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가락동 사무실에서 만난 서종렬 KISA원장(사진)은 KISA가 올해 가장 주력해야 할 사업으로 스마트 문화와 윤리를 유독 강조한다.
서 원장은 “오프라인 세상에서 타인에게 욕하고 타인을 비방하면 문제가 되는데, 사이버 세상에서는 너무 관대한 측면이 있다”며 “인터넷에서는 근거 없는 허위사실도 너무 빠르게 확산되기 때문에 오프라인보다 윤리가 더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또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같은 스마트 모바일 세상에서는 더욱 빠른 속도로 얘기들이 전달되기 때문에 문화와 윤리가 더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스마트 문화와 윤리는 최시중 2기 방송통신위원회가 제시한 ‘스마트 선진국’ 비전의 핵심이다. 최 위원장은 지난달 2기 방통위원장 취임사에서 “스마트 윤리를 꽃피우고 안전한 정보기술(IT) 세계를 구축하지 않는다면 기술 강국은 될 수 있지만 결코 기술 선진국은 될 수 없다”며 “IT윤리와 보안이 뒷받침되지 않는 IT기술은 문명의 이기가 아니라 인권을 침해하고 사회를 파괴하는 야만적 도구가 될 것”이라며 스마트 문화와 윤리를 강조했다.
서 원장은 이런 방통위의 비전과 궤를 맞추며 “스마트 문화에 대한 글로벌 데이터를 확보하고, 한국만의 독특한 문화를 담을 수 있는 창의적 아이디어도 내놓아 우리나라를 ‘디지털 동방예의지국’으로 만들어가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서 원장은 “스마트 세상에서 남을 비방하고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하지 않는 것을 법률 규제만 해서는 산업발전과 함께 추진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전 국민이 합의할 수 있는 스마트 세상 문화를 정립해야 산업발전과 스마트 문화가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를 위해 서 원장은 올 초 KISA 조직을 개편하면서 인터넷문화진흥단을 신설했다. 서 원장은 “스마트 세상의 문화와 윤리를 정착시키는 국내 최고의 전문가 집단이 필요하다”며 “정부 공무원이나 일반 사용자보다 전문적 지식과 식견이 풍부한 전문가들이 있어야 스마트 문화를 선도해 갈 수 있다”고 인터넷문화진흥단을 신설한 배경을 설명했다.
서 원장은 사이버 보안을 지키는 첨병으로서 KISA의 위상도 더욱 강화할 생각이다. 사실 KISA는 지난 2009년 7·7 디도스(DDoS, 분산서비스거부) 공격과 올해 3·4 디도스 공격을 거치면서 국내 최고의 사이버 보안 전문집단으로 부상했다.
3월 3일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디도스 공격의 징후를 신고받은 KISA가 바로 악성코드 샘플을 확보하고, 40개 공격대상 사이트를 최초로 분석해 내면서 대규모 피해를 막을 수 있었던 것이다.
서 원장은 “지난해 디도스 사이버대피소를 구축해 주요 공공기관이나 금융사의 서버를 안전하게 피신시키고, 수만 건의 악성코드감염PC(좀비 PC)를 탐지해 발빠르게 조치하면서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며 “특히 3·4 디도스 공격에서는 좀비PC 사용자들에게 팝업창 형태로 감염사실을 알리고, 동시에 전용 백신으로 치료할 수 있도록 신속히 안내해 우리나라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 수의 약 65%에 해당하는 약 1100만명 이상이 전용 백신으로 검사 및 치료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서 원장은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사이버보안에 대한 투자가 일회성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아 보안에 여전히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고 걱정했다. 사실 미국은 정보기술(IT) 예산 중 정보보호비중이 2009년 기준으로 9.7%에 달하지만 우리나라는 2010년 8.2%에서 올해는 6.2%로 줄었다. 2009년 7·7 디도스의 영향으로 2010년 예산이 반짝 늘었다가 올해 다시 줄어든 것이다.
서 원장은 “보안분야에서 정부예산이 확대될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내겠다”며 “정부뿐 아니라 주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정보보호의 중요성과 예산 확대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기회를 자주 마련하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또 정보보안은 정부나 기업의 보안대책과 함께 PC나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보안의식이 가장 중요하다는 게 서 원장의 지론이다. 이 때문에 서 원장은 사용자 대상으로 스마트폰 보안상태를 점검, 조치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8월까지 개발해 보급하겠다”고 강조했다.
/cafe9@fnnews.com이구순기자
■서종렬 KISA원장 약력=서종렬 KISA원장은 59년 경북 경주출신으로 영남대학교를 거쳐 연세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를 받았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통신정책연구원을 거쳐 SK텔레콤의 커머스사업본부 상무를 지냈으며 KT의 미디어본부장을 거쳐 지난해 11월부터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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