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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열린 펜디패션쇼,화려함 뒤에 감춰진 갈등

박하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6.02 22:07

수정 2011.06.02 22:02

“서울은 지금 세계 패션업계가 주목하는 가장 중요한 도시 중 하나다. 이곳에서 무사히 행사를 치르게 돼 기쁘고 서울시에 감사의 뜻을 전한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펜디의 CEO 마이클 버크의 인사말이다. 행사 직전 ‘불발’위기에 휩싸였던 펜디 패션쇼가 2일 저녁 한강 반포대교 옆 세빛둥둥섬(플로팅 아일랜드)에서 열린 것을 가리켜 하는 말이다.

갈등은 지난달 초 펜디 패션쇼에 모피 제품이 다수 포함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일부 동물보호단체들이 ‘시민들이 낸 세금으로 만든 공공시설에서 모피쇼를 열 수 없다’며 항의했고 서울시는 뒤늦게 ‘모피를 빼고 쇼를 진행하라’고 펜디쪽에 통보했다. 하지만 결국 ‘국제적 신뢰를 깨뜨린다’는 비판에 쇼는 정상화됐다.
펜디는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가방, 구두, 액세서리 등 아이템을 추가로 선보였으나 결국 모피 컬렉션을 무대에 세우는데에 성공했다.

쇼 자체는 펜디가 2007년 중국 만리장성에서 진행한 첫 아시아 대상 패션쇼 못지 않게 화려했다. 중국 배우 장쯔이, 일본 모델 마쓰시마 하나, 대만 여배우 허우페이천 등 유명인사가 참가했으며 한국 배우로는 한고은 등이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오세훈 서울 시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무대는 보랏빛으로 빛나는 화려한 건물 안에 색색의 토기를 입혀 눈길을 끌었다. 한국 대표 모델 장윤주, 한혜진, 이현이와 일본 수퍼모델 토미나가 아이 등 모델 50여명이 트위드, 캐시미어, 새틴 등 다양한 소재로 만든 옷을 입고 무대에 섰다. 모피 제품으로 여우, 친칠라, 족제비 모피로 만든 아이템이 소개됐다.

한편 항의시위를 하러 온동물사랑실천협회 등 동물보호단체 회원 150여명은 출입구와 400∼500m 떨어진 곳에서 동물학대 반대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행사 직전에는 동물보호단체 회원 한 명이 ‘아름다운 한강을 피로 뒤덮는 펜디 모피쇼 결사반대’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다가 경호업체 직원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와함께 원활한 행사 진행을 위해 시민의 출입을 통제한 것도 문제가 됐다. 3개의 인공섬으로 이뤄진 세빛둥둥섬으로 들어가는 출입구 두 곳은 이 날 오후 1시부터 일반 시민의 출입이 통제됐으며 오후 8시부터는 초청장을 받은 일반인과 행사 관계자, 일부 취재진만 섬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일부 시민은 이를 두고 “서울시가 한강을 대표하는 문화공간이라며 띄워놓은 섬에 정작 서울시민은 들어갈 수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wild@fnnews.com박하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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