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스커트 입고 등산..바람막이 속 양복..‘믹스매치’

박하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3.10 16:26

수정 2014.11.07 01:05

‘이젠 미니스커트 입고 산에 간다.’

아웃도어 업계의 행보가 갈수록 과감해지고 있다. 성수기인 봄을 맞아 신제품을 쏟아내는데 기능성에만 주력하던 예년과 양상이 다르다. 올해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앞다투어 강조한 것은 ‘스타일’. 여기엔 아웃도어의 주무대였던 산을 벗어나 일상생활 패션까지 점령하겠다는 야망이 숨어 있다.

■‘아웃도어처럼 보이지 않게’

업계 1위 브랜드인 노스페이스는 올해 ‘아웃도어 DNA’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겉으로는 아웃도어의 느낌을 풍기지 않되 속으로는 ‘아웃도어 DNA’를 장착해 기능성을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이는 ‘아웃도어 제품이 스타일리시하지 않다’는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택한 전략이다. 그래서인지 올해 노스페이스가 추천하는 ‘등산객 패션’을 살펴보면 매우 놀랍다. 신축성이 뛰어난 레깅스와 산행용 미니스커트, 종아리가 날씬해 보이는 카프리팬츠(다리에 붙는 팔분바지)와 알록달록한 양말을 매치하는 식이다.

노스페이스 관계자는 10일 “아웃도어 붐이 일면서 기존 등산인구를 넘어선 시장개척이 필요한데 그중 하나가 10대 청소년, 또 다른 하나가 여성 고객”이라면서 “노스페이스는 바람막이 점퍼, 구스다운 등으로 청소년 소비층을 점령한 만큼 여성 고객을 위한 다양한 착장 스타일을 제시하려 한다”고 말했다.

LG패션의 라푸마는 아예 론칭 초기부터 패션성으로 인식된 브랜드다. 아웃도어 의류치고는 화려하고 튀는 색상의 제품이 많아 중년 여성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기 때문이다.

라푸마 역시 올해 주력 고객층을 10대∼20대 초반의 젊은이와 여성으로 보고 있다. 라푸마 이주영 디자인실장은 “최근 산악, 등반뿐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아웃도어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가 증가함에 따라 제품 구색도 늘고 있다”면서 “기능성 소재의 특징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스타일과 패션성이 가미된 제품을 만드는 것이 소비자에게 선택을 받는 중요한 척도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9일 ‘2013년에 국내 아웃도어 ‘톱5’에 들겠다’는 포부를 밝인 브랜드 몽벨의 비전 선포식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유명 패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유행의 경향을 잡아내 패션의 방향을 제시하는 일을 하는 사람) 우종완씨는 “아웃도어 제품은 기능성과 패션성의 조화를 이뤄낸 덕에 큰 인기를 얻고 있다”면서 “지금 나도 몽벨의 바람막이 재킷 속에 양복을 입는데 이것이야말로 현 시대가 원하는 믹스 매치(섞어 입기)”라고 말했다.

■해외 디자이너도 영입

코오롱스포츠는 올봄 트래블(여행) 라인을 론칭하면서 프랑스의 유명 디자이너인 장 콜로나를 수석디자이너로 영입했다. 이렇게 탄생한 트래블 라인은 아웃도어 을 이용해 아웃도어의 영역을 산에서 자연으로 넓히고 이어 캐주얼로 활용 가능한 옷으로 정착시킬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전체 출시되는 상품 중 12%를 차지하는 트래블 라인은 앞으로도 해외 디자이너와 협업을 통해 디자인 방향을 결정한다.

아웃도어 브랜드 K2 역시 새로 출시한 재킷 ‘두베’의 패션성을 적극 강조하고 있다. ‘두베’는 방수성과 투습성이 특히 뛰어난 제품이지만 마케팅 포인트는 블루, 오렌지, 라이트그린 등 선명한 색상과 슬림한 실루엣이다.

K2의 정철우 의류기획팀장은 “두베는 전문가형 익스트림 재킷이지만 최근 젊은 층의 아웃도어 활동이 늘면서 패션성이 뛰어나다는 부문도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아웃도어 시장에 합류한 휠라 스포트는 ‘엑스퍼트’와 ‘팝’ 2개를 키워드로 잡았다. ‘전문가’를 뜻하는 엑스퍼트(Expert) 전문가를 위한 고기능성 소재를 뜻하고 ‘팝’은 톡톡 튀는 색상과 현대적인 감각의 패턴을 상징한다.


휠라스포트 이승협 디자인실장은 “올 시즌 아웃도어는 더욱 화려하고 세련되어지면서 일상복을 대체할 것”이라면서 “라임, 블루, 레드, 핑크 등 태양 아래에서 더욱 강렬한 느낌을 주는 컬러가 유행하는 반면 지퍼나 로고 등은 최대한 심플하게 가는 게 트렌드”라고 설명했다.

/wild@fnnews.com박하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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