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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리어,호텔을 말하다] 한종권 플라자호텔 팀장

박하나 기자
파이낸셜뉴스

덩치 큰 벨맨(로비에 들어선 고객을 프런트 데스크로 안내해주는 제복 입은 호텔리어)의 안식처는 화장실이었다. 까다로운 손님에게 혼이 날 때마다 그는 화장실에 숨어 남몰래 눈물을 훔쳤다. 붉은 제복에 반해 시작한 호텔 생활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호텔에 첫발을 디딘 게 1981년 11월이에요. 면접을 담당한 총지배인이 ‘어떤 일을 하고 싶냐’고 물었는데 문득 머리에 떠오른 게 벨맨이었습니다.”

어수룩하기만 했던 벨맨의 모습은 이제 까마득한 이야기다. 서울 태평로 플라자호텔 객실팀 한종권 팀장(53)은 내년 근속 30년을 맞는다. 첫 직장이 곧 평생 직장인 그는 ‘주변머리가 없어서 딴 데 가지도 못했다’고 겸손해했다.

“1980년대 초만 해도 특급호텔이 적었어요. 경제가 급성장하던 시기라 손님은 넘쳐났죠. 객실은 늘 만실이었고 일은 바빴습니다.”

벨맨 생활은 3년간 이어졌다. 이어 프런트 데스크와 객실 관리, 객실 영업을 거쳐 2002년부터는 당직지배인을 맡았다. 당직지배인을 하게 되면 한 달에 보름만 집에 들어갈 수 있었다. 가족들의 서운함이 쌓여갔지만 우직한 천성 탓에 당직지배인 생활을 무려 10년이나 했다.

“아무리 많은 돈을 투자하더라도 손님들은 3∼5년 주기로 새로운 것을 원합니다. 그에 따라 객실 인테리어나 가구를 교체하는 데 호텔 역사가 오래된 탓에 한계가 있었지요.”

결국 지난해 플라자호텔은 6개월간 영업을 중지하고 대대적인 공사에 돌입했다. 국내에선 다소 생소한 개념인 ‘부티크 호텔’로 변신하는 게 목표였다. 통상 부티크호텔은 객실 규모는 적되 고급스럽고 개성 있는 분위기를 내는 호텔을 말한다. 그가 객실팀장의 직함을 갖게 된 것은 개·보수 공사가 진행되던 지난해 9월이다.

“객실 쪽에 오래 근무한 덕에 승진이 된 것 같은 데 얼마나 부담감이 컸는지 모릅니다. 플라자호텔로서는 사활을 건 변신이었는데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했으니까요.”

현재 그가 책임지는 객실 수는 400실. 여기에 피트니스, 스파 등의 편의 시설까지 그의 몫이다. 물론 지금의 근사한 시설도 시간이 가면 결국 낡고 익숙해진다는 걸 한 팀장도 잘 안다. 고객을 오랫동안 붙잡는 것은 결국 사람 냄새, 곧 친절한 서비스다.

“리노베이션을 하면서 객실 수는 줄였지만 직원 수는 늘렸습니다. 밀착형 서비스, 일명 ‘버틀러(‘집사’란 의미로 고객이 투숙하는 동안 편의를 제공함)’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서죠.”

개·보수한 호텔은 젊은층과 여성에게 특히 인기가 좋았다. 과거의 플라자호텔을 추억하는 이들은 서운한 기색을 비치기도 하지만 그 표현이 오히려 정겹고 고마울 때가 많다.

한 팀장은 30년간 한 호텔에서 일하면서도 지루함을 느끼지 못한 이유로 플라자호텔 특유의 입지를 꼽는다. 서울광장과 마주하고 있어 국가적인 행사가 있을 때마다 함께 기뻐하거나 슬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꼽는 최고의 경험은 2002년 월드컵이다. 빈 자리를 찾아온 시민들은 호텔 문앞까지 점령했고 사진 찍기 좋은 곳을 찾아 플라자호텔 3층 테라스에 오른 사진기자만 하루에 300명이 넘었다. 반면 가장 힘들었던 건 광우병 파동 촛불 시위 때다. 정치적으로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투숙 고객 중 일부는 ‘시위 때문에 잠을 설쳐 객실료를 낼 수 없다’고 반발했고 매출도 떨어졌기 때문이다.

좋은 시간도, 고된 시간도 다 거쳐온 그에겐 요즘 작은 바람이 있다. 호텔리어를 지원하는 후배들이 좀 더 참을성을 가지고 일해줬으면 하는 것이다. 호텔리어를 지원하는 이들이 이전보다 많이 배우고 재능이 많은 반면 작은 일에도 쉽게 좌절하고 실망하기 때문이다.

“우리 시대에는 그저 참는 게 미덕이려니 했어요. 서비스 업종에선 그런 자세가 필요하기도 하고요. 똑똑하고 재주도 많은 후배들이 인내심을 가지고 호텔에 남아줬으면 합니다. 호텔은 결국 ‘좋은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공간이니까요.”

/[email protected]박하나기자

■사진설명=플라자호텔 한종권 팀장은 “똑똑하고 재주도 많은 후배들이 인내심을 가지고 호텔에 남아줬으면 한다”면서 “호텔은 결국 ‘좋은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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