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반갑지만 떨떠름한 기름값 인하
SK에너지가 7일부터 휘발유·경유 값을 ℓ당 100원 인하하기로 했다. GS칼텍스와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도 시차를 두고 인하 대열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가격인하 압박에 정유사들이 한 발 물러선 모양새다. 당장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어쩐지 떨떠름한 기분을 떨치기 어렵다.
지식경제부의 정유사 팔 비틀기는 좀 심했다. 장관이 휘발유 원가를 따져보겠다며 나선 마당에 정유업체들로선 '성의 표시'가 불가피했을 것이다. 민관합동 석유 태스크포스(TF)의 평가 결과를 담은 종합대책이 6일 발표되는 것도 정유사들엔 부담이다. 행정력을 동원한 정부의 압박은 물가안정이라는 고상한 목표에도 불구하고 보기에 좋지 않았다. 정유업계도 그냥 물러선 것만은 아니다. SK에너지는 '정부가 후원하는 기름 특별세일' 기간을 3개월로 못박았다. 석 달 뒤 기름값이 어떻게 될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스프링을 억지로 눌러놓았으니 그 땐 더 튕겨 오를 것이다.
정부의 압력이 있었다 해도 SK에너지가 ℓ당 100원이나 값을 내린 것은 이익과다 의혹을 낳는다. 정유업계는 지금껏 세금이 절반을 차지하는 유가 구조를 거론하며 더 이상 내릴 여지가 없다고 버텨왔다. 업계는 이 같은 논리가 하루아침에 바뀐 이유를 소비자들에게 성실히 설명할 의무가 있다. 오로지 정부의 압박 때문이었다면 솔직히 그렇게 말하는 게 의혹을 줄이는 길이다.
3개월 뒤 기름값이 원상 복귀한다면 일련의 소동은 또 한차례 해프닝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정부가 진정으로 기름값 인하에 의지가 있다면 한시적인 인하에 만족해선 안 된다. 정유의 특성상 자연과점이 불가피하다고 손을 놓고 있을 게 아니라 경쟁을 촉진할 다양한 방안을 시도해야 한다. 한 주유소가 여러 제품을 동시에 취급해도 시장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보호해야 하고 석유제품 수입 확대를 통한 가격경쟁도 유도할 필요가 있다. 대형 마트의 주유소 사업 허용도 더이상 갈팡질팡해서는 안 된다. 기껏 하라고 해놓고는 기존 주유소들이 반발하자 서민정책의 틀에 갇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풀이돼선 곤란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