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총장은 "학교 상징인 황소를 앞으로 돌진해 달려 나가는 형상으로 바꾸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꾸준한 변화를 추구하는 건국대의 노력을 학교 상징인 황소를 통해 쉽게 보여주자는 게 김 총장의 의중이다. 김 총장은 또 '글로벌(Global)'과 '로컬(Local)'의 합성어인 글로컬(Glocal)을 대학 행정에 도입했다.
건국대의 서울·충주캠퍼스는 이전에는 지역 차이밖에 없었다. 하지만 김 총장이 부임한 이후 대학경쟁력강화위원회를 만들어 양 캠퍼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그는 건국대가 가장 앞서 있다고 평가받는 의학·생명과학·동물생명공학·수의학 등 바이오 생명과학과 함께 신재생에너지, 하이테크, 문화콘텐츠, 부동산·건축분야 등 5개 분야를 중점 육성분야로 선정했다. 특히 최근 생명공학 및 의학분야에서 건국대는 특성화 대학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모든 것에서 최고가 될 수 없다면 건국대만이 갖춘 장기를 살려 특화하겠다는 김 총장의 복안이다.
김 총장은 "대학 슬로건을 'SMART KU, The Only One Glocal University'로 정했다. 국가, 기업, 아름다운 외모 등은 언제까지나 세계 최고가 될 수 없고 1위 자리를 내놓아야 한다. 따라서 건국대만이 차별화돼 갖고 있는 분야 5개를 집중 육성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스마트·글로컬 대학 특화
건국대는 교수연구 업적 향상을 위한 획기적 연구환경 조성, 우수한 졸업생 배출을 위한 교육서비스 혁신, 대학발전의 에너지 충전을 위한 대대적인 발전기금 확충, 국제화와 전통적 가치를 융합한 글로컬 대학과 스마트한 캠퍼스 조성, 동문 자긍심 고취 등을 5대 중점과제로 추진할 계획이다.
김 총장은 취임 후 'i-SMART 건국 2020'이라는 구호도 내걸었다. i는 혁신(innovation)을 뜻한다. SMART는 S(School, 학교), M(Management, 경영), A(Alumni, 동문), R(Research, 연구), T(Technology, 기술)를 결합한 것이다.
2020년까지 건국대를 스마트 대학으로 만들자는 취지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연구와 교육이다. 김 총장은 교수들의 강의내용을 되돌아볼 수 있도록 실시간 녹화를 도입했고 차별화된 최신 강의내용을 검토하기 위해 교육과정혁신위원회를 설치했다. 또 교무처 내 팀 이름도 스마트교육 혁신팀으로 바꿨다. 시대에 맞는 스마트 학생을 만들기 위한 교육혁신, 강의, 인프라 확충을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
의사 출신인 김 총장의 건국대병원 및 생명과학 분야에 대한 애착은 남다르다. 김 총장은 "최근 한국이 자랑하는 대학유산을 찾는 과정에서 건국대가 생명과학의 메카로 꼽혔다. 건국대는 그동안 동물생명과학대학, 생명환경대학, 수의과대학 중심으로 생명과학 분야에 특성화를 이뤄왔다"고 설명했다. 또 민중병원이 건국대병원으로 거듭나면서 최첨단 의료시설을 갖추고 지하철 2·7호선에 접하게 되면서 의학과도 시너지를 내며 앞서 있다.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 인증의료기관평가에서 건국대병원이 전국 최우수 의료기관에 선정됐다.
건국대는 아울러 문화예술대학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김 총장은 "칸영화제 대상 수상자인 홍상수 감독도 건국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 분야 역시 건국대의 특화분야로 삼고 있다. 건축부동산 분야도 지원하고 있는 등 기존 비교우위에 있던 의·생명과학처럼 육성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계열별 부총장제로 효율 운영
김 총장은 취임한 지 8개월밖에 안 됐지만 계열별 부총장제도, 대학발전기금본부 등을 추진하며 혁신의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건국대는 계열별 부총장제도 도입을 국내 대학 중 앞서 추진하는 곳 중 하나다. 김 총장은 이에 대해 "학문단위별로 묶을 예정이다. 서울캠퍼스에는 생명과학·자연공학·예술문화 부총장을, 충주캠퍼스에는 인문사회예술·자연생명공학 부총장을 두는 등 계열별 부총장제도 추진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총장이 현재 51명의 교무위원, 4명의 부총장 등 대학발전 관련 모든 관계자를 다 만나려면 1주일에 1명씩 만나도 1년 정도 걸린다. 시기적절하게 대학 발전을 위한 소통을 할 수가 없다. 그는 "계열별 부총장제도를 통해 각 부총장이 계열별 3∼4개 분야 학장과 직접 새로운 전략을 내는 것이 유효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김 총장은 '소통을 통한 열린 혁신'을 위해 전체 교수 및 계열별 교수들과 직접 대화를 아홉 차례 갖기도 했다.
