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중형차 K5의 하이브리드 버전을 내놨다. 이미 가솔린 모델이 등장해 디자인으로 호평을 받은 터라 하이브리드의 출시는 선택의 폭을 더욱 넓히는 기회가 됐다. 하이브리드가 출시되자 동호회를 중심으로 ‘경제성’과 ‘성능’에 대한 궁금증을 담은 글이 올라왔다. 가솔린차와 비교하기도 하고 하이브리드 방식의 차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경우도 발견됐다. 그래서 K5 하이브리드에 대한 이야기를 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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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기아 K5 하이브리드(HEV)의 미디어 시승회. 일산 킨텍스에서 임진각까지 총 50km의 구간에서 진행됐다. /사진=이다일기자 |
◆K5 하이브리드 종류와 가격은
럭셔리·프레스티지·노블레스의 3종류 트림으로 출시된 K5하이브리드의 판매가격은 3068만원부터 시작한다.누우2.0 가솔린엔진에 6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했고 모터·배터리·전력제어유닛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장착됐다. 16인치 휠을 기본 장착했다.
여기에 17인치 휠과 가죽시트, 온열시트, ECM룸미러, 크루즈 컨트롤 등을 추가하면 프레스티지 모델이 되면서 가격은 약 200만원 늘어난다. 또 CDC오디오와 8개의 스피커, 외장앰프, 후방디스플레이와 하이패스 기능이 내장된 룸미러를 더하면 3338만원의 최고급 사양이 된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교육세를 비롯한 각종 혜택을 볼 수 있어서 실제 구매가격은 차량가격보다 저렴하다. 각종 세제 혜택을 적용할 경우 럭셔리는 2925만원, 노블레스는 3195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
7인치 내비게이션과 후방카메라는 145만원에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고 컴포트시트는 55만원, HID헤드램프와 타이어 공기압 경보장치(TPMS)를 패키지로 묶은 ‘하이클래스’ 옵션은 45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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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최초로 선보인 ‘병렬형 하이브리드’K5. /사진=이다일기자 |
기아차는 하이브리드를 출시하면서 가솔린 차량과 비교해 가격차이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K5 가솔린 2.0 모델의 최고 트림은 2725만원으로 하이브리드 최고트림과 비교할 때 세금 혜택까지 고려하면 약 470만원의 차이가 난다.
또 하나 고려해야하는 것이 배터리다. 기아차는 하이브리드 관련 시스템에 6년 12만km의 보증을 제공하며 30만km도 문제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혹시 모를 사고나 고장에 대한 걱정은 있게 마련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하이브리드 배터리 가격을 묻는 기자들에게 “아반떼 하이브리드의 경우 배터리 가격이 약 120만원이었고 K5 하이브리드는 아마도 용량이 더 크니 이것보단 비쌀 것이지만 정확한 가격은 아직 모르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대략 200만 원쯤 합니까”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쯤 되지 않을까요”라고 답했다. 결국 배터리교체에 1000만 원 이상 소요된다는 일각의 소문은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로 밝혀졌다.
◆ 겉모양만 유사하고 속은 전혀 다른 차, 하이브리드에 적용된 기술은
기아차 서춘관 마케팅실장은 기자간담회에서 K5하이브리드의 디자인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K5는 그간 디자인으로 워낙 인정을 많이 받은 차다. 따라서 하이브리드라고 대대적인 외관의 변화는 없다. 다만 공기저항을 줄이거나 하이브리드 특유의 구성을 곳곳에 배치해 차별화를 뒀다”고 말했다. 외관에서 큰 변화를 준 쏘나타 하이브리드와 비교되는 항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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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환경을 강조한 K5 HEV의 앰블럼. 외관상 큰 변화는 없고 일부 부품의 형태가 변경됐다. /사진=이다일기자 |
겉모습은 비슷하지만 속 내용물은 전혀 다르다. 2.0 누우엔진은 설계부터 다르다. ‘오토’박사가 설계한 4행정 2사이클 방식이 아닌 ‘엣킨슨’이 오토박사의 특허를 피하려고 만든 4행정 1사이클의 ‘엣킨슨 엔진’ 방식을 쓴다. 압축비를 높여 연비를 개선할 수 있지만 고회전에서 큰 힘을 얻기 힘들다. 연비를 위한 세팅인 것. 1990년대 도요타의 하이브리드가 이 방식의 엔진으로 연비를 크게 개선했다.
여기에 6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됐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엔진과 모터가 바퀴를 구동하기 때문에 동력원과 바퀴를 연결시키는 기술이 복잡하다. 도요타는 ‘도요타하이브리드시스템(THS)’이라는 독자적 기술로 변속기와 모터를 결합한 하이브리스 시스템을 장착했다.
