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지역의 새로운 패션·문화의 중심지로 자리잡은 신사동 가로수길이 변화하고 있다. 과거 의류 수선집과 중년 여성 옷 가게가 주를 이뤘던 상권에 지금은 음식점, 커피숍, 옷가게들이 빼곡히 들어서 젊은이들의 거리로 거듭나고 있다.
■‘젊어진’ 가로수길
가로수길의 ‘세대교체’는 4년 전 시작됐다. 복잡한 강남역 일대에서 상대적으로 조용한 이 곳을 찾는 20~30대 여성들이 늘어나면서 고객 트랜드에 맞춰 업종들도 바뀌었다. 서울 대치동에 거주하는 오혜연씨(26)는 “복잡한 강남역과 달리 가로수길에는 소소한 먹거리, 볼거리 등이 많아 이 곳을 자주 찾는다”며 “3년 전 부터 입소문을 듣고 찾는 젊은 사람들이 많아져 예전보다 많이 북적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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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로수길이 새로운 패션·문화 중심지로 자리잡으며 이 곳을 찾는 20~30대가 늘고 있다. /사진=성초롱 기자 |
인근 중계업소 관계자는 “음식점 중에는 이자카야, 옷가게는 여성 의류점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고객층이 젊어지면서 업주들 역시 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680m 가로수길의 역사
신사역과 압구정역 사이의 680m 길이의 쭉 뻗은 가로수길 양 옆에는 은행나무가 늘어서 있다. 가을에는 노란 은행잎을 보기위해 이 곳을 들르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이 은행나무는 80년대 초 새마을운동이 한창일 때 가로수로 심은 것이다. 이렇게 ‘가로수길’이 탄생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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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로수 길 양쪽에 줄지어 서있는 은행나무. /사진=성초롱 기자 |
10여 년을 상주하던 디자인 업체들이 3~4년 전 다시 이 곳을 떠나기 시작했다. 카페, 쇼핑 등의 상권이 번성하면서 높아진 임대료를 감당 못하기 때문이다. 인테리어, 시각 제품 업체 등 현재 가로수길에 남아있는 디자인 업체는 58개에 불과하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해 중소 제조업을 보호하기 위해 가로수길을 디자인특정개발진흥지구로 지정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현재 강남구청은 가로수길이 오는 7월 결정되는 디자인 특정지구로 고시되기 위한 계획을 추진 중이다. 구청 측은 디자인 산업 육성을 위해 디자인 인프라를 구축하고 이 지역 상주 업체에게 혜택을 줘 특성 지구로써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한다. 또 자신의 위치와 가고자 하는 곳의 방향과 거리를 알려주는 미디어 안내판과 예술 조형물 설치도 추진 중이다. 강남구청 지역경제과 이수진 신성장동력 팀장은 “젊은 사람들이 가로수길을 찾으면서 지역 경제에 큰 도움이 되었다”며 “디자인 진흥지구로 결정되면 이 지역이 특성화돼 더 많은 사람들이 찾을 것”으로 전망했다.
■가로수길 옆 ‘세로수길’
가로수길에 부는 젊은 바람은 길 양옆으로 뻗어있는 8여개의 세로수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로수길의 ‘세로’는 가로수길과 엊갈려 있는 방향을 나타내는 것이 아닌 한자의 가늘 세(細)를 따서 붙인 이름이다.
가로수길 일대를 찾는 고객층이 젊어지자 인근 지역 상권도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추세에 맞춰 과거 유흥업소와 마사지 업소들이 성행했던 세로수길은 주로 음식점이 들어서고 있다.또 가로수길의 흥행에 세로수길도 수혜를 보고 있다.
3년 전 세로수길에 문을 연 O 커피전문점 관계자는 “오픈 후 매출이 꾸준히 늘고 찾는 손님도 많아지고 있다”며 “이 곳에서 성공으로 현재 서울 내 3곳에 분점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longss@fnnews.com 성초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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