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이 경영권 방어차원에서 추진한 현대상선 우선주 발행한도 확대가 25일 현대중공업 등 범현대가의 반대로 최종 무산됐다.
이날 서울 연지동 현대상선 본사 대강당에서 열린 현대상선 정기주총에선 현대그룹과 현대중공업,현대백화점, KCC등 범현대간 팽팽한 대결이 펼쳐졌다. 현대상선은 우선주 발행한도 확대가 선박투자비용 확보를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주장했지만 현대중공업과 현대백화점은 주주가치 희석을 들어 반대를 표명했다.
우선주 발행한도를 기존 2000만주에서 8000만주로 늘리는 정관변경 안건은 결국 표결끝에 찬성이 의결정족수(주총 참석자의 3분의2· 66.66%)에 1.7% 부족한 64.95% 에 그쳐 결국 무산됐다.
현대그룹에 따르면 반대표엔 현대중공업그룹 주도하에 KCC,현대백화점,현대산업개발 등이 가세했다. 현대해상화재보험도 기권을 표명, 표결 원칙상 반대표로 처리됐다. 하지만 현대자동차그룹에 인수된 현대건설은 이번 주총에 참여하지 않았다. 당분간 현대그룹과 경영권분쟁 이슈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현대차의 선긋기로 풀이된다.
주총이 끝난 이후 현대상선 측은 “현대중공업이 주도한 범현대가의 조직적 반대로 실패했다”며 “현대중공업의 현대상선 경영권 장악의도가 드러나 현대상선은 또 다시 경영권 분쟁에 휩싸이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현대중공업 측 대리인(변호사)는 “현재 보통주 발행한도가 시가로 약 3조원 규모(1억2000만주)로 충분한데도 우선주 한도를 늘리겠다는 데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번 주총은 우선주 확대와 관련, 현대상선 주요 주주인 현대중공업이 사전에 반대의사를 표명한 가운데 KCC등 범현대가 지분이 결집할 경우, 변경안 통과를 막을 수 있어 표결 결과에 관심이 집중됐다.
현대그룹 측은 “현대중공업이 범현대가에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24일 이미 찬성 위임장을 제출했던 현대산업개발이 갑자기 위임장을 회수갔다”고 말했다.
일단, 이번 주총으로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 발행을 확대해 범현대가 지분을 줄이고, 우호지분을 늘리려던 현대그룹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현재 현대상선 발행주식수는 1억4327만주다. 추가로 발행할 수 있는 보통주 1억2000만주에 우선주 6000만주를 더한다면 이는 범현대가 지분을 떨어뜨려 경영권 위협을 막을 수 있는 든든한 보루가 된다. 현대상선 대주주인 현대엘리베이터가 가진 주식수가 3336만주(21.77%)인점을 감안할때 우선주 6000만주는 막대한 물량이다.
현대그룹은 현대중공업이 현대상선 경영권에 욕심을 내고 있다며 거세게 몰아가는 한편, 범현대가와의 경영권 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날 양측간 신경전은 이사보수한도 조정 안건에서도 드러났다. 현대상선은 사외·사내이사 총 9명에 대한 보수한도를 기존 8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증액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측은 “한진해운,STX팬오션 등 동종업종에 비해 많다”는 지적과 함께 반대를 표명했다. 현대상선 측 주주들은 즉각 현대중공업 측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에 나섰고, 결국 표결 끝에 찬성 64.31%, 반대 35.69%로 원안대로 통과됐다.
/ehcho@fnnews.com조은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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