K5 하이브리드는 하이브리드에서 많이 사용하는 무단변속기(CVT)대신 6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했다. 그리고 변속 충격을 줄여주지만 동력 손실을 유발하는 ‘토크컨버터’를 삭제했다. 대신 여러 개의 클러치를 장착해 변속을 부드럽게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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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아 K5 하이브리드에 장착된 6단 변속기. /사진=이다일기자 |
이 차가 기존 국산 하이브리드에 비해 발전된 내용은 전기모터만으로 주행이 가능하다는 것. 시속 20㎞까지는 모터만 구동되는 ‘EV’ 모드가 작동된다. 모터 주행이 가능하려면 몇 가지 기술적으로 해결할 문제가 생긴다. 먼저 브레이크 압력 유지 문제다.
브레이크는 일반적으로 엔진에서 나오는 압력을 이용해 작동된다. 시동을 끄고 브레이크를 두어 번 밟으면 더 이상 작동되지 않는 것이 바로 엔진이 정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이브리드는 주행 중 엔진이 수시로 정지되기 때문에 브레이크에 보낼 압력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 전기모터가 활용된다. 전기로 만들어진 압력을 모았다가 브레이크에 활용하는 것. 기존 하이브리드 차량은 브레이크 압력 조절이 부드럽지 않아 브레이크 작동이 어색한 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또한 브레이크를 밟으면 전기 모터를 역으로 돌려서 충전을 시작한다. 모터가 역으로 도는 힘을 이용해 브레이크를 부드럽게 작동시키는 역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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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5 하이브리드의 엔진룸. 주황색 고전압선이 눈에띈다. /사진=이다일기자 |
K5하이브리드의 엔진룸에는 주황색 전기선이 눈에 띈다. 270v의 고전압선이라 일부러 눈에 띄게 만들었다. 외부충격이나 차량의 전복 등 사고 시에는 배터리에서 전원을 차단하기 때문에 감전의 위험은 없다고 기아차는 밝혔지만 고의적으로 전선을 분리하거나 피복을 벗겨내는 일은 감전의 위험이 있으니 정비시 주의해야한다.
냉각도 엔진과 모터를 따로 한다. 보닛을 열고 왼쪽에 있는 냉각수는 모터용이고 오른쪽에 있는 냉각수는 엔진용이다. 엔진보다 모터가 더 낮은 온도에서 작동되기 때문에 별도의 냉각장치를 갖고 있다. 또 발열이 많은 배터리는 뒷좌석과 트렁크 사이에 설치됐다. 여기에는 별도의 공랭식 장치가 추가돼 열을 발산한다.
도요타 프리우스의 경우 배터리 냉각에 차량 실내 공기를 활용한다. 조수석 뒷자리 한편에는 공기흡입구가 장착됐는데 도요타 엔지니어는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듯한 차량 실내 온도가 배터리에겐 최적이다. 연구를 통해 실내 공기를 배터리로 유입해 외부가 추울 땐 난방역할을 하고 더울 땐 냉방역할을 하도록 구성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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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진룸에는 모터와 엔진을 냉각하는 별도의 냉각수가 있다. 사진에 보이는 왼쪽이 모터 냉각을 담당하고 우측 끝에 엔진 냉각을 위한 장치가 있다. /사진=이다일기자 |
물론 프리우스는 니켈수소 배터리를 사용하고 K5하이브리드는 리튬 이온폴리머 배터리를 사용해 차이가 있다. 하지만 실내로 열과 소음이 전달되는 도요타 하이브리드의 단점을 K5에서는 개선한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병렬식 하이브리드’라는 구조다. 배터리를 직렬, 병렬로 연결하듯 동력 연결 방식을 표현한 것이다. 쉐보레의 전기차 ‘볼트’는 직렬방식이다. 모터는 구동을 담당하고 엔진은 모터에 전기 공급만 한다. 구동과 연결되는 지점이 모터만이라 시스템이 단순하고 가볍다. 다만 모터의 구동력에 의지해야하므로 고출력을 내기에 무리가 있다.
도요타의 프리우스는 직렬과 병렬이 혼합된 독자적 방식을 사용한다. 때에 따라 모터와 변속기가 직접 연결되기도 하고 엔진과 변속기가 직접 연결되기도 한다. 도요타는 이 기술이 하이브리드 기술 가운데 가장 핵심이라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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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브리드 자동차에는 기존 상식을 뛰어넘는 신 기술들이 많이 들어있다. 한 기자가 기아차 관계자에게 브레이크 작동 방식에 대해 물어보고 있다. /사진=이다일기자 |
K5 하이브리드는 병렬 방식이다. 모터와 엔진이 모두 구동축과 연결된다. 이것이 기존 아반떼 하이브리드나 포르테 하이브리드와 차별화 되는 요소다. 기존 하이브리드는 전기 모터만으로 구동이 불가능했다. 엔진이 바퀴를 돌리면 모터는 구동력을 보조하는 역할을 했다. 일종의 엔진 중심 직렬 하이브리드다. 이 방식을 모터만으로 구동 가능하게 만든 것이 최근 등장한 K5와 쏘나타의 병렬형 하이브리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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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렬형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구동모습. 차량 중앙에 대형 화면으로 현재의 작동상태를 보여준다. /사진=이다일기자 |
◆K5 하이브리드 가속성능이 아반떼 MD보다 못하다?