건국대는 등록금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대학발전기금본부를 지난달 발족했다. 역대 3명의 총장, 동문회장 등 여럿이 모여 출범식을 했다. 그는 "대학 재정에서 등록금 의존도가 너무 높으면 세계적인 대학이 될 수 없다. 하버드, 예일, 매사추세츠공대(MIT) 등 해외 유명 대학은 10년 남짓한 세월에 2조원가량의 기금을 모은다. 등록금 의존도가 높고 법인이 주는 금액만으론 대학이 크게 도약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조직화된 본부를 통해 2020년까지 아시아 100대 대학 진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인프라를 확충할 생각이다. 구성원에게 발전 비전을 보여주고 이를 위한 재정을 동문 및 사회인사들에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학생들의 취업에도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를 위해 4월 중순에 모든 학과장, 주임교수, 학장, 원장과 함께 취업률 1위를 위한 워크숍도 진행했다. 100여개 전공단위별 취업률 및 13개 경쟁대학의 결과를 분석했으며 학생들 취업을 위해 노력한 교수에게는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도 개선했다.
김 총장은 "취임 후 도서관 로비를 '잡 도서관(Job Library)', 기숙사 1층을 '잡 하우스(Job House)', 학생회관도 '잡 카페(Job Cafe)'라는 이름을 붙였다. 산발적으로 흩어진 모든 취업관련 자료, 채용박람회 등을 한군데 모아 가장 붐비는 곳이 됐다. 현재 건국대는 큰 규모 대학 중 취업률이 5위 정도다. 2020년까지는 취업률 1위 대학으로 만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진규 총장은
김진규 건국대학교 총장(59)은 경남 마산 출신으로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국내 최초로 독일 프랑크푸르트대병원에서 임상화학을 전공한 뒤 서울대 대학원 의학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김 총장은 진단검사의학 분야 전문의로서 서울대 의대 부학장, 서울대 의대 검사의학교실 주임교수, 서울대 임상의학연구소 임상연구검사실장, 서울대 법대 최고지도자과정 초빙교수를 거쳤다. 김 총장은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학술지 논문 190편을 포함, 총 420편에 달하는 논문을 낸 의학계를 대표하는 연구교수 출신이다.
그는 최근까지 대한임상검사정도관리협회 회장, 제10차 아시아·태평양 임상화학회 학술명예대회장, 한국건강관리협회 부회장 등을 맡았다. 건국대 학원 창립 역사상 의사 출신은 설립자인 상허 유석창 박사 이후 두 번째이며 타교 의사 출신으로는 처음이다. 김 총장은 지난 1995년 서울대 의대 동창회보 편집인을 맡아 서울대 의대의 전신인 경성의학전문학교를 나온 건국대 설립자의 일대기를 동창회보에 실으면서 감명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상허 선생이 의사 출신 독립운동가로서 민중병원과 건국학원을 설립하고 새마을운동의 모태사상인 농촌 생활혁명을 이끌었다는 점에 김 총장은 매료됐다고 밝혀왔다. 김 총장은 과기총과학기술우수논문상을 3회 받았으며 송촌지석영의학상 대상(2002년), 대통령표창(2007년), 1회 사사키상 수상(2008년), 올해의 100대 과학자상(2009년) 등을 수상했다. 김 총장은 소설가인 부인 김향숙 여사와 사이에 1남(변호사) 1녀(대학 조교)를 두고 있다.
/rainman@fnnews.com김경수 김태호기자
■사진설명="오는 2020년까지 큰 규모 대학 가운데 취업률 1위를 하겠다"고 대학 발전 방향을 설명하는 건국대 김진규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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