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브르 박물관에 불이 났다. 불길은 20분 만에 잡혔지만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대표작 '모나리자'가 검게 그을리고 말았다.
"벤젠이나 알코올로 그을음을 닦아낼 수 있지만, 워낙 오래된 그림이라 물감까지 부서져 나올 텐데 큰일이군."
박물관장이 고민에 빠진 사이,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전기물리학을 연구하는 랭턴 박사가 손에 작은 총 모양의 장치를 들고 도착했다. 랭턴은 장치를 이용해 '모나리자'에 산소를 뿌렸다. 지름 3㎜인 총에서 산소 원자가 뿜어져 나오자 '모나리자'의 그을음이 조금씩 사라졌다.
"마치 기적을 본 것 같군요. 시커멓던 미술품이 산소 총을 맞고 제 모습을 찾다니!"
박물관장이 감탄하자 랭턴 박사가 설명했다. "원리는 간단해요. 그을음은 보통 '탄화수소'로 이뤄져 있는데요. 탄화수소란 말 그대로 탄소(C)와 수소(H)로 이뤄진 물질이죠. 여기에 산소를 쏘게 되면 탄소와 수소가 각각 산소와 만나게 됩니다. 탄소와 산소가 반응하면 이산화 탄소(CO₂)나 일산화탄소(CO)가 되고요. 수소와 산소가 반응하면 수증기(H₂O)가 되죠. 결국 우리 눈에 보이던 그을음(탄화수소)은 산소를 만나면서 다른 기체가 되어 공기 중으로 날아가 버리는 거예요."
"그런데 NASA에서 이런 연구를 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미술품 복원은 우주기술과 거리가 멀어 보여요."
"아, 거기엔 또 재미있는 사연이 있죠. 우리 주변에 있는 산소는 보통 분자 상태(O₂)로 존재해서 안정적인데요, 고도가 높아지면 태양의 자외선이 산소 분자를 쪼개버려요. 즉, 우주 공간에는 산소 원자가 생기게 되는 거죠. 이런 산소 원자들은 우주선이나 인공위성의 표면에 부딪힐 수 있답니다. 결과적으로 반응성이 워낙 좋은 산소가 우주선 등을 손상시키는 거죠. 그래서 NASA에서는 산소 원자의 반응성을 연구하는 게 중요한 과제였어요."
랭턴 박사는 자신의 선배인 브루스 뱅크스와 샤론 밀러가 산소의 반응성을 거꾸로 생각하면서 미술품 복원이 가능해졌다고 했다. 우주선 표면을 분해시킬 정도로 강한 산소의 반응성을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뱅크스와 밀러 박사는 그림을 일부러 그을린 뒤 커다란 용기 속에 넣고 산소 원자를 넣어봤어요. 그러자 그을음이 서서히 사라지다가 마침내 깨끗해졌답니다. 여기에 자신감을 얻은 연구팀은 NASA 근처 크리블랜드 미술관 지하 창고에 있던 미술품 2점을 깨끗이 복원했죠."
이후 NASA의 '산소 원자 복원기술'은 앤디 워홀의 작품인 '욕조'와 '라이자 미넬리'를 살려냈다. '욕조'에 뭍은 선명한 립스틱 자국을 지우고, '라이자 미넬리'의 마커 자국도 사라지게 만든 것이다. 1958년과 1961년 두 번의 화재로 온통 그을렸던 모네의 '수련'도 NASA의 산소 원자총 덕분에 제 모습을 찾았다.
"우주기술 덕분에 우리 '모나리자'가 살았네요."
"네, 앞으로도 항공우주과학에 많은 관심 가져주세요!"
<이 글은 1958년과 1961년 두 번의 화재로 그을린 모네의 그림 '수련'을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항공우주기술로 복원한 사례를 바탕으로 루브르 박물관 화재상황을 상상한 것입니다.>
/글: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