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증권업계와 우리사주조합 등에 따르면 지난해 20조원에 이르는 시중자금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며 청약 광풍을 일으킨 삼성생명의 코스피 상장. 상장 후 1년간 주식을 팔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보호예수'가 끝나 주식을 팔 수 있는 기간이 이달 도래했지만 삼생생명의 현재 주가는 주당 9만8000원으로 공모가(주당 11만원)를 밑돌고 있다.
공모 당시 삼성생명의 우리사주를 매입한 임직원들에 대한 주위의 부러움은 온데간데없고 당시 주식을 샀던 임직원들 상당수는 이제 대출금 이자 부담 등으로 골치를 앓고 있다. 기업공개(IPO)를 통해 우리사주를 취득한 대부분의 다른 생명보험사 임직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종업원에게 주가 상승을 통해 임금 외 소득을 제공하고 기업에는 생산성 및 애사심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우리사주제도가 겉돌고 있다.
2009년과 2010년 생명보험사 상장이 증권시장의 '대박'으로 떠오르면서 공모 청약에 묻지마 청약 광풍이 불었다. 그러나 대박 신화는커녕 주가 하락 속에 주식을 1년간 내다팔 수 없어 안절부절 못하는 임직원들이 홍수를 이뤘다.
2009년 10월 생보사로는 첫 상장한 동양생명도 사정은 비슷하다. 동양생명의 한 직원은 "상장 당시 생보사 상장 1호라는 프리미엄으로 청약경쟁률도 높아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컸다"며 "하지만 차익을 내기는커녕 대출 이자만 더 물게 생겼다"고 울상을 지었다.
신우리사주조합제도 도입 10년째를 맞았지만 △수익률 하락 △단타 매도 △불공정한 매수 제도 △후진적인 우리사주조합 운용 등 4대 악재가 노출되면서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것.
신규 상장사 10곳 중 절반 정도의 주가가 1년 뒤에 공모가를 밑돌고 대부분 임직원들이 공모대금의 40∼60%를 개인대출로 청약해 막대한 금전적 손실을 입는 사례도 속출한다. 신규 상장 전 직원들에게 자사주를 매입토록 하는 우선배정제도 역시 제도적 허점을 드러내면서 우리사주조합제도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 이런 문제점이 노출되면서 기업 임직원 3명 중 2명 정도가 2년 이내에 우리사주를 팔아치우고 있다. 5년 이상 보유한 경우는 10명 중 1명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우리사주제도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제도개편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ESOP코리아 안병룡 대표는 "중장기 투자문화 정착과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우리사주제도의 손질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 조창원 팀장 김성환 강두순 홍창기 유현희 강재웅 이병철 이유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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