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수 240여명의 중소 건설회사를 운영하던 김대환 씨(가명·72)는 퇴직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새로운 일을 구하기 위해 복지센터를 찾았다. 그가 손에 건진 일자리는 건설현장의 경비원. 김씨는 “현장 근무자들이 식사를 하러 간 사이 그들의 일을 대신 해주기도 했으나 결국 두 달 만에 일을 그만두게 됐다”고 말했다.
#전직 고등학교 교감이었던 배인성씨(가명·65)는 현재 설문조사원 일을 하고 있다. 30여년을 교직에 몸담고 있다 지난 2007년 퇴직 후 새롭게 얻은 직업이다. 배씨는 “설문조사를 다니다가 내가 재직하던 학교의 졸업생이나 제자를 만날까봐 걱정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고학력 전문기술을 가진 은퇴자들이 길거리로 나서고 있다. 정부가 노인 일자리 사업으로 은퇴자의 재취업을 유도하고 있지만 해당 업종이 현장 위주의 단순 노동에 국한되고 있다. 지난 2004년부터 실시된 노인 일자리 사업의 업종은 경비원, 청소원 등과 같이 단순 노동이 대부분이다.
상대적으로 고학력자가 많은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생)의 은퇴와 맞물려 전문인력에 대한 일자리 대책이 주요 경제·사회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4일 보건복지부 및 대한노인회에 따르면 지난 1∼2월간 정부의 노일 일자리 사업을 통해 재취업한 노인 3037명 중 771명(25.4%)이 얻은 일자리는 경비원으로 가장 많았다. 정부 고령화 대책으로 취업한 노인 4명 중 1명이 경비직 자리를 얻은 셈이다. 이어 두 번째로 많았던 일자리는 재활용 분류나 급식도우미 등의 지방자치단체 위탁사업으로 628명(20.7%)이 자리를 잡았고, 청소원이 573명(18.9%)으로 세번째를 기록했다.
정부대책으로 재취업에 성공한 노인 10명 중 약 6명(64.9%)은 경비, 청소, 도우미 등으로 ‘인생 2모작’을 시작한 것이다.
나머지 273명(9.0%)도 영농조합에서 바지락, 고추 등을 생산하고, 160명(5.3%)은 나무관리, 산불지킴이 등의 산림분야, 148명(4.9%)은 농작물, 채소관리 등의 농림분야에서 일자리를 꾸렸다.
정부가 그동안 추진해온 노인 일자리 대책은 은퇴를 시작한 고학력 베이비부머를 수용하기엔 한계가 있을 수박에 없는 구조다 .
더욱이 대규모 고학력 전문인력의 은퇴를 앞두고 있어 경제·사회적 손실이 우려된다. 지난해 8월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 조사에 따르면 중고령층(55∼64세) 중 고령자 중 현재 전문 기술자나 행정관리자는 33만2000명(전체 10.6%)에 달한다.
이들이 퇴직을 하면 막대한 노동력의 손실과 생산성 저하가 뒤따를 전망이다. 이들 중고령층 중 이미 실업상태에 있는 대졸 이상 학력자는 7000명에 이른다.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소정 부연구위원은 “베이비붐 세대의 노년기 진입으로 우리사회에는 새로운 노년문화의 서막이 오르고, 그 핵심은 베이비붐 세대의 사회참여 활성화”라며 “베이비부머의 성공적인 노년기 진입은 앞으로 30∼40년간 우리사회의 성패를 가늠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true@fnnews.com김아름·엄민우·남형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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