이어야 한다. 여성 골퍼는 플레이는 가능하지만 여성 4명이 한 팀인 경우는 예외다. 반드시 남자 1명이 포함돼야 한다. 또한 여성은 클럽하우스 출입이 제한되어 있어 라운드 후에는 호텔로 돌아가 씻어야 한다. 지극히 보수적이지만 그런 정책 때문에 오랜 세월에도 불구하고 클럽 문화를 온전히 지키고 있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체류기간이었지만 뮤어필드 방문은 필자로 하여금 클럽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무엇보다도 클럽은 회원이 서로 소통하고 팀워크를 조성하는 커뮤니티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함께 경기하기 위해 룰을 만들고 여럿이 함께하는 경기방식을 고집하며 골퍼로서 품위를 존중하는 문화가 전통이 된 곳, 바로 뮤어필드가 추구하는 클럽의 가치인 것이다.


■김윤용 대표는 김운용은 한국인 최초로 세계 100대 골프 코스 선정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한국 골프계를 움직이는 10인에 선정돼 한국 골프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사진설명=인류 최초의 골프룰 원본을 소장하고 있는 뮤어필드GC는 무성한 러프와 깊은 항아리 벙커로 정평이 나 있다.
브리티시오픈을 열다섯 차례나 개최한 이 골프장은 소셜커뮤니티를 중시해 개인 스트로크 플레이는 금지하고 포섬과 포볼 경기만 허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