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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유소작위(有所作爲)의 중국/차상근 베이징 특파원

파이낸셜뉴스

“무역수지 흑자의 99%는 특정 대국에서 생기고 있다.(그 나라가 무역적자를 줄이고 싶으면) 수출통제부터 풀어야 한다.”

중국 상무부 천더밍 부장(장관)이 지난달 하순께 베이징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미국을 겨냥해 던진 발언이다. 베이징에 온 수주 동안 여러가지 방법으로 중국의 현재 상황을 접하고 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대목이다.

천 부장의 주장은 중국과의 무역역조 축소를 원한다면 미국부터 움직여야 한다는 뜻이다. 미국이 다른 나라에는 팔고 있는 첨단기술 제품을 중국만 통제하며 차별하는 마당에 중국이 미국에서 무엇을 더 살 수 있겠냐는 ‘압박’이다. 그동안 이뤄져온 양측간 협의에서 미국이 훨씬 소극적이었고 이 때문에 마찰의 책임은 미국에 있다는 논리다.

특정 시각에서 보면 맞는 말이다. 중국은 간단한 일회용 소비재부터 내구성 소비재, 산업용 설비 등에 이르기까지 현재 인류가 사용 중인 거의 모든 물품을 생산하고 수출하는 나라다. 상황이 이런데 중국이 굳이 미국에서 수입을 늘린다면 첨단 하이테크 제품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이 대외정책의 초점을 어디에 맞추고 있는지를 알게 해주는 사례로 주변 지역과의 마찰 과정에서 자주 목격되는 논리다.

지난달 말 랴오닝성 다롄시의 생태과학기술 혁신도시 개발 현장을 찾았다. 다롄시측은 최고의 생태환경과 최상의 지능화 수준을 갖춘 첨단 하이테크산업 도시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물론 중앙정부와 랴오닝성 정부가 전폭 지원하는 사업이며 중국 내에서 신도시 개발의 전형이 되도록 할 것이라며 외국 기업들의 선투자를 당부했다.

여기서도 중국의 계산은 가감 없이 드러났다. 다롄시 고위 관계자는 설명회에서 “과거 한국, 일본의 제조업과 정보서비스업이 차례대로 중국으로 이전해왔듯이 신도시는 첨단과학기술 서비스를 핵심으로 한 지식경제산업이 투자 중점이며 첨단연구설계 개발단지와 저탄소에너지 절감산업이 주종을 이룰 것”이라며 투자유치 대상에 선을 그었다. 나아가 이 관계자는 투자유인책과 관련, 투자 비용은 줄여주는 대신 세금을 많이 창출할 수 있는 기업이 들어와야 하며 구체적 인센티브는 대상 기업과 따로 협의하겠다고 말해 이전의 사례와는 확연히 다른 이른바 ‘갑’의 모습을 보였다.

중국은 미국에서는 큰 무역흑자를 보고 있지만 한국, 일본을 비롯해 동남아·남미·아프리카에서는 모두 적자를 보고 있다.

미국의 아시아 전체 무역수지 비중은 지난 2000년 이후 거의 균형 상태다. 중국의 흑자 비중은 2000년 19%에서 지난해 45%로 올라갔지만 반대로 일본·한국·대만·아세안의 비중은 떨어졌다. 중국이 여타 아시아국의 줄어든 대미 흑자비중만큼 점유율을 늘린 셈이다.

이와 관련, 상무부 부부장 쟝요우핑은 최근 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무역적자는 세계화 이후 산업이전에 따른 적자와 흑자의 구조적 변화를 나타내는 것이라며 일본·한국·대만에 이어 순차적으로 중국에 이동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상무부의 다른 부부장 중산은 지난달 말 광저우의 무역전람회에서 전세계 최대 수출국이자 세계 2위 수입국인 중국이 아직 ‘무역 대국’일 뿐 ‘무역 강국’은 아니라고 말했다. 가격결정권, 교역규정 제정권이 없고 부족한 판매망에 낮은 브랜드 파워, 뒤처진 창의력 등을 볼 때 선진국 수준은 아니란 말이다.

중국은 이 같은 국가간 교역 상황의 상대적 차이를 대미교섭에 잘 활용하며 오히려 미국을 압박하는 상황으로 끌고 가고 있다. 미국과의 무역마찰을 컨트롤하는 중국의 자기중심적 시각에는 일견 타당성이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주변국에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심화되는 중국과 미국의 자기중심적 사고를 우려하고 있다.

‘은밀히 힘을 기르던’ 도광양회(韜光養晦)를 던져버리고 ‘필요한 역할은 한다’는 유소작위(有所作爲)의 모습은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위안화 절상문제나 무역마찰만이 아니고 외교안보 현안 등 전방위에서 나타나는 중국의 작심한 행보를 보는 경계의 눈빛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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