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법지원인제 도입 ‘초읽기’...입 나온 상장사들 “비슷한 제도를 또?”
내년 4월부터 도입되는 준법지원인 제도에 대해 상장사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지금도 내부 통제 시스템이 있는데 비슷한 성격의 규제를 또 도입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자금사정이 좋지 않은 상장사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30일 한국거래소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변호사 등 법률 전문가를 준법지원인으로 임명해 상시적으로 법적 위험을 진단하고 준법, 윤리경영 여부를 감시하는 상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내년 4월부터 일정규모 이상의 상장회사는 변호사나 5년 넘게 법학 조교수 이상으로 일한 준법지원인 1명 이상을 채용해야 한다.
대형 법무법인의 한 관계자는 “현재 이사회나 감사, 감사위원회 등 자율적인 내부 감시제도가 있지만 현실적으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면서 “이번 조치가 상장기업의 준법 및 윤리경영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중복규제라는 점이다. 현재 기업에서 법률 관려 문제를 담당하는 직종만 살펴봐도 감사와 회계담당 임원, 사외이사, 공시담당자 등 적지 않다. 더욱이 은행과 증권, 보험 등 금융회사는 은행법에 따라 별도의 준법감시인까지 두고 있다.
한 상장사의 공시책임자는 “이미 준법경영을 한다고 여러가지 장치가 있는데도 왜 비슷한 제도를 또 도입하라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준법지원인이 근무한다 해도 과연 어떤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류광춘 조사1팀장도 “대형사는 자체 법무팀이 있고 중소형사는 법률 문제에 맞닥뜨릴 일이 별로 없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때문에 준법지원인 제도가 변호사의 일자리를 마련해 주기 위해 마련된 조치가 아니냐는 의견이 상당수다.
상장사 한 관계자는 “로스쿨 도입 등으로 일자리가 없는 변호사가 늘어나자 ‘폼 나는 명함’을 만들어주려고 만든 게 아니냐는 냉소가 많다”고 전했다.
한 코스닥 기업의 인사 담당자는 “변호사 한명을 채용하려면 일반 직원 두명을 뽑을 수 있다”면서 “자금 사정이 원활하지 않은 상장사에는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준법지원인 의무 도입 범위를 제한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상법 개정안은 준법지원인 의무 도입 범위를 자산 규모 등을 감안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업계 관계자는 “어차피 국회를 통과했으니 지금이라도 해야 하는 건 적용 범위의 축소”라면서 “자산 규모가 큰 기업으로 제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김한준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