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바흐의 달인'이 온다,그것도 둘씩이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5.11 14:33

수정 2014.11.06 19:18

▲ 마사아키 스즈키(왼쪽), 마르틴 슈타트펠트
독실한 프로테스탄트 요한 세반스찬 바흐가 불후의 가톨릭 미사를 완성시킨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1723년 서른 여덟살 바흐는 자식들의 장래가 걱정돼 대학이 있는 도시 독일의 라이프치히로 이주한다. 직장은 그곳의 성 토마스 교회였다. 바흐는 이 학교의 합창장에 임명돼 학교·교회 음악 모두를 책임졌다. 학생들의 지지는 뜨거웠다.

하지만 시-대학-교회는 매번 불협화음이었다. 바흐로서도 어찌할 수 없는 반목이었다. 10년쯤 참고 지내다 바흐는 ‘전업’을 택한다. ‘드레스덴 궁정음악가’로 말을 바꿔타려한 것이다. 이를 위해 가톨릭 신자인 작센 선제후(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 2세)에게 미리 곡 2개를 바쳤다. 이것이 바로크음악의 정수로 꼽히는 ‘b단조 미사곡’의 일부인 ‘키리에’와 ‘글로리아’다. 바흐는 그후 ‘b단조 미사곡’을 5부 24곡의 대작으로 완성시킨다. ‘마태수난곡’ ‘요한수난곡’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와 함께 바흐의 종교음악 4대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이 바로 이 곡이다.

‘바흐 거장’ 마사아키 스즈키(57)가 바흐의 이 대작 미사곡을 국내 무대에 올린다. 스즈키는 1990년 ‘바흐 콜레기움 재팬’을 창단한 이후 지난 20년간 바흐 음악 최고 권위자중 한사람으로 주목받아온 인물. “바흐의 심장박동을 그대로 느끼는 지휘자”라는 찬사도 받았다. 열두살때부터 매주 일요일 교회 예배당에서 오르간을 연주했고 동경예술대,암스테르담 스벨링크 음악원 등에서 작곡,오르간,하프시코드를 공부했다. 그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고음악 거장이라는 지위가 확고하다. 일본의 원전 연주 바람을 일으킨 주역으로 세계적인 고음악 연주단체들은 앞다퉈 그를 초빙한다. 원전 연주는 작곡 당시 악기와 연주법을 철저히 되살려 연주하는 스타일을 말한다. 스즈키와 그의 원전 연주단 ‘바흐 콜레기움 재팬’은 1995년부터 세계적인 레이블 BIS를 통해 바흐의 방대한 칸타타 전곡 녹음 프로젝트도 진행중이다.지금까지 47집을 완성했다. 지난 2005년 첫 내한 공연에서도 바흐 칸타타 연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스즈키는 다음달 5일 오후 7시 LG아트센터에서 한국 고음악 앙상블 ‘바흐 솔리스텐 서울’과 함께 공연을 선보인다. 2005년 창단된 이 단체는 바로크전문 성악 앙상블이다. 창단후 지금까지 북스테후데,까리시미,몬테베르디,샤르팡티에의 곡을 국내 초연,주목을 끌어왔다.

다음달엔 또다른 30대 바흐 스페셜리스트의 귀환도 볼거리다. 독일 신예 피아니스트 마르틴 슈타트펠트(31)의 두번째 내한 공연이 다음달 2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아홉살때 처음 무대에 선 슈타트펠트는 10대 각종 콩쿠르 우승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그를 세상에 알린 결정타는 2002년 따낸 바흐음악콩쿠르 우승이다. 독일 연주자로 첫 우승이면서 동시에 콩쿠르 14년만에 처음 나온 1위 수상이었다. 그뒤로 그의 이름앞엔 자연스럽게 바흐 스페셜리스트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지난 2009년 첫 내한 공연에선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으로 그의 명성을 국내 관객에게도 확인시켜줬다.

이번 무대에선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슈타트펠트 특유의 감성을 맛볼 수 있을 거 같다. 연주곡중 바그너,리스트 독일 낭만주의곡이 상당수 된다.
바그너의 ‘탄호이저 서곡’과 ‘이졸데의 죽음’을 리스트의 피아노 편곡으로 들려준다. 바흐스페셜리스트답게 바흐의 ‘영국 모음곡’,라흐마니노프의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프렐류드’,리스트의 ‘바흐 동기에 의한 변주곡’ 등도 선보인다.
이중 일부는 올초 레이블 소니뮤직에서 발매한 ‘도이체 로만티크’에 수록된 곡이다.

/jins@fnnews.com최진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