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상승 압박으로 청약을 고민하는 소비자들의 자금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중도금 무이자 등 금리마케팅이 미분양 등 분양시장 전반으로 확산되는가 하면, 아파트 건설 물량을 줄이고 대신 주민 편의시설을 대폭 확충하는 파격적인 설계변경도 잇따르고 있다.
이처럼 분양 수익을 일부 포기하고 소비자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주거환경을 우선시하는 건설사들의 설계변경이 올해 봄 분양시장 회복의 기폭제로 작용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無이자로 실수요자 잡기
최근 아파트 분양시장에 ‘금리 마케팅’ 바람이 불고 있다.
24일 건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따른 대출금리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건설사마다 중도금 무이자와 이자후불제 등 금리마케팅을 동원해 신규 분양수요 잡기에 나섰다.
특히 고금리 시대로 접어드는 것에 착안해 건설사들의 금리 마케팅의 무게중심이 기존 ‘중도금 이자후불제’에서 ‘중도금 무이자’로 옮겨지고 있고 중도금 무이자 적용대상 지역도 지방위주에서 수도권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분양계약자 입장에선 중도금 이자를 시공사가 대납함으로써 매달 이자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계약률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STX건설은 최근 경기 ‘수원 장안 STX 칸’아파트의 중도금 1∼3회차에 대한 무이자 혜택을 실시하면서 실수요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 아파트는 지하 2층, 지상 15층∼26층 13개동에 59∼124㎡ 총 947가구로 구성됐다.전체 분양가구의 80%가 103㎡ 이하 중소형 아파트다.
기존의 중도금 이자 후불제에서 중도금 1∼3회차를 무이자로 전환하면서 분양 계약자는 주택형에 따라 최대 1650만원까지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계약자가 실제 부담하는 이자비용은 59㎡ 기준 300만원대로 대폭 축소된다. 과천∼봉담 고속도로를 이용해 서울에서 강남까지 20분대에 진입이 가능하고 인근 단지 분양가에 비해서도 저렴한 데다 금리마케팅까지 겹치면서 분양 계약이 부쩍 늘고 있다. STX건설 관계자는 “중도금의 50% 무이자 혜택을 실시하자 분양수요가 대폭 늘면서 59㎡와 84㎡ 등 중소형은 일부 저층을 제외하고 상당부분 소진됐다”고 말했다.
한화건설은 경기 용인시 ‘죽전 보정역 꿈에그린’ 잔여가구에 대해 계약금 정액제(3000만원)와 더불어 나머지 계약금 및 중도금 전액 무이자 융자 혜택을 제공 중이다.
두산건설이 분양 중인 경기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 역시 계약금 정액제, 중도금 전액 무이자 융자 혜택과 더불어 입주시기인 2013년 3월까지 매달 자녀 교육비 50만∼70만원(세전)을 지원한다.
경기도시공사가 시행하고 현대건설이 시공하는 경기 김포한강신도시 ‘자연앤힐스테이트’도 중도금 무이자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GS건설과 두산건설이 울산 무거동에서 선보인 ‘무거위브자이’의 경우 일반분양분 228가구에 대해 중도금 전액 무이자 조건이 내걸려 있다.
대우건설은 부산 사하구 다대동 주공1단지를 재건축한 ‘다대 푸르지오 2차’ 아파트 일반분양분에 대해 중도금 60% 전액 무이자융자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동 줄이고 편의시설 확충
건설업체들이 분양을 앞둔 아파트 단지의 일부 동을 없애고 남는 공간에 주민편의시설 등을 대폭 확충하는 등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한 설계변경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주택시장 침체로 미분양이 속출하자 수익 감소에도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설계를 대폭 변경하는 것이다.
2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건설은 오는 5월에 인천 송도국제도시 5공구 Rc3블록에 분양하는 '송도 더샵 그린스퀘어'의 설계를 대폭 바꿨다. 총 14개동으로 설계된 아파트를 12개동으로 줄이고 대신 축구장 2.5배 크기의 중앙광장을 확보했다. 건폐율은 송도에서 가장 낮은 9.77% 수준이다. 또 동간 거리를 최대 185m까지 확보해 쾌적성과 개방감 등을 극대화했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설계변경으로 인한 분양일정 연기 등 사업에 직접적인 영향이 있는 힘든 의사결정이었지만 다른 단지와 차별화되고, 실수요자가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아파트를 선보이기 위해 과감히 설계를 변경했다"고 말했다.
동부건설은 오는 5월 분양예정인 인천 계양 센트레빌2차 아파트의 최상층의 펜트하우스 대신 주민공동시설인 '스카이카페'를 조성하는 설계를 추진 중이다. 이곳에 스카이카페 전용 전망형 엘리베이터까지 설치해 경인 아라뱃길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임대아파트에도 이런 움직임이 일고 있다. 김포한강신도시에 이달 임대분양을 앞둔 김포도시공사의 '한강신도시 계룡리슈빌'은 7개 동을 6개 동으로 설계 변경했다.
이에 따라 종전 계획보다 2배가량 넓은 중앙광장을 조성할 수 있게 됐고 자연스럽게 전 가구의 조망권과 개방감도 크게 끌어올렸다는 게 김포도시공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3차 보금자리주택부터 적용 예정인 한옥 아파트에 세대분리와 독립공간을 강조한 일반 아파트와는 다르게 개방감을 극대화한 비움의 미학을 추구했다. 특히 앞마당을 집안으로 가져온 획기적인 평면을 선보였다. 이곳은 입주자의 선택에 따라 자전거 보관도 할 수 있고, 아침에 일어나 체조도 할 수 있는 등 입주자의 선택에 따라 활용할 수 있도록 자유로운 공간으로 비워놓았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주택시장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건설업체들이 수익만을 생각한다면 분양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면서 "아파트 분양 물량을 줄임으로써 이익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지만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 만한 다양한 시설을 많이 확충할 경우 분양 및 계약률도 높아지고 궁극적으로는 건설업체 경영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jjack3@fnnews.com조창원 신홍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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