기아차는 엔진의 150마력과 전기모터가 합쳐져 190마력대의 차와 비슷한 힘을 낸다고 밝혔다. 하지만 동호회를 중심으로 혹은 K5 하이브리드를 마음에 두고 있었던 사람들은 시승 후 ‘힘이 모자라는 느낌’이란 얘기를 들었다. 왜 그럴까.
하이브리드의 작동원리상 190마력의 힘이 지속되지 않아서 그렇다. 일단 초기 출발 시에는 회전수에 관계없이 최대토크를 발휘하는 모터가 주 역할을 한다. 속도가 올라가면 2.0 누우엔진이 힘을 이어 받는다. 다만 이 엔진은 앞서 얘기한 ‘엣킨슨’ 방식이다. 연비는 좋지만 고속회전에 적합하지 않다. 따라서 기존 K5보다 고회전을 사용하며 달리는 맛은 줄었다는 느낌이 맞다. 게다가 모터와 배터리 등 무거운 추가 장착 부품으로 인해 120kg이나 무게가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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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인연비 21.0km/L. 중형자동변속기 차량 가운데 최고 수준의 연비다. /사진=이다일기자 |
이 차는 스포티한 주행보다는 연비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니 엔진, 변속기, 타이어까지 모든 부분이 연료 효율을 위해 구성됐다. 물론 최근의 현대·기아차가 세계적인 수준의 연비를 보여주고 있지만 이 차는 특히 친환경과 연비에 신경을 쓴 흔적이 보인다.
◆실제 주행해본 연비는..
무게에 민감한 가솔린차는 연비가 운전습관과 조건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이번 시승에서도 특성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 차의 공인 연비는 21.0㎞/ℓ다. 기자 시승회에의 최고 기록은 25.9㎞/ℓ가 나왔다. 최저 기록은 연비를 고려치 않고 고회전을 유지하며 운전한 결과 5㎞/ℓ대 초반이 나왔다. 이때는 배터리는 방전 직전이었고 평균속도는 180을 오르내렸다. 물론 양쪽 다 정상적인 주행은 아니다. 하지만 극한의 상황으로 재현한다는데 의의가 있다. 일부 기자들은 평소처럼 주행했더니 무려 15㎞/ℓ대가 나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 우리나라의 공인연비제도는 실제 상황과 다른 면도 많다. 특히 가솔린차는 무게에 민감해 공인연비를 달성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기아차가 주장하는 공인연비기준 40%대의 향상효과를 기대하긴 힘들다. 사실 가솔린 K5도 일상생활에서 공인연비보다 낮은 8∼10㎞/ℓ(시내주행기준)를 기록하는 것으로 유추하면 K5 하이브리드는 대략 15∼17㎞/ℓ의 연비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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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도 25km구간 시승 연비는 20.3km/L. 일반 중형 승용차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수치다. /사진=이다일기자 |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효율적으로 타려면 주행여건이 맞춰져야한다. 무게에 민감한 가솔린 차 이므로 트렁크를 비롯한 차에 있는 잡동사니는 모두 빼야 한다. 또 고회전형 엔진이 아니므로 조금씩 낮은 회전을 유지하며 살살 가속페달을 밟아야 한다.
이 차에는 중요한 기술들이 포함됐다. 공회전방지장치(ISG)는 차가 멈춰서면 시동이 꺼진다. 이것만으로도 6∼7%의 연비 향상이 있다. 정차를 반복하는 시내주행에서도 높은 연비를 유지하는 비결이 바로 여기 있다.
시동이 꺼졌어도 에어컨과 히터는 계속 작동한다. 이 차는 배터리가 일정수준 이하로 내려가면 엔진을 돌려 충전을 시작한다. 즉 섰다 가기를 반복하는 시내나 정속주행이 가능한 간선도로에서의 연비가 비슷하다는 말이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기아차는 자유로를 시승구간으로 잡았다. 아마도 최고연비를 기록하기 위해서인 듯하다. 꽉 막히는 시내에서도 시승을 해봐야 차의 진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하루 100대씩 팔리는 K5 하이브리드…새바람 불까?
기아자동차는 이날 시승회를 통해 K5 하이브리드가 매일 100여대씩 팔린다고 밝혔다. 5월1일부터 예약을 받은 결과 기아차가 예상한 수치를 뛰어넘는 실적이라는 것.
기아차의 계산에 따르면 5년을 타야 본전 뽑는 K5 하이브리드. 과연 시장에서 소비자에게 환영을 받을지 지켜볼 일이다.
한편 현대자동차도 조만간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시승회를 개최한다. 통상 유사 모델이라도 현대차가 기아차보다 많이 팔리다는 것을 감안하면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판매 실적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과연 국내에서 하이브리드가 친환경 자동차로 자리매김 할 지 주목된다.
/car@fnnews.com, twt:@leedail 이다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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